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나의 권력

   ―페테르부르크 시편2



먼지 가득한 한 소극장에서

나움 코르자빈이란 사람의

「사랑에 대하여」를 보았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배우 윗호주머니에 꽂은 장미뿐,

츠베타예바와 보즈네센스키와

그런 시인들의 시로 구성한 대사들에서

한 구절이 꽃피었다고

내 사랑 내 귀에 속삭였네

“사랑은 나의 권력”

나는 내 사랑의 귀에 속삭이네

“내 권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내 권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사랑이여

우리의 권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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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치바나 -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

공간이 얼마 없으므로 메모하는 식으로 글을 써 나가겠다. 먼저, 아래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일과 일반 교양을 위한 독서와 관련하여 쓴 것으로, 취미를 위한 독서와는 무관함을 밝혀둔다. (다치바나는 독서를 두 가지로 구분했는데, "목적으로서의 독서"와 "수단으로서의 독서"이다. 현재 다치바나는 전문적인 독서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단으로서의 독서를 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아래의 독서법은 문학작품을 취미로 읽는 것에는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책이 많이 비싸졌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 값은 싼 편이다. 책 한 권에 들어 있는 정보를 다른 방법을 통해 입수하려고 한다면 그 몇 십 배, 몇 백 배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관련서들을 읽고 나야 비로소 그 책의 장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그 테마와 관련된 탄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 없이는 선택 능력을 익힐 수 없다. 선택의 실패도 선택 능력을 키우기 위한 수업료로 생각한다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수준이 너무 낮은 책이든, 너무 높은 책이든 그것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시간은 금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리 비싸게 주고 산 책이라도 읽다가 중단하는 것이 좋다.

5.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도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 장 한 장 넘겨 보라. 의외의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섭렵하기 위해서는 속독법밖에 없다.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꼭 메모를 하고 싶다면 책을 다 읽고 나서 메모를 위해 다시 한 번 읽는 편이 시간상 훨씬 경제적이다. 메모를 하면서 책 한 권을 읽는 사이에 다섯 권의 관련 서적을 읽을 수가 있다. 대개 후자의 방법이 시간을보다 유용하게 쓰는 방법이다.

8. 남의 의견이나 북 가이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라. 최근 북 가이드가 유행하고 있는데, 대부분 그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주석에는 때때로 본문 이상의 정보가 실려 있기도 하다.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활자로 된 것은 모두 그럴듯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책이라도 거짓이나 엉터리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11. '아니, 어떻게?"라고 생각되는 부분(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을 발견하게 되면 저자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또 저자의 판단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 보라. 이런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그 정보는 엉터리일 확률이 아주 높다.

12. 왠지 의심이 들면 언제나 원본 자료 혹은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풀지 말라.

13. 번역서는 오역이나 나쁜 번역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번역서를 읽다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머리가 나쁘다고 자책하지 말고 우선 오역이 아닌지 의심해 보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은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0, 30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아사히저널』)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81∼83쪽)


 

 

 

 

 

 

 

 

 

 

 

 

다치바나 다카시의 홈페이지는 http://www.ttbooks.com 이다. 그의 유명한 서재와 작업실이 있는 '고양이 빌딩'의 전모를 알 수 있는 사진과 일러스트가 있다. 그리고 그의 이력과 저서 등도 소개해주고 있다. 일본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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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무섭지 않아?

아냐, 어두워.

인제 어디 갈 꺼야?

가 봐야지.

아주 못 보는 건 아니지?

아니. 만날 꺼야.

이렇게 어두운 데서만?

아니. 밝은 데서도 볼 꺼다.

아빠는 아빠 나라로 갈 꺼야?

아무래도 그쪽이 내게는 정답지.

여기서는 재미 없었어?

재미도 있었지.

근데 왜 가려구?

아무래도 더 쓸쓸할 것 같애.

죽어두 쓸쓸한 게 있어?

마찬가지야. 어두워.

내 집도 자동차도 없는 나라가 좋아?

아빠 나라니까.

나라야 많은데 나라가 뭐가 중요해?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돌아가셨잖아?

계시니까.

그것뿐이야?

친구도 있으니까.

지금도 아빠를 기억하는 친구 있을까?

없어도 친구가 있으니까.

기억도 못 해 주는 친구는 뭐 해?

내가 사랑하니까.

사랑은 아무 데서나 자랄 수 있잖아?

아빠는 그럼 사랑을 기억하려고 시를 쓴 거야?

어두워서 불을 켜려고 썼지.

시가 불이야?

나한테는 등불이었으니까.

아빠는 그래도 어두웠잖아?

등불이 자꾸 꺼졌지.

아빠가 사랑하는 나라가 보여?

등불이 있으니까.

