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연습하는 법 - 어학부터 스포츠까지, 인지심리학이 제시하는 배움의 기술
아투로 E. 허낸데즈 지음, 방진이 옮김 / 북트리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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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선 어떤 능력이 필요하고 무엇을 연습해야 할까?

 

작년부터 탐구 중인 주제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작가, 예술가 = 타고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일부의 천재들은 그렇게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을 것이다. 약간의 재능과 노력이 더해져 능력을 꽃피우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믿는다. 그래서 흔한 자기계발서부터 과학 도서, 자서전 등을 살피며 자료를 모았다.


숙달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뇌과학 책 『제대로 연습하는 법』은 미국 휴스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언어와 뇌에 관한 실험적 · 임상적·이론적 연구를 다루는 국제 학술지 《신경언어학 저널, Journal of Neurolinguistics》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아투로 E. 허낸데즈 (Arturo E. Hernandez)의 책이다.

 

원제는 『Mastery: How Learning Transforms Our Brains, Minds, and Bodies』으로 직역하면 '숙달 : 학습으로  두뇌, 마음, 신체를 변화시키는 방법'인데, 국내 책 제목은 은유적이라 많은 뜻을 내포한 느낌을 준다.


<1만 시간의 법칙 Ver.2>

책 『티핑 포인트』, 『블링크』 등으로 유명한 말콤 글레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인용하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약 1만 시간의 의식적이고 체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이론인데,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의 연구였다.

 

 

『제대로 연습하는 법』의 저자는 에릭슨과의 만남을 서두에서 언급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1만 시간의 법칙 한계와 개선 방안을 언급하는 부분이 인상 깊다. 책이 마지막 부분에서 핵심을 다시 정리해 주는데 다음과 같다.

 

 

<숙달의 다섯 가지 원칙>

의지 : 숙달의 경지를 추구하는 각자의 여정에서 반드시 스스로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숙고해야 한다. 323쪽

능력 : 누구에게든 발전시켜 나갈 만한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을 찾는 것이 숙달의 경지로 가는 길의 두 번째 열쇠다. 325쪽

기회 : 기회를 포착하려면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327쪽

유연성 : 새로운 관점에서 새롭고 놀라운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일단 그렇게 변화를 주었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328쪽

명료성 : 명료성은 가장 어려운 원칙이다.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329쪽


<어렵지만 도전해 볼 만한 책>

『제대로 연습하는 법』은 어렵다. 제목만 보고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문 용어도 많이 등장하고 문체가 딱딱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독자에 따라선 대학 교재를 읽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고생을 하면서도 한 번쯤 볼만한 책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잘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런데 막연하게 열심히 해선 결코 실력이 늘지 않는다. 이 책은 바로 그 부분을 깊이 파고들어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최신 연구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나는 이 책 덕에 2025년 계획을 더 정밀하게 손볼 수 있었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고 내게 도움 될만한 책을 읽고 공부하고 정리하면 성장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전면 수정했다.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책이란 게 원래 그렇다. 저자가 주장한 '숙달의 다섯 가지 원칙' 중 4번째에 괜히 유연함이 있는 게 아니다. 올 연말 한 해를 복기하며 『제대로 연습하는 법』이 얼마나 효과를 보았는지 다시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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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4.겨울호 - 84호
박광규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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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망생이라면 꼭 봐야 할 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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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4.겨울호 - 84호
박광규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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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한 가지 비밀을 털어놓자면 내게는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소설 습작 원고가 있다.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으며 떠오른 아이디어를 내 나름의 방식으로 끄적인 것인데 워낙 졸작이라 혼자만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간직하고만 있어서는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해 내년쯤에는 공모전에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와 『계간 미스터리 2024년 겨울호』를 읽고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뼈 때리는 신인상 심사평과 서미애 작가의 조언>


이번 『계간 미스터리』 2024년 겨울호에는 20여 편의 신인상 응모작이 투고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중 수상작은 한 편도 없었다. 본심에 오른 <독보다 무서운 것>, <살인자의 대출목록>, <아내를 죽이는 일흔아홉 가지 방법>, <X, Y, Z의 비극> 네 편이 있었지만, 심사를 통과하기엔 아쉬운 점이 있었나 보다. 이는 심사위원 평에서 알 수 있었는데, '소재가 생겼다고 무턱대고 쓰지 말고, 그 소재를 어떤 플롯과 캐릭터로 극대화할 것인지를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은 여러모로 와닿았다.


이와 함께 이번 호에는 30년 차 미스터리 소설가 서미애의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글에서도 공모전 심사평처럼 작가 지망생에서 도움 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중 저자가 공모전을 심사하며 출품작에서 가장 먼저 느꼈다는 '조급함'은 나를 지칭하는 것 같아 뜨끔했다. 서미애 작가의 말처럼 '조금만 더 고민하고 이야기를 숙성 시킬 수' 있도록 작가로서의 역량과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 + 독립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계간 미스터리> 2024년 겨울호에서 또 하나 흥미로웠던 글은 박광규 편집장이 쓴 '베스트셀러 순위로 살펴보는 2024 미국 추리문학계 흐름'과 계간 미스터리 편집부에서 정리한 '미스터리 장르 전문 출판사가 본 2024년과 2025년 전망'이다. 전자에서 소개된 책들은 아쉽게도 대부분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았지만, 스티븐 킹 · 존 그리샴 · 데이비드 발다치 등 국내에서도 유명한 작가들이 미국 현지에서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아프로스미디어 · 황금가지 · 블루홀6 · 리드비 · 자음과 모음 · 시공사'처럼 추리소설 팬들에겐 익숙한 출판사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끝으로 매번 서울 여행 갈 때마다 가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방문하지 못했던 독립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탐방기가 흥미로웠다. <계간 미스터리>의 새로운 시도인데 잡지의 오랜 팬으로서 이러한 변화가 반가웠다.


