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오랜 친구같은 등긁개가 하나 있다. 

작년에 친구들이랑 대둔산에 놀러갔을 때 만났던 아저씨가 사주신 2,000원짜리 대나무 등긁개.   난 이 등긁개를 선물받고 정말 기뻤다.  내겐 꼭 소용되는 물건이었으므로.  그때 한 아저씨는 늙은이같다고 웃었지만.

여보, 등 좀 긁어줘요.  응. 거기. 아니, 그 밑에. 아니, 좀더 오른쪽으로. 그래, 바로 거기.

이렇게 등 긁어줄 사람이 없는, 그리고 언제 생길지도 모르는 지금으로선, 내겐 등긁개가 남편이나 마찬가지다.  난 이 대나무 남편이 몹시도 사랑스럽고, 그래서 항상 내 곁에 두고 있다. 

오늘 아침 눈 떠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이 등긁개랑 평생을 함께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여행을 떠날 때도 옆에 끼고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또 필요할 땐 내 몸을 지켜주는 무기 노릇도 톡톡히 할 것 같다.  집을 하나 만들어서 등긁개를 등에 짊어지고 떠나는 뒷모습을 상상만 해도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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