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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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있는 책 가운데 안 읽은 거 없나 보다가 아이들 살던 방에 가봤더니 작은 아이방에 노통의 책이 열댓 권 꽂혀 있다. 맞아, 얘 군대 가기 전이니까 한 십여 년 전에 노통 책을 많이 모았어. 읽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나는 노통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가운데 가장 얇은 책 한 권을 골라 후딱 읽었을 거 같지? 아니다. 역시 나하고 맞지 않아 본문이 80페이지에서 끝나는 진짜 얇은 책임에도 이틀 걸렸다.

  11년 전에 쓴 <적의 화장법> 독후감에서 한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내가 읽은 두 권의 노통, <적의 화장법>과 한 22년 전쯤에 읽은 <두려움과 떨림>이 지금은 완벽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 <적의 화장법>이 “거의 두 명의 화자가 엮어가는 대화로 되어”있단다. 이어서 “차라리 나 같으면 희곡을 썼겠지만 그건 필자 마음대로”라고 말함으로써, 사실 내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다는 걸 증명했다. 겁나 웃기네.

  <불쏘시개>는 아멜리 노통이 이 책을 발표한 1994년까지 쓴 유일한 “희곡”이란다. 내가 희곡은 좀 읽어봤잖아? 만일 <불쏘시개>를 정말로 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면, 확실히 말하건대, 나는 보러 가지 않을 것이다. 희곡 스타일을 딴 소설이라 하는 편이 더 좋겠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는 뜻. 술 탄 물, 또는 물 탄 술. 이탈리아나 프랑스 사람이 한 모금 마신 물 탄 커피.


  등장인물은 50대 남자 교수와 서른 살 먹은 그의 조교 다니엘, 그리고 마지막 학기만 마치면 졸업하는 20대 여학생 마리나.

  다니엘은 조교로 있으면서 4학년 여학생들하고 만 연애한다. 그러면 1년 후에는 다른 도시의 직장으로 떠날 것이라 깔끔하게 이별할 수 있다. 이번 순서가 마리나인데 하필이면 전쟁이 터졌다. 진짜 있었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은 아니고 그렇게 작품의 환경을 설정했다. 게다가 겨울. 하필이면 아주 혹독한 추위가 몰아 닥쳤다. 처음부터 끝까지 장소는 어마어마하게 큰 서가가 있는 교수의 방. 서가 말고는 거대한 무쇠 난로와 나무의자 두 개가 있을 뿐이다. 나무의자여야 한다. 언젠가는 거대한 무쇠난로 안으로 던져져야 하니까. 무지하게 추운 날씨임에도 무쇠난로는 아무것도 태우고 있지 않다. 전시라서 장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교수는 두꺼운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무릎 위에 서류 뭉치를 올려놓은 채 뭔가를 쓰고 있다. 직업 또는 직업병이라서.

  다니엘이 들어온다. 여태까지 도서관에 있었다. 전쟁중이라도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 벽에 연결된 보일러 관의 열기에 등을 대고 있으면 뜨듯하니 그렇게 좋아서. 교수는 책상까지 벌써 두드려 패 장작으로 써버렸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다. 이제는 책뿐. 맨바닥에 앉으면 더 추울 것이라 의자 두 개만 남겨 놓은 처지.

  이제 책을 불태우는 일만 남았다. 많고 많은 책을 결국 다 태우게 되겠지만, 무수한 노작 가운데 태워 버려도 될 만한 책을 먼저 태우는 것이 마땅한 일. 책장에서 딱 한 권의 소위 “무인도 책”을 고르는 일과 정확하게 반대되는 일을 교수와, 다니엘과, 조금 후에 도착할 4학년 여학생 마리나가 해야 한다. 그러니 적지 않은 날이 필요하다. 곧 세 명이 방 두개, 침대 두개인 이 집에서 살기로 결정한다. 다니엘과 마리나가 함께 같은 침대를 공유하기로 한다. 섹스보다 더 중요한 것이 둘이 자면 체온을 유지하는데 훨씬 유리하다는 점이다.


