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모든 일이 일어난 미래
염승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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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2년에 서울에서 나 동국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도 문예창작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책 속에 네 번째 실린 단편 <진영의 논리>의 주인공 진영이 박사과정을 수료하기만 하고 논문을 제출하지 못한 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최소임금을 조금 넘는 강사료만 받아 사는 시간 강사인데 잘 살펴보면 진영 속에서 작가 염승숙의 모습 일단을 찾아볼 수도 있겠군. 중학교 교사로 딱 하루 ‘교감’의 직위를 단 채 명예퇴직한 진영의 엄마 이구옥, 애인 ‘전’과 헤어지고 난 다음에 전의 씨톨이 자기 배 속에 착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진영의 모습은 백퍼 염승숙의 상상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진정으로 아니기를 바란다. 작품들 속의 모든 주연급 등장인물이 염승숙과 비슷하지도 않기를, 완전히 다른 족속이며, 1도 양보 없이 몽땅 작가의 전두엽 속에서 창조한 인물이며 스토리이기를 바란다. 뭐 세상에 이렇게 암울하고, 패배적이고, 모두, 모두 남의 탓 때문에 불행해질 수 있는 거야? 여태 사람들은 어떻게 숨이라도 쉬고 살았을까 싶은 우울의 골짜기를 또다시 구경하게 될지 난 미쳐 몰랐네. 이런 장면들이 싫어서 우리 소설을 좀 멀리 했었건만, 그래서 읽더라도 파르티잔이나 아나키스트들 같이 새로운 문학적 변혁을 꾀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작가들을 골랐었는데, 아이쿠, 언젠가는 한 번 또다시 걸릴 줄 알긴 알았으나, 이렇게까지 읽는 일이 힘들다는 걸 깜박 잊었지 뭐야.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래 마지막으로 발악하듯 책읽기에 집중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런 나날들을 지워가고 있는 중에 이렇게 우울하고, 아픈 이야기를 읽기 싫다. 나는 책만 많이 읽지 문학적 소양이 깊은 사람이 아니다. 염승숙의 문학적 재질이 어떤지 모르겠고, 이이의 작품이 어떤 무게로 진심을 드러냈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이제 염승숙의 작품은 더 찾지 않겠다.

  혹시 울고 싶은 마음 있는 분이라면 이 책 읽고 등장인물들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통곡 한 번 하면 시원하긴 하겠다.

  나는 더 이상 이이의 작품을 읽지 않을지라도, 염선생의 건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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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2026-03-11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조만간 황동규 시인의 <악어를 조심하라고?>가 올라오겠군요. 저번 달에 일러주셨었죠. 한달이 뚝딱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또 어떤 책들이 먼저 독후감으로 모습을 보일지 은근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따라 읽어보고 싶은 책은 많지만, 하드웨어가 부실하여 다 담아내기는 어려울테니 하나둘 차근히 읽어보겠습니다. ㅎㅎ

Falstaff 2026-03-11 07:28   좋아요 1 | URL
아이고, 기억하시는군요! 고맙습니다.
넵. 다음주 화요일입니다. ㅎㅎㅎ 황동규 읽으니까 문제가 있더라고요. 다른 시인들의 시집이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도서관 서가에서 뽑아 좀 읽어보다가 다시 꽂아둔 것이 몇 번인지 모르겠습니다. 딱 한 권 더 읽었을 뿐이예요. 이러면 안 되는데 싶지만 뭐 어쩔 수 있습니까. 다시 읽힐 때까지 기다려야지요. ㅎㅎ

yamoo 2026-03-1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생각해도 뽈님은 정말 대단하시다는!! 이렇게 가열차게 문학을 읽고 독후감을 올리는 알라디너는 절대 없다는! 알라딘에서 상줘야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