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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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경림이 시인들을 찾아 나선다. 책제목에서처럼 정지용에서부터 천상병까지.

이 책은 기행문인 듯도 하고 시인들에 대한 평을 짤막하게 써놓은 글을 모아둔 것도 같다. 그리고 신경림이 직접 꼽은 시인들의 시들도 함께 즐길 수도 있다. 1권에서는 이미 모두 세상을 뜬 시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윤동주처럼 교과서에서나 살 것만 같은 시인들에 대해서 다루기도 하고, 또 시비가 세워진 시인의 고향이나 그들의 생가라는 곳을 찾아서 가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저자 자신이 시인이므로 그 연줄로 다른 시인들과 함께 했던 사적인 술자리나 만남을 떠올려 그들의 됨됨이를 말하기도 한다.

이 시집에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국어, 문학 교과서를 통해서 읽었던 시들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중고등 시절에 (윤동주나 한용운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 시를 썼던 시인에 대해서는 별로 알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도록, 시인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그들은 모두 제각각 다른 삶을 살았지만, 하지만 그들 중 많은 이들은 가난에 찌들어 살았고, 또 술에 쩔어서 살기도 했다.

시인이란 실로 비참한 이들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딸 아이의 소풍에 가서는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다면서 큰 돌덩이를 가슴에 얹어놓고 잠에 들어 있었다는 김종삼 시인의 일화(58쪽)는 시인이 왜 시인인가를 시 없이도 보여준다.

이 책에는 처음 알게 된 시인들도 있었고, 몇몇 시를 접해본 시인들도 다루었다. 특히 월북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인에 대해서 알게 되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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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한 기독교 (양장) 믿음의 글들 185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이종태 외 옮김 / 홍성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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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파(카톨릭/ 성공회/ 개신교 등)를 떠나 기독교에 대해 다룬 책이다. 가벼운 느낌으로 읽을 만한 책인데 군데군데 작가와 생각이 맞지 않는 데가 많았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우월이라든가(179∼181쪽), 그리스도인 판사가 사형을 구형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다던가(188쪽)라는 내용은 참으로 거슬렸다.

기억에 남겨둘 만한 것은 :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법칙은 아주 간단합니다. 자신이 이웃을 사랑하나 사랑하지 않나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그냥 그를 사랑한다 치고 행동하십시오. 그러면 곧 위대한 비밀 하나를 발견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 치고 행동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로 그를 사랑하게 된다는 비밀 말입니다. (206∼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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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의 슬픔을 놀아주랴 미래사 한국대표시인 100인선 86
김승희 지음 / 미래사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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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인’, ‘언어의 테러리스트’, ‘초현실주의 무당’으로 불리는 김승희는 동시대의 다른 여성 시인들과 달리 사변적 시나 페미니즘적 시를 쓰지 않았다. 그녀는 현실과 문명에 대한 강렬한 비판의 시를 썼으며, 제도와 인습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시적 아이러니를 통해 ‘당연과 물론의 세계’를 거부하는 진정한 인간성 해방을 노래했다. 그녀는 뜻밖의 낱말, 엉뚱한 표현, 당돌하고 거침없는 비유, 상상치 못했던 형상들을 통해 ‘꿈을 찾기 위한 현실과 절망에 도전’하는 여성 전사와도 같다. (…) ㅡ Naver 백과사전

누가 그녀에게 '불의 여인'이나 '언어의 테러리스트' 또는 '초현실주의 무당'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을까. 실로 훌륭하고 대단한 작명이었다. 뒤에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민음사/2000)을 읽었을 때에는 그녀의 시들은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마녀의 웃음'으로만 들렸다. 이 '마녀의 시'들은 두 가지 양태로 존재한다. 열정과 광기의 뜨거움, 그리고 문명 비판(제국주의적인 맥도날드나 획일과 강요의 한국문화를 비꼰 노래방에 대한 시들)의 차갑고 날카로움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시집에서는 그러한 개성(광기-열정/문명비판)이 더 줄어들어 보였다. 왜 일까. 아무래도 '한국대표시인100인선집'의 이름으로 묶여진 이 시집은 시인의 대표작들이나 편집위원들이 선별한 시들로 꾸며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해악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대표작들을 한 권으로 훑어 볼 수 있다는 것은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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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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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도 낯선 중국 소설의 맛보기가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 이뤄졌다는 데 유쾌한 기분이 든다. 또 한편으로는, 중국문화대혁명기의 허삼관 일가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들과 게다가 그것을 통해 작가가 과거를 비판하고 있는데 이것이 중국 사회에서 무리 없이 잘 받아들여진 것인가, 하는 등의 의문이 남는다. 소설을 포함한 제반 예술은 그 사회의 맥락에서 봐야하는데 중국의 역사와 문화, 현실을 모르다보니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러나 이해하지 못한 소설이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이란, 삶이란, 사랑이란, 어디에서든지, 누구든지, '느낄' 수 있는 것이기에.

