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클릭!세상] ″탄핵,왜 내뜻과 달라″ 택시기사―승객 시비 속출
[국민일보 2004-03-16 18:24:00]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소한 시비를 벌이다가 폭행으로 번져 경찰에 입건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6일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의견 충돌 끝에 싸움을 벌인 김모(31·자영업)씨와 택시기사 양모(3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이날 새벽 1시10분쯤 논현동에서 택시를 타고 청담동으로 가던 중 라디오에서 탄핵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양씨에게 “라디오를 꺼달라”고 요구하면서 둘 사이에 시비가 벌어졌다.

양씨는 “재미있게 듣고 있는데 왜 끄라고 하느냐”며 반문했고,김씨는 막무가내로 라디오를 꺼줄 것을 고집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김씨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양씨에게 던진 뒤 욕설을 퍼부었고 끝내 둘은 차 밖으로 나와 멱살잡이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앞서 15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탄핵 문제로 시비를 벌이던 회사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30분쯤 지하철 시청역 앞에서 박모(52)씨 등 회사원 3명이 민모(55)씨가 운전하는 택시를 세운 뒤 차량 안으로 상체를 밀어넣고 대뜸 “찬성이야,반대야”라고 민씨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되묻는 민씨에게 박씨는 “탄핵에 찬성하면 탈 것이고 반대하면 안 타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씨는 “나는 그런 것 모르니 손님 알아서 결정하라”고 응수하자 박씨는 다짜고짜 민씨의 뺨을 때렸다.

화가 난 민씨는 차 밖으로 나와 박씨와 멱살잡이를 했고 박씨 일행 2명도 가세해 몸싸움을 벌였다.

선정수기자 jsun@kmib.co.kr

...아버지는 택시를 몬다. 이토록, 시절이 하 수상하니 아버지가 걱정된다. 아버지는 아마도 노무현을 지지하는 것 같은데, 이라크전 파병을 지지하시는 등 나와는 좀 다른 정치견해를 가지셨다. 나는, 인류 역사상 최강대국의 '기독교인' 대통령인 부시를 두둔하고 이라크전 파병을 지지하는 아버지는, 진정한 의미의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둥, 당신의 면전에 대고 막말도 많이 했다. 아버지가 그런 정치견해를 갖게 된 배경을 거의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말한 거다. (아버지는 젊은 날에 절망 속에서 생을 접는 선택 대신에 기독교에서 구원을 발견했는데, 아버지가 접한 기독교는 불행히도 한국에 널리 퍼진 근본주의 신학에 가까웠다. 게다가 아버지 세대들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미국이 퍼준 옥수수죽 한 그릇에 진심으로 감사하셨다. 그리고 자기실현이나 야망을 위해서, 지성의 탑을 쌓기 위해서 고심할 나이 쯤에 생활전선으로 쫓겨나셨다. 아버지는 지금도 물론 '텍스트들'에서 위로를 받거나 새로운 지적 발견, 구체적인 지식과 정보를 얻을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런 말을 신경질적으로 쏟아 놓고는, 늘 괴롭고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나는 늘 날카롭고 거친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대들고 개긴다. "책 좀 읽더니만 니가 대드는구나...." 당신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책도 보고 글도 읽고 생각도 바꾸고 그러면서도, 그렇게 함부로다. 당신 덕분에, 펜대 굴려 먹고 사는 머리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지만, 그렇게 아버지에게 함부로다, 나는.

...아버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무릎 꿇고 기도하고 식사 전에 반드시 성경책을 읽으신다. 나는 그렇게 경건한 아들이 못 돼서 그런 아버지를 따르지 못한다. 정말 못난 아들이다. 예전엔 아프거나 시험이 있는 전날에는 가끔씩 아버지께 기도해 달라고 그랬는데, 그렇게 기도를 부탁한 일이 언젯적 일인지... 이젠 가물가물하다. 아버지의 아침기도에는 내 이름도 들어있을텐데......, 아, 오늘 밤엔 아버지의 핸들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술 마신 뒤 누군가에게 행패부리고 싶을 때나, 정치적으로 흥분했을 때엔 택시 타지 맙시다. 차라리 걸어 다닙시다. 건강에도 좋고, 술도 깨고, 흥분도 가라앉히고, 돈도 아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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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여행자 2004-03-16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구, 이번 탄핵 정국은, 아래 토론에서의 홍세화 말마따나, "택시 기사의 상식에 맞추어서 하면 되겠지요."

2004-03-16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4-03-1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고비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군요. 민심이 흉흉해져서 더 이상은 원...

님의 글 읽으면서, 결국 신앙은 긍휼이고 사랑인 것 같습니다. 아버님을 위해 기도하시는 님의 기도가 꼭 이루어져서 오늘도 아버님이 안전 운전하시길 바래봅니다.

도서관여행자 2004-03-1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stella09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