  명색이 교수, 조교, 학생으로 되어 있고, 책들은 이들이 가르치고, 연구하고, 배운 책들이라서 세 명이 책과 내용에 관한 토론과 다툼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가 당연히 다니엘-마리나 커플이 아니라 50대 남자인 교수와 20대 여학생 마리나가 관계를 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묘한 암시도 등장한다. 다니엘이 열폭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럼에도 이야기는 사랑 또는 사랑의 행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을 끝까지 가지고 있는지, 대화로 치고 받는 데 초점을 맞춘다. 픽션이니까 서양것들이 워낙 야만스러워 장유유서라는 공맹의 도를 모르는 건 그렇다 쳐도, 남의 집에 들어와 얹혀 사는 것들이 집주인한테 바락바락 기어오르기도 한다. 아니, 드러우면 지들이 나가면 될 거 아냐. 나가지 못하겠으면 국으로 죽은 척하고 살든지.

  노통이 하고 싶은 말은, 책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하는 것. 온기를 얻기 위해 책을 태우는 행위. 즉 마지막에 사람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주장과 철학과 이야기로 인류를 덥혀주는 것이 책이라는 말이겠지.

  그래서 전쟁 중이라 길거리에 나가면 점령군에 의하여 무차별 학살을 당할 수도 있는 처지라도 배고파 죽겠다는 말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오직 춥다는 말만 한다. 애초 책을 태우는 행위로 만 가게 디자인했기 때문에.


  유일하게 등장하는 여성 마리나가 과하게 의존적이다. 마리나가 교수한테 말한다.

  “(마리나가 추워한다는 것을) 아무도 몰라요. 알고 있다면 추운 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고 있다면, 사람들이 이미 저를 따뜻하게 해주러 왔어야 해요. 만일 선생님이 제가 어떻게 참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짐작했다면, 갖고 계신 책을 몽땅 당장에 불태웠을 거라고요. 선생님은 모르기 때문에 그럴 수 없죠. 누구든 알리가 없죠. 내가 얼마나 고통받는지 안다면 어느 누구도 그렇게 고통받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p.41~p,42)

  내가 여성이라면 기분 나빴을 거 같은데, 그러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 하여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마리나는 자기가 나서서 어려움을 해결하지 않고 누군가 와서 자신을 돕기를 바라는 반면, 남자인 다니엘은 도서관 벽을 통과하는 보일러 관이라도 찾아 나선다. 뒤로 가면 한술 더 뜬다.

  “나는 젊고 예뻐. 내가 늙고 추하다면 나를 따뜻하게 할 어떤 방법도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어. 나와 마주한 육체를 갖는다는 것은 내 생존 조건의 하나가 된 거야.” (p.75~p.76)

  작품을 쓴 시점이 1994년. 당시 노통 보다 한 세대 정도 과거의 작품이라면 그 당시 사람들의 여성관이 이랬다, 할 수 있겠지만. 토론하자는 거 아니다. 뭐 그렇다는 거다.

  아멜리 노통을 또 읽는다면, 아마도 무지하게 심심해서일 거 같다. 그러나 세상 일 모르는 거라서 꼭 그렇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한 20년 전에 매스컴의 도움으로 우리나라에서 화르륵 인기를 얻었다가, 한 순간의 별들이 늘 그렇듯이 이젠 스르륵 잊힌 작가. 물론 내가 관심이 없어서 모를 수도 있다. 그래서 전적으로 오직 내 생각이란 걸 전제로 이야기하자면, 출판사 열린책들이 다른 건 모르겠고 마케팅은 참 잘해. 한 번 책 찍고, 조금 있다가 개정판, 조금 더 있다가 한정판, 아주 조금 더 있다가 다시 재개정판. 근데 초판에 맞춤법 틀린 건, 비문非文까지도 끝까지, 개정판, 한정판, 다시 재개정판에도 여전히 맞춤법 틀리고 비문인 거는 뭐야? 뭐 그렇다는 거다. 시비하고 싶지 않다. 이이들만 그러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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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라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권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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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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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올림픽이 있었던 1988년의 칠레. 드디어 피노체트는 자신의 집권연장 여부의 찬반에 관한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꼬리를 내린다. 15년간의 통치 동안 숱한 반대자들을 고문 학살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재자들이 그러했듯 그동안 열광적인 지지자들도 무수하게 만들어내 국민투표에서 피노체트의 퇴진은 겨우 54%의 찬성에 불과했지만 어찌됐든 피노체트 독재가 막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조용히 막 뒤로 사라질 인간이 아니었다. 피노체트는 1998년까지 군통수권자의 권한을 유지하고, 종신 상원의원으로 면책권을 죽을 때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이걸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행정부와 입법부보다 더 권한이 큰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존속시키고 상원의원 47명 가운데 9명을 자신이 지명할 수 있었으며, 70년대 쿠데타 당시 저지른 학살과 고문에 대한 사면법을 제정해 자신과 추종자들에 대해 형사상 기소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하여 1980년대 들어 시민들이 목숨을 걸어가며 이룩한 민주화는 결국 피노체트의 손바닥 위에서 근두운을 타고 세상 끝까지 날아간 원숭이 한 마리의 노력에 불과했다.