늘상 자라대가리(중국에서 '자라대가리'는 남자에게 최악의 욕으로, 무능력하고 바보 같은 사람을 뜻한다.) 짓 했다고 투덜대는 허삼관에게 '아이야.'라며 소리지르고 성깔을 내는 그의 아내 허옥란이 옆집 이웃처럼만 느껴진다. 매번 자라대가리 짓을 하지만 따스한 사랑을 품은 우리들 이웃처럼.

- 소설 뒤에 붙은 해설은 우찬제 교수가 했는데, 여기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문학연구가로서의 딱딱한 평론이라기보다는 어디에선가 튀어나와 독자에게 은근하게 다짜고짜 말을 붙이는 것이다. 책의 감상을 묻는 또 한 명의 독자로서의 문체는 매우 독특하면서 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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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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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 웃기고도 눈물 찡한 소설이야.'...라는 말에 친구 녀석이 도서관에서 빌린 소설을 내가 받아서 읽는다고 했다.

중국 소설은 참 낯설다. 소설을 많이 읽지 않고, 게다가 외국 문학이라면 거의 읽지 않는 나이기에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국 소설은 노신(魯迅)의 『아큐정전』이나 삼국지, 수호지 류 등을 제외하고는 접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중국 문학하면 이태백이나 두보 등등의 시인들이 떠오르고 중국의 고전문학들이 생각나면서 '고루하고 재미없을'이라는 수식어를 읽기도 전에 먼저 붙여두기 마련이었다.

이 책은 그런 편견들이 정말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허삼관이라는 보통 사람, 그러니까 밖에서는 비굴하고 집안에서는 떵떵거리면서도 많이 알지도 못하고 많이 가진 것도 없는, 뭔가 모자라고 어리석은 듯 하면서 한없이 성실하고 착한 그런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그의 인생 역정을 보여준다. 그것도 뜨거운 '피'를 팔아서 헤쳐나가는 가난한 삶의 여정을 슬픔이나 연민의 감정만이 아닌, 슬쩍 미소짓게도 하고 킥킥 웃게도 만드는 재주로 말이다.

허삼관은 건강의 증표라고 믿고 젊은 시절에 한 번 피를 판 후에 그 돈으로 꽈배기 서시라고 불리던 미녀 허옥란과 결혼을 하게 된다. 그 이후에 피를 묽게 한답시고 오줌보가 터져라고 물을 마시고 피를 팔고는 꼭 승리반점에서 볶은 돼지간과 데운 황주 두 잔을 마시고는 하는 그 '매혈'은 몇 번이나 계속 되게 된다. 피를 팔아 결혼하고 그것으로 세 아들을 얻고 또 바람을 피워서 선물을 하기 위해 피를 팔고, 흉년이 들어 가족들에게 국수를 사주기 위해 피를 팔고... 한 마디로 그의 매혈기는 인생기인 셈이다.

매혈과 매혈 사이에는 첫째 아들 일락이가 그의 아들이 아님이 밝혀져서 웃지 못할/그러나 웃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해프닝들이 벌어진다. 허삼관은 일락이에게 때로는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으나 그것은 실상은 그를 못돼 보이기보다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장치가 된다. 또한 나중에 일락이가 가출을 하고 국수만 사주면 친아버지로 모신다고 하면서 아무도 국수를 사주는 사람이 없자 집으로 돌아와서는 허삼관에게 국수를 사달라 하고 허삼관이 웃으면서 '그래.'하는 장면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나중에 일락이를 위해서 허삼관은 목숨의 위태로움도 마다 않고 며칠 새에 여러 번이나 매혈을 하고 결국 쇼크로 쓰러지기도 하는 매혈여로를 감행한다.

매혈여로 중에는 정말이지 허삼관이 곧 쓰러져 버리고 죽어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에다 아들에 대한 그의 사랑이 너무도 무겁게 겹쳐서 다가온다. 이럴 때면 그가 오줌보가 터지라고(허삼관이 맨 처음 피를 같이 팔았던 두 사람이 죽거나 오줌보가 터져 버린 사실을 알고도) 물을 마셔대는 장면을 두고 더 이상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고 웃을 수는 없다. 중복해서 등장하면서 희극적, 골계적 분위기로 이끄는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에 이것을 가장 감동적이면서 숙연하게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소설의 겉 표지 뒤에 작가 여화의 사진에서는 천진스런 개구쟁이의 웃음을 엿볼 수 있다. 이 작가의 천진스럽고 장난스런 웃음의 미학이 무겁고 한편으로는 가슴 어딘가를 아리게 하는 삶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데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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