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저녁 8시 30분 마닐라행 비행기를 타다.

기내식 나오는 비행기 처음 타봤다.  누구 말처럼 이쁜 처자들이 방긋방긋 웃으면서 반겨준다.  저녁도 걸러 배고픈 참에, 기내식으로 나오는 비프 스테이크가 연하고 쫄깃하니 맛있다.  와인도 한 잔 곁들이고, 차도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 마시고.  배가 불러서 잠이 올 터인데, 말똥말똥하다.  창밖을 봐도 별빛 하나 없이 까만데, 멀리 비행기 날개 끝에 달린 불빛 하나만 껌뻑거린다.  겨우 깜빡 잠들었는데, 아! 갑자기 귀가 떨어져 나갈듯 쑤시고 아파서 잠이 깼다. 마닐라에 가까와져서 고도 조정하느라 그런 건지는 알겠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프다. 식은 땀이 흐른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스튜어디스를 불러서 살려달라고, 약이 있으면 달라고 애원하고 싶은 맘은 굴뚝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멀쩡한 것 같아 차마 쪽팔려서 부르지 못하고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침만 꼴딱 삼켰다.

드디어 내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고도 적응이 채 되지 않아 멍멍한 정신으로 입국신고서를 작성하고 밖으로 나오니,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우리를 마중나오기로 한 아리따운 아가씨도 보이지 않는다.  마침 나에게 있던 천 페소로 백 페소짜리 공중전화카드를 사서 공중전화기 앞으로 가려는데, 뒤에서 반갑게 부르는 소리, 그녀다. 앗싸! 이제부터 시작이다.

4박의 일정 중에 3박을 묵게 될 우리의 호텔, Pan Pacific Manila Hotel은 별 다섯 개짜리 특급호텔들 중에서도 신애가 특별하게 신경써서 고른 곳이다. 호텔이란 곳에서 자보는 게 처음인 나로서는 조금 떨리고 괜스레 쭈뼛하면서도 은근히 기분이 좋다. 내부시설은 아담하고 깔끔하다. 동갑내기 소년에게서 부탁받은 선물들과 우리가 준비해간 선물들로 잠시동안 신애를 즐겁게 하고, 내일을 위해 잠시 헤어졌다. 시원하게 샤워하고 영화에서만 보던 가운을 걸치고 푹신한 침대위에 누웠는데, 이상하게도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옆 침대에 있는 원진은 금새 곯아떨어졌는데 난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가슴이 너무 설레여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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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8-2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보고싶어라... 아리따운 동갑내기 아가씨. ㅜㅡ

무탄트 2004-08-30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기 쓰다 말고, 다른 일 하느라 급하게 저장하면서 설마 누가 봤겠으 했는데, 그새 네가 봐버렸구나. 우리의 여행 이야기와 더불어 너의 아리따운 동갑내기 아가씨 이야기를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올릴테니 즐겨 보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