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6개월 남짓 정이 들었던 동생 P과 헤어졌다. 잘되면 밀린 급여 정리해줄터이니 파산정리까지만 해달라고 애원할 때는 언제고, 백수라고 집에만 있으면 더욱 기분 쳐지게 될까봐 꼬박꼬박 사무실에 나와 있던 그녀를 다른 자리에서 바보라며 씹었다는 그 재수없는 대머리 사장 꼴 보기가 더 이상은 싫단다. 당연하다.  입을 열지 않으면 그래도 봐줄만한, 그러니 입을 열면 싸가지없이 말하기 일쑤인, 말만 번지르하게 하는 그 놈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지 코가 석 자인데 남 챙겨줄 위인이 절대로 아닌 것을. ( 난 우리 사장이 물들까봐 두렵다. 이미 물이 좀 든 것도 같지만)

진작에 기한을 정해놓고 접었어야 했다. 다만 그녀는 우리랑 얘기하는 즐거움을 위안삼아 교통비며 식비를 들여가면서 왔을 뿐인데, 그래도 형편이 되면 봐주겠지 하는 일말의 기대를 품었을 뿐인데, 어쩜 충분히 예상하고 있을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P는 철저히 농락당한 느낌에 배신감이 들어 치가 떨린단다. 그리고 우린 전부터 이미 예정된,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마음아픈 이별을 해야만 했다.

난 미련이 참 많은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한번 끝난 관계는 뒤도 돌아보지 않을 만큼 무처럼 단칼에 잘라버리는 편이다. 어차피 끝날 관계라면 그게 서로를 위해서도 좋으리라고 생각하니까. 나중에 내가 아무리 뼈아프게 후회하게 될지라도. 한번 끝난 관계는 다시 예전처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예전과 똑같은 관계란 게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 강산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별이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몇 번을 되풀이해도 언제나 이별은 아프다.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음을 준 깊이만큼 이별은 더욱 큰 상처를 남긴다.

짧은 시간을 함께 해도 깊은 정이 드는 만큼 이별도 아프다. 이제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녀가 행복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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