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다보니 연이어 츠바이크의 책을 붙잡게 되었다. 사실은 아직 마리 앙투와네트를 끝내지 못했다. 그동안 노느라 바빴던 내 게으름의 소치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을 넘을 만큼 마음을 강하게 다잡지 못한 탓도 있다. 그런데, 지금 읽고 있는 <천재와 광기>의 도스토예프스키편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나의 나약함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인정한다. 난 지금까지 도저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을 읽을 엄두를 못 냈었다. 그의 어둡고 위대한 영혼을 일면할 만큼 내 영혼이 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휘몰아치는 폭풍처럼 그를 이야기하는, 차라리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는 듯한 츠바이크의 외침, 그 글자 하나하나를 곱씹어 읽으면서, 나는 어떤 예감에 떨고 있다. 다가올 여행기간 동안 그가, 도스토프예스키가 내 인생의 폭풍처럼 휘몰아쳐 오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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