  1989년 말에 대통령으로 취임한 기독민주당의 파트리시오 아일윈도 군부독재 시절에 있었던 각종, 각색의 인권탄압 사례를 조사하여 발표했을 뿐, 여전히 남아 있는 군부의 불법적 폭력행위에 관해서는 손을 쓸 수 없었다. 여전히 칠레는 피노체트의 군벌 자식들에 의하여 운영되는 거대 거짓 국가였으며, 이들은 당시 칠레를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행복한 국민으로 치장해 발표하는 데 조금도 게으르지 않았다. 인민은 생각보다 우둔한 법. 많은 사람은 정부 또는 권력기관의 헛소리를 헛소리로 알아들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서 사는 줄 알았다.


  작품은 3천킬로미터의 해안선을 가진 칠레의 남부, 파타고니아 아이센 협만에서 시작한다. 칠레 저 위쪽, 산티아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별로 관심 없이 남극을 면한 추운 산악지역에서 가축 절도로 대표하는 지역 범죄 수사에 몰두하고 있는 마푸체족 출신의 시골형사가 주인공이다.

  권력이나 높은 학력을 가지고 있거나, 돈이 많은 하이 클래스 사람들이 아니라, 쇠똥이 범벅이 된 가죽부츠를 신고 다니며, 짐승처럼 유별난 후각을 지닌 이 형사처럼 그저 보통 사는 사람 가운데 조금 유별난 이웃을 세풀베다는 즐거이 주인공으로 삼아 작품을 쓴다. 우리 이웃 같지만 아주 단단한 사람. 이 마푸체족 시골 형사가 그렇다. 170 정도의 키에 옹골찬 옹이 같이 단단한 남자. 형제 가운데 1번. 이이의 아버지가 1번에게 붙여준 이름이 조지 워싱턴. 2번은 토마스 제퍼슨. 그래서 주인공은 시골형사 조지 워싱턴 카우카만이다.

  카우카만은 지금 가축 절도사건의 범인을 잡으러 가는 것이 이 파나고니아 지방에서의 마지막 활동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애마 팜페로를 타고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깊숙한 골짜기의 건초 저장소에 접근했다. 탄알 열네 발이 장전된 레임턴 엽총을 손에 묵직하게 든 형사는 하늘을 향해 먼저 몇 발을 발사하고 힘차게 외쳤다.

  “모두 손은 머리 뒤로 얹어!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엉덩이를 날려 버리겠다.”

  다 합해 세 명. 두 명은 카우카만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기도 하고, 타고 도망할 말에 안장도 얹지 않은 상태라 고분고분했지만, 한 명이 문제였다. 시골이라도 군부의 막강한 실력자의 친척 끄나풀이 없는 곳이 별로 없다. 파타고니아도 마찬가지라서 산티아고에 사는 칸테라스 장군의 친아들이 이 악당 도둑들을 끌고 가축을 훔쳐냈던 거였다. 키가 크고 야위었지만 꽤 고급스러운 판초를 어깨에 두른 남자. 이 남자가 도둑은 아니다. 결코 비루하게 훔치는 일까지 하지는 않으니까. 그가 판초를 어깨 위로 젖히자 옆구리에 우지 기관총이 보였고,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러나 남자가 기관총의 총구를 시골형사 쪽으로 돌리기도 전에 형사는 땅에 엎드리면서 레밍턴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남자의 엉덩이에 제대로 박혀 아마도 엉덩이 근육의 절반쯤 날려 버렸을 듯하다.

  죽지 않은 남자가 자빠져 내려다보는 카우카만 형사에게 이들 득득 갈며 한 말씀 쾅.

