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영 개운치가 않다. 평소처럼(새벽1,2시) 자는 데도 불구하고, 아침이면 삭신이 쑤시고 회사 가기가 은근히 싫어지는 병에 걸린 거다.
일명 회사에 가기 싫다 병. 언젠가부터 일년에 한두 번 정도는 아침에 눈 떴을 때, 못 움직일 정도로 많이 아픈 것도 아닌데, 몸이 영 찌뿌드드하며 회사에 몹시 가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그럴 땐, 탁월한(?) 연기력으로 아픈 척 가장하여 하루를 완전히 제껴버린다. 알아도 어쩌겠어. 아파서 그렇다는데... 연기를 할 땐 양심에 조금 찔리지만, 윗분에게 전화 사기(?)를 치고 나서 집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몸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온 세상이 밝아 보인다. 무얼 해도 즐겁다. 학교 가기 싫다고 꾀병 부리는 아이의 심정이 이럴까. 학교 가기가 얼마나 싫으면 그럴까. 항상은 아니겠지만, 그 아이에게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정말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날이 있는 게 아닐까. 만약 내 아이가 그렇다면, 학교를 빼먹고 같이 놀아주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난 나쁜 엄마인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많아서, 혹은 회사 분위기상 빼먹을 수가 없어서 억지로 몸을 추스리고 출근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일이 터진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중요부품이 든 박스가 없어졌단다. 씩씩거리며 우리층의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를 찾아갔다. 물론 그 아주머닌 안 계셨다. 그리고 '역시나' 그 아주머니가 그 박스를 치웠던 거다. 여기서 왜 '역시나'라고 할까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뭔가 없어질 때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의심해서야 되겠냐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문제는 있어야 할 장소에 있어야 할 물건들이-사소한 것들이었지만- 없어진 게 이게 처음도 두번째도 아니란 거다. 그 전엔 아무리 지저분해도 함부로 말없이 치워버리는 일은 절대 없었다. 오늘같은 경우엔 마침 청소용역 담당자가 와 있어서 책임지고 그 물건들을 찾아주어서 다행이었지, 아니면 수백만원어치의 물건들을 몽땅 잃어버릴 뻔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회사 가기 싫다 병이 심하게 도진 날엔, 뭔가 사소한 것이나마 잘 풀리지 않는 일이 생기곤 했다. 내 몸이, 내 머리가 미리 예감한 걸까. 어쨌거나 꾀병은 꾀병이다. 크크크
점심 때 인삼주 두 잔에 삼계탕을 거하게 먹었더니, 몸이 나른하다. 약발을 받는 건지 안 받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오후에는 조용하게, 다만 조용하게 일하다가 퇴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