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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의 진화 -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들려주는 성의 비밀 ㅣ 사이언스 마스터스 1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임지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6월
평점 :
책이 얇은 탓도 있지만 내용도 이전 작품 <총.균.쇠> 보다 쉬워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아주 재미있다. 다른것도 아닌 'SEX'에 대한 얘기 아닌가?
다 읽고 난 느낌은 ...글쎄... 이 사람의 이야기에 100%동의는 할 수 없지만 '매우 그럴듯한, 게다가 아주 기발한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다. 약간은 도발적인(?) 제목과 달리 이 책은 동물들의 짝짓기 행태를 통하여 특징과 공통점들을 찾아내고 인간의 경우와 비교하여 도대체 왜 인간은 이러이러한 짓들을 할까를 설명하고 있다. 내용의 특성상 증명될 수 없고 추론만 가능하기에 설득력에는 조금 한계가 있지만 그렇게 무리한 주장은 없다.
예를 들면, 짝짓기를 하는 도중에 숫사마귀를 잡아먹는 암사마귀와 오히려 이를 당연히 여기고 먹기 쉽도록 자신의 머리를 암컷 입속으로 구부려 주는 숫사마귀에 대해 제러드 다이아몬드 이런 설명을 한다. 즉,자신의 유전자 전달의 극대화(되도록이면 많은 후손을 퍼뜨리는 것)를 위해 암컷에게 영양분을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 지는 본능적인 행동이라는 것. 물론 다른 그럴듯한 설명은 없어보이는 아주 타당한 설명이긴 하지만 지금 막 암컷에게 먹히고 있는 숫사마귀에게 " 얘, 넌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니?" 하고 물어보고 숫사마귀 한테서 "이 목숨 다 바쳐 태어날 내 아이를 위할 수 있다면..."이라는 대답을 들은 것이 아니므로 100% 정확한 결론은 아닐 수 있다.(그럼 다른 이유라도???)
이 밖에도 인간은 왜 배란기의 특징들이 다른 포유류처럼 남들이 쉽게 알 아 볼 수 있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지, 남자들은 왜 하는 짓도 별로 없으면서 애들 젖도 안 먹이는지,여성들의 폐경기는 왜 진화를 통해서도 사라지지 않았을까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가설들을 제시한다. 물론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4장의 '사랑해서는 안 될 때'에서와 같은 조금 무리한 가설도 있지만(예를 들면 잠재적 유아살해자인 남자로 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먹을 것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배란을 감추게 되었다는 이야기 - 그래야 가임기간이 아니라도 계속적인 짝짓기가 가능하고 남자들에게 내 아이를 가진 여자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어 일부일처제로 진화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 ) 전반적으로는 매우 그럴듯한 이야기들이다.
평소 마빈 해리스나 데즈먼드 모리스가 쓴 문화인류학 책들에 관심이 많다면 아주 딱인 책이다. 술자리에서 적당히 '구라' 풀기에도 좋은 책이고. 아무리 짜게 채점해도 책 값 만큼의 즐거움은 주는 책이다. 가끔씩 보이는 오타가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바다새가 see bird라니!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