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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의 슬픔을 놀아주랴 ㅣ 미래사 한국대표시인 100인선 86
김승희 지음 / 미래사 / 1991년 11월
평점 :
절판
‘불의 여인’, ‘언어의 테러리스트’, ‘초현실주의 무당’으로 불리는 김승희는 동시대의 다른 여성 시인들과 달리 사변적 시나 페미니즘적 시를 쓰지 않았다. 그녀는 현실과 문명에 대한 강렬한 비판의 시를 썼으며, 제도와 인습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시적 아이러니를 통해 ‘당연과 물론의 세계’를 거부하는 진정한 인간성 해방을 노래했다. 그녀는 뜻밖의 낱말, 엉뚱한 표현, 당돌하고 거침없는 비유, 상상치 못했던 형상들을 통해 ‘꿈을 찾기 위한 현실과 절망에 도전’하는 여성 전사와도 같다. (…) ㅡ Naver 백과사전
누가 그녀에게 '불의 여인'이나 '언어의 테러리스트' 또는 '초현실주의 무당'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을까. 실로 훌륭하고 대단한 작명이었다. 뒤에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민음사/2000)을 읽었을 때에는 그녀의 시들은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마녀의 웃음'으로만 들렸다. 이 '마녀의 시'들은 두 가지 양태로 존재한다. 열정과 광기의 뜨거움, 그리고 문명 비판(제국주의적인 맥도날드나 획일과 강요의 한국문화를 비꼰 노래방에 대한 시들)의 차갑고 날카로움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시집에서는 그러한 개성(광기-열정/문명비판)이 더 줄어들어 보였다. 왜 일까. 아무래도 '한국대표시인100인선집'의 이름으로 묶여진 이 시집은 시인의 대표작들이나 편집위원들이 선별한 시들로 꾸며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해악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대표작들을 한 권으로 훑어 볼 수 있다는 것은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