  “네 놈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네놈이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맹세하마.”


  기관총을 들이대며 위협한 범죄자의 엉덩이를 향해 총을 발사한 시골 형사. 경찰서는 난리가 났다. 다음날 신문에 실린 기사에 의하면, “경찰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시민 마누엘 칸테라스가 둔부에 탄피 열네 발을 맞아 크게 다쳤고 오른쪽 엉덩이의 70퍼센트가 떨어져나갔다….”

  수사 서류를 포함한 모든 기록에는 “젊은이가 트레스 몬테라스 목장에서 홀스타인 젖소들을 훔쳐 달아난 질 나쁜 가축 도둑들을 지휘했다는 대목은 빠져 있었다. 그리고 우지 기관단총을 우리에게 갈기려 했다는 대목도 빠져 있었다.”고 항변했지만 이제 시골 형사한테 남은 건, ①경찰복을 벗고 초야에 묻혀 칸테라스가 보낸 암살범을 기다리는 것, ②과도한 수사업무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잠깐 헤까닥한 상태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핑계대고 다른 곳으로 전출해 계속 근무하는 것. 두 가지 선택만 남았다.

  그리하여 조지 워싱턴 카우카만 형사는 평생 가고 싶지 않았던 부패와 더러움과 대기오염과 쓰레기 냄새가 넘실거리는 대도시 산티아고 경찰서의 성범죄 수사과에서 근무하게 된다.


  카우카만이 도착한 산티아고. 칸테라스의 홈그라운드에 제대로 들어온 셈이다. 아무리 형사라도 전직 또는 현직 군인의 무리에 당할 수는 없던 시절. 산티아고에 왔다는 거 하나만 가지고도 카우카만의 목숨은 말 그대로 경각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카우카만 역시 만만한 사내가 아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철제 책상을 놓고 그래도 공무원이니 전화와 문방구 같은 것을 비치해주지만, 카우카만이 수사할 사건이 있을 지는 모르겠다. 산티아고 경찰서 내에서도 이미 카우카만의 처리에 대한 모종의 암묵적 지시가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

  “내 말 잘 들어. 이 빌어먹을 인디오. 우리는 마누엘 칸테라스의 친구들이고, 너를 고자로 만들 생각이야.” 근처 음식점에 가 혼자 점심을 먹고 있는데 건장한 놈들이 세 명 몰려와 하나가 맞은편에 앉아 이렇게 중얼거렸다. 카우카만은 자기가 먹던 포크를 번쩍 들더니 눈 깜짝 할 새에 그의 손등을 찍어 버리면서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 손으로는 아니야”라고 응수했다. 첫날부터 피곤하게 됐다.

  그러나 모두 칸테라스의 친구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파타고니아에서 마누엘의 엉덩이에 총알을 박은 것이 산티아고 신문에도 카우카만의 사진과 함께 크게 실려, 그는 이미 군벌에 반대하는 옛 반쿠데타 진영에 스타가 되어 있었던 것. 이 가운데 시골 형사와 제일 먼저, 제일 가까워진 사람은 대학 재학 당시 연인과 함께 피노체트 일당에 잡혀 악명높은 비야 그리말디를 다녀온 여성 택시 운전자 아니타 레데스마. 그리고 아니타와 친분이 있는 여성 방송국의 모든 사람들.

  마누엘 칸테라스 일당은 카우카만을 없애기 위하여 권총과 기관총을 든 세 명을 아니타의 아파트 앞에 매복을 시켰으나, 밀림에서 생존법을 완벽하게 익힌 카우카만이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세 명의 암살자를 제압한 카우카만은 드디어 거대한 군부 권력의 찌끄러기 잔재인 마누엘 칸테라스와 정식으로 맞짱을 뜨게 되는데….

