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사 후로 울 엄니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겨버렸다.

늘 애물단지에 걱정거리인 내가 서둘러 이사한 집은 알고보니 참 시대에 후지게도 난방도 가스렌지도 LPG 가스통으로 굴러가는 유일한 집이었다.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다. ㅡㅡ;;)  그것도 그 빌라의 다른 가구들은 LPG가스관을 통해서 도시가스식으로 난방취사되는데 말이다. 게다가 이사한 다음 날 우리 엄니, 특기인 이웃사람에게 말걸기를 발동시켜 앞집 할머님으로부터 LPG가스통 근처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불안한 얘기를 전해 듣기까지 하셨으니, 안그래도 평소 걱정을 싸고 사시는 울 엄니 걱정거리 하나 더 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가을쯤엔 도시가스관으로 대체시킨다는 말만 믿고 들어왔으니, 주인에게 당장 시설을 교체시켜 달라고 한다고 해도 과연 그렇게 해줄까 의문이고, 그렇다고 마냥 아무 생각없이 있기엔 좀 불안한 건 사실이다. 평소 겁쟁이고 그런 말 하는 것조차 몹시 귀찮아하는 나이지만, 이건 생명에 직결된 문제이므로 그냥 넘어갈 순 없고, 일단 주인에게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주인이 납득할만한 이유를 대지 않는다면 그 짠돌이 주인이 수긍할 것 같지도 않다. 그럼 LPG통으로 되어 있어서 나쁜 점이라면? 일단 위험하다. 학생들이 그 근처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걸 앞집 할머니께서 몇번이나 보셨다고 하니, 만약에 담뱃불이 잘못 튀기라도 하는 날엔 나와 내 동생뿐만 아니라 옆집, 윗집 할것없이 모조리 끝장나는 거다.

만약 자기가 살고 있다고 하면, 자기 가족의 생명이 걸려있다고 하면, 그때도 주인은 여전히 LPG통을 끼고 살까?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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