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문학비평, 그 비판적 대화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7
김영건 지음 / 책세상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인문학자들은 대화와 비판을 그렇게도 강조한다. 그러면, 인문학자들은 얼마나 대화하고 소통하며 또 서로를 비판해주고 있는가? 철학자 김영건에 따르면 그다지 사정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문예 장르의 하나이기도 한 문학비평을 인문학이라는 학술적 행위로만 좁게 가둘 수는 없겠지만, 지적인 담론들을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인문학의 한 하위 분야라고도 할 수 있다. 문학비평에서 평론가들은 철학적 담론들로 현란하게 글을 장식하곤 하는데 철학자의 눈으로 볼 때는, 그다지 엄밀하지도 않으며 일종의 지적 유행병이 감지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한 가지를 꼽자면 국내 철학계에서 생산되는 학적인 결과물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배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인문학의 풍토 속에서 김영건은 철학자의 눈으로 문학비평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문학비평이란 무엇인지 그것의 철학적 의미나 그것이 지향해야할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주로 문학비평에서 쓰이는 철학 담론들이 얼마나 엄밀하게 쓰이고 있으며 그 철학적 담론들이 과연 적절한가를 묻고 있다.


지난 시대에 마르크스의 철학은 ‘진리’로 떠받들어 졌다. 마르크스의 철학이 지닌, 세계에 대한 실천적 해석의 힘과 억압된 사회가 만난 자리에서 그것은 절대 진리가 된 듯이 수많은 지식인들의 머리를 장악했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르크스는 곧 폐기되고 현란한 포스트모더니즘이 들어앉았다. 김영건은 이것을 ‘젊은 비평가들의 지적 사대주의 또는 문학적 상업주의’라는 장에서 비판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이론이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대안으로 간주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정말 이 이론을 우리 사회를 조망하고 해명하는 진정한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인가? 아니면 한갓 지적 과신과 현란한 현시의 겉모습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순수한 지적 호기심인가? 이런 의미에서 우리 문학에 대한 근대성과 탈근대성에 대한 논의는 피곤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피곤함은 거기에 동원된 여러 이론들이 주는 것일 수 있지만, 살아 있는 문제가 아니라 유행을 타기 위해 만든 문제라는 데서 오는 피곤함일 수 있다.”(54쪽)


한편,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비평가 김윤식의 철학 이해는 어떨까. 김영건에 따르면, 김윤식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대해서 논하는데, 이때의 비트겐슈타인은 일본의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이 이해한 비트겐슈타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고진이 이해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철학자의 눈으로 보기엔 뛰어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김윤식의 비트겐슈타인 철학도 왜곡되어 있다고 말한다. 김윤식은 국내 철학자들이 연구해서 소개한 비트겐슈타인 관련 저술을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이외에도 생태문학 담론과 김우창의 ‘심미적 이성’ 개념에 대해 다루면서 문학비평에서의 철학이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김영민의 ‘논문 중심주의 비판’에 관련된 글도 하나 있는데 이것이 문학비평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글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논문 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은연중에 논문 자체에 대한 비판처럼 들리는 김영민의 글을 비판하는 김영건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 인문학계의 풍토에 대해서 조금 더알게 되었다. 김영민의 논문 중심주의 비판 담론들(탈식민주의 글쓰기)은, <오늘의 우리 이론 어디로 가는가>라는 책에서 한국의 자생이론 20선에서 첫 번째로 꼽혔었다. 김영민의 비판이 치밀하지 못했다하더라도 그의 비판이 그렇게까지 강한 공감을 얻은 까닭을 생각해보면, 한국 지식인들의 반성이 그만큼 절실했다는 뜻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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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10-24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군요. 추천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