  재미있게 읽은 폭력, 수사 소설. 정치적 함의가 푹 들어 있어 절대로 가볍지 않은 경장편이랄까 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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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5-12-0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풀베다의 <핫라인>이네요...저도 재밌게 읽었던 작품....간혹 뽈님 서제에 올라오는 세풀베다 리뷰! 무척 반갑습니다..ㅎㅎ 근데 별5개는 없네요...세품베다 작품들 중 어떤 작품이 5개가 될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개인적인 생각인데 대개가 4점에서 끝날 거 같습니다.ㅎㅎ

Falstaff 2025-12-01 11:2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세풀베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별점 주려면 아무래도 다섯 개엔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좀 더 읽어봐야지요, 이제 겨우 세 권 읽었는 걸요. ㅎㅎ
 
무의미의 제국
캐시 애커 지음, 장한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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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사달라고 했다가 이런 답변을 받았는데요, 좀 야~한 모양이죠?
˝해당 도서는 19세도서로 도서관에 비치하기 어려운 도서이므로 희망도서 신청이 취소되었습니다˝
이런 줄 몰랐다가 사서 읽은 다음에 책꽂이 꽂아 놓으면, 그걸 집에서 눈 밝은 애새끼들이 읽을까요, 안 읽을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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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11-30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읽습니다. 적어도 폴 님 자제분들은 🤣

저 이 책 미리보기로 좀 봤는데 그냥 안 야하던데 말입니다?! 100자평 보니 폴 님 말고도 도서관에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분 또 있더라고요!

Falstaff 2025-11-30 15:34   좋아요 0 | URL
작은 아이 미취학일 때 철없는 애비가 책장 꼭대기에 숨겨놓은 허슬러를, 기어코 거기까지 기어 올라가 찾아내 보고 뒤집어졌다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 당시 큰 아이가 일곱살? 그 정도였는데, 엄마, 큰일 났어, 이 새끼 앞으로 변태 될 거 같아! 뭐 다 그렇게 사는 거죠. 쇤네도 어린 시절 비슷한 경험이 있고요. ㅋㅋㅋㅋㅋ
 
헛간, 불태우다 쏜살 문고
윌리엄 포크너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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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역자의 성의없는(것처럼 보이는) 우리말 문장이 거슬려서 그렇지, 포크너 이 양반 도무지 까탈을 잡을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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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발명가
최우근 지음 / 북극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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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6년생 최우근은 연세대 철학과를 다니면서 연대 문과대 연극반 활동으로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고 책 속의 작가 소개에 쓰여 있다. 졸업 후 MBC <경찰청 사람들>을 시작으로 방송작가 생활을 했는데, 내가 제목을 들어본 작품만 들어도 <성공시대>, <파랑새는 있다> 정도. 이외 많은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강력반> 같은 것도 썼다고. 방송작가만 20년 하다가 어떻게 기회가 닿아 다시 연극 무대로 눈을 돌려 처음 써본 희곡이 2008년 5월에 초연한 <이웃집 발명가>였단다. 무대극을 쓰는 것이 꿈이었다는데 그러면 이제 꿈을 이룬 셈이다.

  방송작가 생활 20년이 눈에 띈다. 그러니 말이 첫 작품이지 비록 무대극은 아닐지언정 인물의 동선과 대화 표현 같은 것에는 통달한 수준이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웃집 발명가>를 관람한 한국연극연출가협회 회장이자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인 김성노는 “기발하고 재미있고 세련된 작품”이어서 이것을 쓴 외국 극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했다고 “추천사”에서 밝혔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극장 밖에서 최우근을 만나 “이 작품이 원래 외국 작품인가요?”라고 물었다나? 이렇게 찬탄과 감동으로 격려사를 쓰는데, 이이는 약과다. 제일 허겁스럽게 놀란 추천사는 건국대학 겸임교수이자 연기 코치라는 이동주의 것이다.

  “오랫동안 셰익스피어 때문에 영국을 부러워했다. 이제부터 세계인들이 한국을 부러워할 것이다. 한국에 최우근 작가가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최우근이 어떤 작가이기에 셰익스피어 귀싸대기를 때릴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이런 궁금증은 독자를 너무 큰 기대를 품고 책장을 넘기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게 극작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지, 그렇지 않은지, 만일 그렇지 않을 것 같다면 추천사를 왜 본문 앞에다 배치했는지, 조금 궁금하다. 하여튼 나도 부푼 기대감을 안고 문제의 <이웃집 발명가>의 첫 장을 넘겼다.

  이 책 《이웃집 발명가》는 네 편의 희곡을 실은 희곡집이다. 네 편 다 코미디. 마음에 든다. 진지한 비극을 포함하지 않으면 진정한 희극이 될 수 없는 법. 자꾸 기대치가 위험 게이지에 접근한다. 이 가운데 표제작이자 작가의 데뷔작인 <이웃집 발명가>를 소개한다.


