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타로카드점괘에 의하면, 난 relationship에는 관심이 없다는데, 관심이 쬐금 가는 사람이 생겼다.
이름하야, 청소하는 남자.
지난 목요일,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버림(?)으로 발생한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그 남자, 열 받아서 따지러 내려갔다가 그의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만 할말을 잃고 순순히 그가 수습하길 기다리게 만든 남자, 아마도 분명 유부남일 그 남자이다.
지난 금요일, 밤 10시를 막 넘긴 시간에 야근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나선 순간, 내 눈에 들어오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그 늦은 시간에 열심히 현관 바닥에 비누칠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어머, 이 늦은 시간에 일하시는 거예요? 수고가 많으시네요. ^^
그는 벌떡 일어났지만,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만, 수고하세요란 말을 던지며 유유히 스쳐 지나왔지만, 이상하게도 내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다. 어머, 웬일이니?
그는 키가 크지도, 얼굴이 잘 생기지도 않았고, 머리는 막 벗겨지려는 참이지만, 부드럽고 나직하며 낭랑한 목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며, 또한 한 눈에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런 그를, 오늘 아침에도 또 만났다. 난 빙긋이 웃으며 과감하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마침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다름이 아니라...
혹시나 '고백'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글쎄...
-전에도 몇번을 말씀 드렸는데, 저희 층 담당하시는 아주머니가 문을 잘 안 닫으시네요. 평일에야 상관없지만, 사람이 근무하지 않는 토요일에 문을 열어놓으시다니, 마침 제가 그날 회사에 나가서 다행이지, 아님 다 가져가라 공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한번만 더 부탁을 드릴께요. 제발, 문을 좀 닫아주십사 전해주시겠어요?
그렇다. 그와 나는 여전히 청소하는 남자와 청소하는 사무실을 담당하는 사람의 관계일 뿐이다.
하지만, 난 그를 보는 게 은근히 기쁘다. 내일도 볼 수 있으려나...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