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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엑세쿠탄스 1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부끄럽게도 난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정치적 성향이 확고하지 못하다. 늘 이랬다 저랬다 한다. 요즘 한창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한 호,불호도 이랬다 저랬다 한다. 한겨레도 보지만 조선일보도 즐겨 본다. 강준만의 책도 30권 넘게 봤지만 그가 씹어대는 이문열은 나의 몇 안되는 전작주의 작가 중 한명이다.
덩달아 나의 소설과 작가에 대한 독서취향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나쁘게 말해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고 좋게 말해 열린 사고와 유연한 독서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우길수도 있겠다.
아무튼, 공개된 자리에서, 더군다나 알라딘마을 같은 곳에서 이문열에 대한 극찬은 괜히 사람 쭈뼛쭈뼛하게 만든다.
하지만 난 여전히 그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소설 쓰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은 높이 평가한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가끔씩 다시 읽어보고 생각해봐도, 이문열이 80년대 초중반에 쏟아내던 그 숱한 소설들만큼 재미있고 수준높은 한국 소설을 보지 못했다..
그냥 자기한테 조정래나 황석영 책이 좋으면 그런 책만 골라서 읽으면 그만이고 이문열책이 좋으면 읽으면 그만이다. 괜히 자기 취향에 안 맞는 책 보는 사람 보고 이러쿵 저러쿵 삿대질 해대는 사람들 하고는....
아무튼, 내가 소설책 중 유일하게 3번이나 본 책,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그 <사람의 아들>의 후속작이라는 광고문구를 보고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주문해서 허겁지겁 읽었다.
이문열 특유의 현학적인 말투와 분위기는 <사람의 아들>과 흡사하지만, 작품자체의 재미와 곽 짜여진 완결미는 많이 처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소설이란 도구를 통해 그가 하고 싶었던 넋두리가 너무 많았나 보다. 그래서 오히려 작품자체는 별로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게다가 작품 곳곳에 삽입되어있는 의문의 이메일과 중간중간 발췌된 <유대전쟁사>를 통해 지금의 우리한국을 함락직전의 예루살렘과 비유하는 것은 기발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너무 노골적이고 직설적이어서 불만이다(열심당? 붉은땅 이두매? 박성근과 권계남? ㅋㅋㅋ). 좀 더 은근하고 은유적이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사람의 아들> 같은 감동이나 지적인 충격을 기대하고 본다면 조금, 아니 많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고, 현 정부에 대해 불만이 가득한 사람들이 본다면 청량제 같은 소설이 될 수도 있겠다.
P.S. 1쇄본은 남들 보다 빨리 읽을 수 있어 좋긴 한데 군데군데 출몰하는 오타는 꽤나 눈에 거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