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타로카드점괘에 의하면, 난 relationship에는 관심이 없다는데, 관심이 쬐금 가는 사람이 생겼다.  

이름하야, 청소하는 남자.

지난 목요일,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버림(?)으로 발생한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그 남자, 열 받아서 따지러 내려갔다가 그의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만 할말을 잃고 순순히 그가 수습하길 기다리게 만든 남자, 아마도 분명 유부남일 그 남자이다.  

지난 금요일, 밤 10시를 막 넘긴 시간에 야근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나선 순간, 내 눈에 들어오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그 늦은 시간에 열심히 현관 바닥에 비누칠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어머, 이 늦은 시간에 일하시는 거예요? 수고가 많으시네요. ^^

그는 벌떡 일어났지만,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만, 수고하세요란 말을 던지며 유유히 스쳐 지나왔지만, 이상하게도 내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다.  어머, 웬일이니? 

그는 키가 크지도, 얼굴이 잘 생기지도 않았고, 머리는 막 벗겨지려는 참이지만, 부드럽고 나직하며 낭랑한 목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며,  또한 한 눈에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런 그를, 오늘 아침에도 또 만났다. 난 빙긋이 웃으며 과감하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마침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다름이 아니라...

혹시나 '고백'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글쎄...

-전에도 몇번을 말씀 드렸는데, 저희 층 담당하시는 아주머니가 문을 잘 안 닫으시네요. 평일에야 상관없지만, 사람이 근무하지 않는 토요일에 문을 열어놓으시다니, 마침 제가 그날 회사에 나가서 다행이지, 아님 다 가져가라 공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한번만 더 부탁을 드릴께요. 제발, 문을 좀 닫아주십사 전해주시겠어요?

그렇다. 그와 나는 여전히 청소하는 남자와 청소하는 사무실을 담당하는 사람의 관계일 뿐이다.

하지만, 난 그를 보는 게 은근히 기쁘다.  내일도 볼 수 있으려나...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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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09-13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도 뵐 수 있길..

무탄트 2004-09-14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lt님, 응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왠지 오늘은 볼 수 없을 것 같네요. 사실 볼 수 없다는 게 그를 위해서는 더 좋은 일이지 싶어요.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일을 만들면 만들수록 수습을 위해 그가 자주 들러야 할테니까요. 그를 자주 보기 위해서 아주머니들께 일을 더 많이 만드시라고 할까요?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