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긴급구호를 시작한다고 할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물었다.
"새로운 일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거 아니에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80년,사람의 인생을 하루라고 친다면 그 절반인 마흔살은 겨우 오전 12시, 정오에 해당한다. 그러니 사십대 중반인 나는 이제 점심을 먹은 후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에 와 있는거다. 아직 오후와 저녁과 밤 시간이 창창하게 남았는데 늦기는 뭐가 늦었다는 말인가. 뭐라도 새로 시작할 시간은 충분하다. 하다가 지쳐 중단하지만 않으면 되는거다.-21쪽
작년에 한정된 구호 자금 때문에 한 마을은 씨를 배분하고 그 옆 마을은 주지 못했단다. 안타깝게 비가 오지 않아서 파종한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씨를 나누어준 마을 사람들은 씨를 심어 놓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수확기까지 한 명도 굶어 죽지 않았는데,옆 마을은 아사자가 속출했다고 한다.
똑같이 비가 오지 않는 조건이었음에도 단지 씨앗을 뿌렸다는 그 사실 하나가 사람들을 살려놓은 것이다.-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