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은 좀 일찍 잠이 드는데, 그런 날엔 새벽 1,2시쯤 꼭 잠이 깬다. 깨서 다시 바로 잠이 들면 다행인데, 문제는 그렇게 깨는 날엔 꼭 3,4시쯤 되어야 잠이 온다는 것이다. 오늘 새벽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밤 12시가 조금 넘어서 잠이 깬 후로는 책을 읽어도, 무슨 짓을 해도 좀처럼 잠이 들기가 힘들었다. 출근해서 하루를 견디기 위해선 반드시 더 자야 했지만, 눈이 뻐근해도 달라붙지 않는 걸 어떻게 하랴.
그러다가 4시쯤 겨우 다시 잠이 들었다. 깊이 채 잠들기도 전에 난 어깨와 팔을 쓰다듬는 듯한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잠이 깨었다. 몸을 옆으로 돌릴 수도,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도 없었다. 온통 까만 세상이 날 짓누르는 것 같았다. 심한 공포감에 사로잡힌 건 아니었지만 그 상태로 잠들 수는 없었기에, 젖 먹던 힘을 다해 손을 움직여 텔레비전 리모컨의 파워 버튼을 눌렀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불빛을 보는 순간, 난 정신을 잃고 비로소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2. 동호회의 아는 동생인 그는, 고등학교 시절 남달리 영기를 느끼는 능력이 강했다고 한다. 귀신 들린 것처럼 체육시간에 비가 올 것도, 자율학습을 하게 될 것도 알았다고. 그 당시 그가 살던 집, 특히 그의 방의 터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잠을 자면 거의 언제나 가위에 눌렸고, 심지어는 학교에서 한낮에 가위에 눌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그의 동생이 그 얘길 듣고 콧웃음을 치며 일주일을 같이 자겠다고 했다. 일주일이 지나 그 방을 나갈 때까지도 그의 동생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나중에 그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자신이 자다가 깨서 검은 그림자 같은 것이 형을 목을 조르고 있는 걸 보았다고 했단다.
3. 오늘 새벽 자다가 깨서 가위 눌렸다는 걸 안 순간, 난 그 이야기를 떠올렸다. 조금 무서웠지만, 아주 공포스럽진 않았다. 눈을 슬그머니 떴을 때 보이는 세상은 그저 까맣고, 가끔 희끄무레한 것이 보인 것도 같지만, 그것 때문에 많이 무섭진 않았다. 다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혼자 지내면서 텔레비전을 켜놓고 자는 습관이 들었던 나는, 그때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과 소리만 들으면 괜찮아질 것 같았고, 안간힘을 다해서 텔레비전을 켠 순간, 과연 난 갑자기 긴장이 풀려버린듯 스르르 잠이 든 것이다.
난 왜 가위에 눌린 것일까? 이럴 때 어른들은 심신이 허해져서 그렇다고들 할 것이다. 아마도 요즘 들어 부쩍 심해진 스트레스와 압박, 긴장감때문이 아닐까. 오늘 밤은 달콤하고 깊게 잠들고 싶다. 더이상 새벽에 잠깨는 일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