  등장인물은 발명가 공동식 박사, 한 동네 사는 미혼의 교사 로즈밀러, 그리고 공동식 박사의 다양한 과학적 처치에 의해 사람의 말을 하고 알아들을 수 있으며 지능 역시 사람 수준으로 발달했지만 공을 보면 달려가 물어오고 싶은 본능까지 없애지 못한 애완견 한 마리. 이렇게 셋이다.

  공동식 박사는 한 마디로 천재다. 이이가 인류 최초로 발명한 건 책 속에 나오는 타임머신이 아니라 진짜 타임머신인데 팔뚝시계처럼 팔목에 차고 운전할 수 있는 콤팩트 형이다. 통나무를 투명하게 만들어 그 안에 설치해 보이지 않고 유지 경비도 들지 않는 생화학적 경보장치, 흔히 공중부양 장치라고 일컫는 ‘반중력제어기’, 머리카락 하나만 있어도 반경 5백킬로 내에 있는 생물체를 찾아낼 수 있는 DNA 추적기, 기계 안에 뭐든지 집어넣고 작동시키면 ‘뭐든지’를 분자상태로 바꾸어 사라지게 하는 물질소멸기, 반대로 공기 중 분자를 추출하여 원하는 물체를 만들어내는 물질발생기.

  물질 발생기가 모든 물체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삼선짬뽕이 먹고 싶다고 삼선짬뽕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삼선짬뽕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 양송이, 청경채, 죽순, 말린 해삼, 냉동새우, 오징어, 죽순, 양파, 생강, 마늘, 고추기름, 대파 기타 등등을 딱 그것과 같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제공한다. 굳이 삼선짬뽕을 예로 든 이유는 두번째 작품으로 실린 <판다 바이러스>에서 판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자기 먹을 삼선짬뽕 두 그릇을 주문하는데 특별히 삼선짬뽕에서 해삼, 새우, 오징어, 양파, 청경채, 양송이… 심지어 면까지 빼고 달라는 장면이 나온다. 판다 바이러스에 걸려 판다로 몸이 바뀌었거나 바뀌는 도중에 있는 사람은 삼선짬뽕에서 오직 죽순만 먹을 수 있어서. 그럼 눈치 팍 채셨지? <이웃집 발명가>에서는 사람만 한 개dog 블랙이 등장하고, 다른 작품에선 판다로 변신하는 사람이 나온다는 거. 우린 이런 현상을 읽으면 언제나 카프카의 그레고리 잠자를 연상할 수밖에 없다.

  발명가는 자기가 만든 것이 후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도 자기가 개발한 원자폭탄이 정말로 사람 사는 도시에 떨어져 숱한 목숨을 해칠 줄은 몰랐다고 하니까. 위에 말한 발명가의 작품 속에서도 물질소멸기를 이용하면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고 살인 등의 완벽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발명가는 그저 한 현상을 창조한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족속이다. 이렇게 최우근은 주장한다.

  이 동네 발명가 공동식 박사는 그러나 자기가 얼마나 천재인지, 얼마나 위대한 것을 발명했는지 사람들이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하나를 만들 때마다 동네사람들 한테 일일이 전화를 해 언제 신제품 발표를 할 터이니 일차 왕림하시어 자리를 빛내 달라고 초청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처음엔 동네사람들이 기대에 차서 구경하러 왔다가 별 괴상망측한 기계만 들이대는 바람에 이제는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얼마 전에 동네 학교에 새로 발령받아 로즈마리라는 선생이 전입신고를 해서, 처음이니까 궁금하기도 하고, 초청 전화까지 했는데 안 가보면 실례인 것도 같고 해서 발명가의 집을 방문하면서 드라마의 막이 오른다.


  이번에 발명한 장치는? 어둠발생기. 발명가의 작업실에는 커튼을 달지 않은 커다란 창문을 통해 한낮의 햇빛이 찬란하게 들어오고 있다. 동네 사람들 가운데 유일하게 방문한 로즈마리 혼자 작업실에 있으니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 그리고 개 한 마리. 먼저 방문해주신 것에 심심한 감사를 표한 발명가는 곧이어 장치를 가동시켜 단번에 어둠이 작업실을 완벽하게 덮게 만든다. 갑자기 사물이 보이지 않게 깜깜해지자, 젊은 여성 로즈마리는 당연히 두려움에 휩싸였고, 나중에 알게 되지만 별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발명가, 우리의 공동식 박사는 비명에 잠깐 중심을 잃어 허우적 대다가 아주 잠깐 로즈마리의 몸에 손끝이 조금 스치기는 했다. 곰탕집 주인의 손이 손님 엉덩이를 스친 것만큼? 그건 모르겠고 하여간 조금 닿기는 했다고 자기 개 블랙에게 고백한다.