그래도 멀어서 안 보이는데?

등불이 있으니까.


─아빠, 갔다가 꼭 돌아와요. 아빠가 찾던 것은 아마 없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꼭 찾아 보세요. 그래서 아빠, 더 이상 헤매지 마세요.


─밤새 내리던 눈이 드디어 그쳤다. 나는 다시 길을 떠난다. 오래 전 고국을 떠난 이후 쌓이고쌓인 눈으로 내 발자국 하나도 식별할 수 없는 천지지만 맹물이 되어 쓰러지기 전에 일어나 길을 떠난다.


마종기,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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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후사 2004-08-1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열의 『시인』 마지막 장을 보는 듯 하네요. 좋은 시 감사드려요
 

갈증이며 샘물인
ㅡJ에게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다
갈증이며 샘물인
샘물이며 갈증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
갈증이며
샘물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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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 문고판의 얇은 책.표지를 장악하다시피 한 완고하면서도 단호한 표정의 저자 얼굴이 선뜻 책을 펼쳐드는 것을 망설이게 한다.그러나 페이지를 넘겨 서문을 읽고 본문 첫 단락에 시선을 박는 순간 서늘한 전율이 몸을 관통하고 지나간다.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 책을 손에서 놓는 것이 힘들 정도로 이 책은 강한 자력(磁力)을 발산한다.

제목이 주는 인상과 달리 <국가와 황홀>(문학과지성사)은 정치학이나 심리학 분야에 속한 책이 아니다.저자 송상일이 문제 삼는 것은 시, 나아가 문학, 나아가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아마도 아리스토텔레스였다면 이 책의 제목을 '시학(詩學)'으로 했을 것이다.아도르노였다면 '미학이론'이란 제목의 책이 되기 쉬웠을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이 서구 인문학이 이 땅에 상륙한 지 처음으로 이 땅의 지식인에 의해 저술된 본격적인 '문학원론'이라고 생각한다.

드디어 이 땅에서도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이나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저작이 등장한 것이다.서구 문예이론가와 철학자들의 이론을 얼기설기 엮어서 펴낸 국내의 그 흔해빠진 '시학'이나 '시론' 혹은 '문학개론' 따위의 책과 이 책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책의 탄생이 가능했던 것은 저자가 우리 지식사회의 그 어떤 학파나 유행에도 얽매이지 않고 제주도라는 변경에서 홀로 사유와 언어의 정련에 임했기 때문일 것이다.따라서 이 책은 독학자의 오랜 꿈과 독서의 응결체라 할 만하다.저자는 성서와 불경과 프로이트와 하이데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이들을 충돌시켜가며 읽는 사람의 눈 앞에 새로운 사유의 오솔길을 낸다.

문장은 극도로 짧고 단순하면서도 함축적이어서 그 하나하나가 잠언이라 해도 될 만큼 깊고 그윽한 느낌을 준다.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한 단락에서 다음 단락으로 넘어갈 때마다, 마치 산을 올라가면 갈수록 저 아래 골짜기의 풍경이 서서히 그 전모를 드러내는 것처럼, 사유의 상승과 더불어 세계의 감춰진 모습이 드러나는 듯한 상쾌한 부력(浮力)을 제공한다.

저자의 이러한 사유의 등반이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지점은, 문학은 결국 무(無)에 대한 탐구이자 탐닉이라는 것이다.역사 이후 모든 문명사회가 강조한 생산과 생식 지상주의에 반대해서 저자는 시로 대표되는 오르가즘과 죽음의 황홀경을 대립시킨다.어느 시인의 말마따나 예술가는 창조보다는 소멸에 기여하는 존재다.그것은 발전과 성숙을 모르는 퇴행과 동어반복의 세계다.시의 황홀만이 국가 권력의 전횡을 그 근저에서 반성 심문할 수 있게 한다.

이쯤해서 저자의 '국가'와 '황홀'이 프로이트의 '현실원칙'과 '쾌락원칙' 혹은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無)'의 교묘한 번역어임을 알 수 있다.저자의 독특성은 이들 개념을 극단으로 몰아붙여 감히 프로이트나 사르트르조차 엄두내지 못했던 곳에까지 사유를 진척시킨다는 점이다.

이 작은 지면에서 저자의 논리를 본격적으로 비판하기는 어렵다.혹자는 개념의 지나친 단순화를 볼 것이고 혹자는 작품과 유리된 이론의 추상성을 문제삼을지 모른다.그러나 이 모든 제기 가능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이 땅에서 문학이론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잊고 지낸 오랜 꿈 하나를 다시 상키시켰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중요한 책으로 평가받아 마땅한 '작품'이다. - 남진우(문학평론가) ( 2001-0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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