<계간 미스터리>는 이름처럼 계절에 맞춰 한 권씩 발매되기에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요즘은 보기 드문 잡지를 구독하는 사람만의 특권이다. 2025년에도 <계간 미스터리>의 흥미로운 단편소설과 칼럼, 특집 기사는 계속될 것이다. 출판계는 언제나 불황이라지만 든든하게 버텨주는 이들이 있기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언젠가 나도 1인분을 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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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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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뢰성』 다음에 『가연물』이라니. 요네자와 호노부의 최고점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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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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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독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저자의 도전장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저자의 안내를 받는 사람. 전자는 작품 속 단서를 모아 직접 추리하는 사람이고, 후자는 저자가 제시하는 이야기와 결말을 즐기는 사람이다. 

 


정답은 없다. 장르에 따라 추리가 불가능한 작품도 있다. 하지만 공정한 추리소설을 읽으며 저자와 한 번도 '추리 대결'을 펼치지 않은 사람은 추리소설의 진가를 100% 맛봤다고 할 수 없다. 






『가연물』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이다. 일본의 주요 미스터리 문학상인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를 차지한 작품이며, 독자와의 추리 대결을 펼치는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와 예술 영화는 감상 포인트가 다르다>

『가연물』은 <올 요미모노>라는 일본 잡지에 2020년 7월부터 비정기적으로 연재된 요네자와 호노부의 단편 다섯 개를 엮은 책이다. 군마 현경 본부 형사부 수사 1과 가쓰라 경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각각의 단편은 <사건 발생 → 조사 → 단서 수집 → 추리 → 결말>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이 아주 담백하게 표현된다. 등장인물 또한 이렇다 할 서사가 없다. 그 덕에 오롯이 '추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가연물』의 호불호를 가른다.



연쇄살인과 같은 흉악 범죄가 일어나고 경찰이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소설은 분명 흥미롭다. 도파민을 자극하며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들며 결말부에서는 짜릿함을 선물한다. 비유하자면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와 닮았다. 



하지만 일본 추리소설 『가연물』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예술 영화와 비슷하다. 본질에 충실하여 작품의 내공을 느낄 수 있으며, 독자의 태도와 역량에 따라 감상이 달라진다. SNS 상에서 『가연물』에 대한 평이 갈리는 건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직접 운전대를 잡을 용기가 필요하다.



<단서는 모두 주어졌다>

한 줄 평의 775분(12시간 55분)은 내가 『가연물』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이고 위 표는 상세 내역이다. 330쪽 내외의 책을 읽는 데 13시간 가까이 소모하는 건 분명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수고가 필요하다. 사건 현장을 상상하고 주인공처럼 단서를 모으며, 작가가 심어둔 복선을 찾아 해답에 도달하는 건 '공정한 추리소설'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별미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참고로 약간의 힌트를 주자면 첫 번째 단편 <낭떠러지 밑> 어떤 흉기가 사용되었나이고, 두 번째 ~ 네 번째 단편은 범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이고, 다섯 번째 단편은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해 추리하는 문제이다. 소설 속에서 굵은 글씨로 쓰인 단어와 주인공 가쓰라 경부가 반응하는 곳에서 잠시 멈춰 추론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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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함'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했지만, 『가연물』은 소설로서도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작가가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방식, 배경을 설명하는 방식, 플롯을 배치한 방식, 독자의 시선을 돌리는 기교 등 노력하는 천재 요네자와 호노부의 기술을 마음껏 엿볼 수 있다. 



일본 추리소설 시장이 오래도록 인기를 유지하며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이유는 중 하나는 '유연함'이다. 본격 미스터리 · 사회파 미스터리 · 신본격 미스터리를 거쳐 최근 몇 년 동안 유행한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를 지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본격을 이야기하는 게 여러모로 대단하다. 그 증거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가연물』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이다.



킬링타임용 충격의 반전이 기다리는 추리소설을 기대하는 독자에게  『가연물』은 분명 심심할 것이다. 하지만 편식은 좋지 않다. 저자가 보낸 도전장을 열어보길 권한다.




<참고 자료>

1. books.bunshun / 祝 『可燃物』ミステリランキング3冠! 米澤穂信による警察ミステリの新たな傑作。刑事の“名探偵”は菓子パンとカフェオレがお好き?

2. book.asahi / 米澤穂信さん「可燃物」インタビュー 主人公は現役警部、ミステリ小説で描きたい「より大きなもの」

3. sankei / 謎解き小説の核とは 『可燃物』米澤穂信著

4. books.bunshun / ミステリーを書くために“警察”を選んだ――『可燃物』(米澤穂信)

5. 디시 인사이드 추리소설 갤러리 /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024 요네자와 호노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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