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바를 찾아서 Disapperance of Finbar
감독 : Sue Clayton
주연 : Luke Griffin(대니 역) / Junathan Rhys Meyers(핀바 역)
'핀바를 찾아서'를 찾아서 인터넷 세상을 헤맸지만, 소득이라곤 아마존에 DVD로 나온 게 있다는 사실과, 두세개의 영문 리뷰와 핀바로 분한 조나단의 영문 인터뷰 기사뿐이다.
뭐, 우리 나라에서도 두세개의 리뷰를 본 것 같긴 하지만, 정작 내가 알고 싶은 건 나와 있지 않았다.
내가 알고 싶은 게 뭐냐구? 바로 결말이다. 결말!
HOME CGV에서 하필이면 평일 출근시간대에 방송해줄 게 뭔가. 아예 보지 않는 게 나을 뻔 했다. 살짝 맛만 본 후 그 맛을 못 잊어 헤매는 꼴이라니.
회사를 나가고 싶지 않을 만큼 푹 빠져 버렸지만, 결국 결말을 보지 못한 채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처음부터 본 것도 아니지만, 지난 내용을 짐작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일랜드의 조그만 시골(?) 마을에, 우상처럼 모든 이의 관심을 받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핀바였다.
그가 무슨 일때문에 그렇듯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핀바가 연기처럼 사라지고 3년이 지나도록 마을의 모든 이들이 핀바를 잊지 못한다는 것이다.
핀바의 어머니는 충격에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이고, 그의 친구 대니는 사람들로부터 그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는다.
핀바는 왜, 어디로 사라진 걸까?
여기서 잠시 CGV에 쓰여져 있는 설명을 빌자면, 핀바는 재능있는 축구선수였나보다. 그런 그가 스위스 취히리의 축구팀에 스카우트 되었고, 변화도 희망도 없이 무료했던 마을에 일대 사건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당연히 마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을테고. 그런데 그는 얼마 후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나보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핀바는 전보다 더 냉소적인 인물이 된 거다. 공부도 애인도 싫단다. 그런 그가 친구들과 싸운 후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연기처럼. 왜?
내가 본 부분은 그가 사라진 이후, 마을 사람들이 그를 찾아서 고분분투(?)하는 장면부터였다.
형사도 수사하는 것보다 대니의 엄마와 연애하기에 더 바쁘고, 대니는 핀바의 어머니의 고통을 지켜보면서 사람들로부터 대니의 행방을 묻는 숱한 질문들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지쳐갈 무렵, 핀바의 실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를 보고 대니에게 전화를 걸어와 냉소와 분노를 퍼붓는 핀바.
스톡홀름에 있다는 실낱같은 얘기를 듣고 무작정 핀바를 찾아 나서는 대니.
아일랜드에서 스웨덴으로 향하는 농산물(내용물이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트럭을 탔다는 기억을 떠올려 트럭회사에 문의해보기도 하고, 말이 안 통하는 상황에서도 무조건 '핀바'를 외쳐대면서 찾아다니는 대니.
물어 물어 핀란드까지 찾아갔지만, 그 '핀바'는 친구가 아니라 '핀 바' 술집이었다.
'핀 바'의 네온사인이 비추는 까만 밤의 하얀 세상은, 마치 막다른 세상 끝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힘들게 찾아온 그 곳이 '핀바'가 있는 곳이 아닌 '핀 바' 술집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난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 하고 웃어댔지만, 대니의 지친 표정에서는 허탈하고 막막한 느낌이 묻어났다.
그곳엔 온통 하얀 눈뿐이었는데, '핀 바' 안의 세상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조금 따분하고 지루해보였다. 어쩌면...그들도 대니의 갑작스런 침범에 반가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면, 나도 누군가가 '탁'하고 사건을 하나 터뜨려주길 바라는 마음이 되지 않을까...
'핀 바', 눈 덮인 하얀 세상과 대조적으로 기나긴 까만 밤이 있는 그 곳엔 뭔가 있을 것 같은 환상을 품게 한다. 끝없이 펼쳐진 하얀 길을 보고 있으려니, 그 곳의 겨울이 궁금해졌다.
거기서 나의 여행은 끝났다. 대니가 핀바를 만났는지, 그 후로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난 모른다.
엔딩을 보지 못해서 이렇듯 더 안타까운 미련이 남는 걸까. 누군가 그 결말을 아는 사람이 있으면 가르쳐주면 좋겠다. 아니, 그 영화를 구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업고 덩실덩실 춤을 춰도 시원찮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떠올리다 보니, 예전에 즐겨 읽었던 토펠리우스 동화집이 생각났다. 예전 우리집에 있던 책은 1980년대 국민서관판 소년소녀명작전집 중 <토펠리우스 동화>였던가 암튼 그랬는데, 그때의 책이 내용도 더 자세하고 더 재밌었다. 마치 악마닮은 까만 사람들이나, 하얗고 커다란 설인이나, 북극의 까만 밤하늘에 별이 생각나게 하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흑백 그림들도 맘에 들었고. 정말로 그런 일이 있을 것 같은 느낌에 북쪽-핀란드에 가고 싶다고 꿈꾸기도 했다.
헌책방에서도 예전 동화책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찾다가 구한 게 바로 이 책이다. 내용면에서도 빠진 게 많고, 그림도 예전의 환상적인 분위기는 아니지만 어쩌겠는가. 토펠리우스 동화집은 이것 하나 뿐인걸. 아쉬운 대로 이것으로 그리움을 달랠 밖에.
아마 계몽사에서도 <핀란드 동화집>이라고 해서 비슷한 게 나왔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