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섬을 떠난다,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바다, 툭툭 수평선이 끊어지고 있다. 돛배가 거쳐간 섬은 無人島, 떠날 사람 다 묶인 無人島, 그는 캄캄한 제 몸 속으로 기어들어가 모기 소리만 내놓고 아이를 불러들였다.

헤엄쳐 가 볼까?

저 배, 어디로 흘러가는 거죠? 아이는 아까부터 혼잣말을 하고 있다.

노을 속으로, ……노을은 차지할수록 남는 시간이지. 우리도 그 일부분이야, 사람들 각자 조금씩 차지하고 있으니까. 대개들 저 자신 노을이라 생각하지.

우리를 노을로 알고 오는 사람은 없을까요?


돛배는 가면서 짐을 내려 놓기만 한다, 어둠에 먹히도록 서로 멀어져 가는 사람들, 멀어져 가 섬의 한 끝식 되는 사람들.

돛배가 아주 꺼지기를 기다리다 아이는 잠 들고, 잠자리엔 은은히 노을이 비치고 있다. 피가 따뜻해진다. 그는 잠든 아이의 꿈속으로 아이를 들여 놓고, 그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그를 단 한번 野生이게 하는

“우리를 노을로 알고 오는 사람은 없을까요?”

황홀하게 펴오르는 이 노을말도 꿈 속에 발갛게 비치어 넣고, 그는 몸 밖으로 기어나왔다. 맑다, 아무도 살지 않는 시간, 섬의 별이란 별은 전부 올라가 있는 시간, 그는 無人島 한복판으로 바람 부는 대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우뚝 서서 그를 인간이게 하는 겉껍질을 깎는다. 깎을수록 투명한 하나의 돛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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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04-09-29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제가 참 좋아하는 시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