  오직 발명 생각만 머리에 가득 찬 박사가 얼른 기계 작동을 멈추어 다시 작업실이 환해지자 당연히 로즈마리는 어둠 속의 치한으로 박사를 몰아붙였고, 박사가 적극적으로 변명을 해 그럴 의도가 없었음을 설득한 후, 이제 로즈마리는 박사를 들들 볶기 시작한다. 이 어둠발생기는 백주 대낮을 활보하는 치한들을 위한 기계라고. 그러다 이런 주장이 발전해, “발명가들은 선량한 시민들의 인생에 보탬이 될만한 발명품을 만들어낼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p.47) 사람 살이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어둠발생기 가지고 도대체 인류복지 증진을 위해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발명가의 철학과 완전히 다른 로즈마리의 생각. 이들이 서로 대립하고 충돌하면서 각종 말도 안 되는 대사를 하는 것이 극을 코미디로 만드는 과정이다. 로즈마리는 말로 하다가 그걸로 성이 차지 않아 고이 간직하고 있고 가끔이지만 잘 사용하고 있는 장치들을 하나하나 물질소멸기에 집어 던지고 만다. 손목 착용 타임머신을 시작으로 위에 소개한 거의 모든 장치들.

  이렇게 갈등은 절정을 향해 뻗어가 급기야 개 같지 않은 개, 블랙의 두뇌를 원위치 시켜 보통 개다운 행복한 삶을 살게 하라고 요구한다. 이 말을 들은 블랙, 다시 진짜 개로 돌아가고 싶을까? 눈치를 보니 강단이 세지 않고 오직 발명에만 신경을 집중해 허약하기 그지없는 공동식 박사가 로즈마리의 강요를 이기지 못해 정말 자기를 진짜 개로 만들 거 같아서 그 길로 박사의 집에서 내뺀다. 이후 어떻게 됐을까? 그건 가르쳐드릴 수 없다. 희극이란 걸 감안하면 대강 계산이 나올 것이니.


  재미있다. 그렇다고 셰익스피어의 귀싸대기를 올려 부칠 정도라고 하는 건 오버 중에서도 크게 오버한 거다. 나머지 세 작품도 읽기에 괜찮다. 대인지뢰를 밟아, 발을 떼는 순간 지뢰가 폭발해 죽을 처지에 놓인 남자의 상태로 현대인의 삶을 비틀어버린 <거기에 있는 남자>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내 취향에 대사가 과하게 많다. 정막과 고요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을 선호하는 나는 아무리 희극이라도 너무 번다스러워 마음에 좀 덜 들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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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11-28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자들은 오히려 이런 상상을 잘 안 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소설가의 몫이고 과학자들은 그게 불가능하지도 않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어 실제로 달라붙어 일을 하고…그렇게 세상이 바뀌어가는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 작가 이 소설도 그냥 지나칠게 아니네요. 세익스피어의 재림과 다른 차원에서요.
다양한 쟝르의 책들을 참 부지런히 읽으십니다.

Falstaff 2025-11-28 15:39   좋아요 0 | URL
아휴... 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썼다가 도무지 제가 하는 이야기가 뭔 주장인지도 몰라서 다시 지우고, 그래도 또 썼다가 또다시 지웠는데, 결론은... 과학은 걍 과학자들한테 맡기고 내버려두자.. 하는 거였습니다.
결국 인류의 생존을 늘일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 과학자/기술자 뿐이니까요.

hnine 2025-11-28 17:59   좋아요 0 | URL
어머나, 제가 너무 모호하게 댓글을 달았었나봐요.
‘상상력은 소설가를 못따라간다‘ 이런 뜻이었어요.

Falstaff 2025-11-29 04:14   좋아요 0 | URL
에휴, 제가 잘 못 알아들어서 그랬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