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이 태산인데 말야. 오늘도 난 하릴없이 싸이홈피 속을 헤매고 있어.
사무실 동생이 첫사랑 오빠를 그렇게 엿보고 있다는 재미난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난 내 과거의 남자들이 잘 있는지, 혹시나 싸이홈피라도 하나 만들어놓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끔 그 속을 헤매게 돼.
그와 조금만 비슷한 사람만 봐도 혹시...하고 달려들지만, 그도 변한 걸까. 난 그인지 잘 모르겠어.
난 그들을 찾기 위해 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이의 이름을 빌려서 오늘도 헤매.
아, 그들은 다들 잘 있을까.
아. 한 사람 찾았다. 아랑. 그는 여전하다. 분위기 잡는 것도 여전한 것 같고. 그도 혼자인 것 같다. 네이버상의 그의 홈피 첫 마디는 이렇다. 11월 12일.. 그녀가 돌아왔다 라고... 그에게도 그동안 그녀가 있었다가 없어졌다가 다시 돌아왔나보다. 신기하다. 그는 나의 존재를 까마득하게 까먹고 있을텐데, 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그의 흔적들을 본다. 그가 사진에 관심이 있는 줄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그의 사진들이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