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2월
평점 :
.
1982년 인천생. 가정사는 소개하지 않겠다.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현재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이 책이 다섯 번째 소설집인 것 같다. 말로만 백수린, 백수린 하는 걸 들었지 여태 한 권도 읽어보지 않은 게 좀 뒤늦은 것 같기도 하고 진작 읽어볼 걸, 후회도 되고 그렇다.
재미있는 것이, 정말로 재미있다는 얘기는 아니고, 1982년생이면 지금 마흔셋 정도. 그럼에도 나이든 노인이 연이어 등장한다는 점. 읽으면서, 조금 위험한데, 싶은 골목길이 자주 눈에 띄었다. 책에 실은 작품은 마흔 앞뒤로 쓴 것이 터, 노인의 심리상태를 포착해 추리할 수 있을 뿐 그들의 관점을, 그들이 납득할 수 있게 표현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거꾸로 말하자면 지금부터 20여 년 전, 작품 속 등장인물이 20대 초반이던 시절에, 지금 세대가 아닌 20년 전 세대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에 관해서는 적절하게 묘사할 수 있겠지. 자기도 한 때는 스무살이었으니까. 그리하여 나는 책 속의 작품들을 읽으며, 빼어난 감수성과 섬세한 문장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서재에 앉아 책상 위에서 쓴 글이라 단정했다. 그런데 딱 이 순간, 이런 문장이 눈에 띈다.
“스무 살 때 다혜는 자신이 언젠가는 늙을 것이라는 사실을 조금도 믿지 못했다. 겨우 스물여덟 살이었을 때는 이제 늙어버린 노인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노인의 마음을 안다고 믿었다니. 주제넘은 오만. 어리석은 소리. 다혜는 아무것도 몰랐다. 여전히. 지금도.” (<눈이 내리네> p.209)
그리하여 나는 피시식. 세웠던 날을 접었다. 백수린이 참 사려 깊은 작가구나.
문장이 정치精緻하다. 매 순간 정치하려다 보니 과장이 심하고 상황도 안 맞는 순간이 잦은 빈도로 눈에 띈다. 어떤 장면인지 탁 집어서 이야기하지 않겠다. 백수린을 좀 더 읽어보고 난 다음에 말하자.
굳이 사족을 붙여볼까? 개 좋아하는 개엄마, 개아빠들은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듯.
진짜 사족. 40년 전에 청년이었던 나는 오정희를 정말 좋아했다. 백수린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오정희를 읽어도 그때만큼 좋을까? 그래서, 정말로 오정희를 다시 읽어볼까, 잠깐 생각했다가, 관뒀다. 좋았던 건 좋은 순간으로 남겨두겠다는 심정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