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벽에 갑자가 위가 뒤틀리고 장이 꼬여버렸다.  속에 있는 걸 다 게워냈는데도 여전히 속이 부은듯 욱씬거리고 구토감에, 몸엔 열이 돌면서 사지가 쑤셔온다.  젠장, 할 일이 태산인데...

보고서 올릴 일이 머잖은 데다가, 레포트에, 근 1년만의 계모임에서 죽어라 술 퍼마실 일까지, 나도 모르게 부담이 됐던 걸까.  원하지도 않았는데 몸이 아프다.  병원엔 갔더니 뭐 대수롭잖은 일이라는 듯, 염증이 생긴 것 같은데 일단 주사 맞고 약 먹고 경과를 두고 봅시다, 란다. 접수에서 진료까지 10분은 커녕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난 이래서 양의원이 싫다. 너무도 쿨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한 의사의 표정도 싫다.  물론 한의원의 의사 선생의 표정이라고 별 다른 게 있겠냐만, 거기서는 의사 얼굴 제대로 볼일 없어도 보통 1시간 넘게 침에, 찜질맛사지에, 물리치료까지 받고 나면 5,000원이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찜질방도 있으니, 시간만 있으면 어느 찜질방에서 푹 쉬었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니.

몸이 아프니, 언제나 그렇듯 괜히 누군가에게 투정부리고 싶고, 괜시리 외롭다.  감기도 오려는지 으실으실 떨리고 추워서 전철의 옆자리 사람의 체온마저도 반갑다.

아플 땐 사람의 체온이 괜시리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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