얼마 전에 내 지인들에게 말했다.

여행 가서 두고두고 우리 말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는 책을 한 권씩 권해달라고. 채택되는 사람에게 원하는 책 한 권을 선사하겠다고.

그때 에린이 그랬던가. 굳이 우리 사람이 쓴 책일 필요는 없지 않아요? 번역본도 괜찮을텐데...

그렇다. 우리 나라 사람이 쓴 책이 아니어도 좋은 것이다. 번역본 중에서 작가와 번역가의 탁월함에 의해 빛나는 책이면 족하리라.

츠바이크의 책을 읽으면서 그의 책을 가지고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을 가지고 갈까 생각도 했었다. 가능하면 가볍게 떠나고 싶어서 오직 딱 두권의 책만 가지고 가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을 집어들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어쩔 줄 모르겠다. 그의 책을 읽을 엄두도 차마 못 내면서...  (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츠바이크의 <천재와 광기>를 읽으면서 니체를, 괴테를, 발자크를, 톨스토이를 만나고 싶어질 것 같다.)

그리하여 지금 든 생각은... 그 모든 책들을 몽땅 짊어지고 가서 한 나라마다 하나씩 흘려놓고 오리라...

그 책들이 누군가의 손을 통해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그들의 삶에 잠시라도 빛이 되고 한참을 돌아 내게로 돌아오는 꿈. 아니, 돌아오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 그 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손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음... 나라별로 대표적인 작가의 책을 한권씩 가지고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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