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에 한국사가 있다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 한 권으로 독파하는 우리 도시 속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ㅣ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함규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7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틈날 때면 역사책을 펼친다. 가장 좋아하는 건 유홍준 저자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시리즈>인데 오랜만에 괜찮은 역사책 한 권을 만났다.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는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함규진 저자의 책이다. 한국사는 물론 세계사 · 사상사 등에도 조예가 깊은 그는 한마디로 박학다식한 사람이다. 주요 집필서로는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세계사를 바꾼 담판의 역사』,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등이 있고, 2010년에는 『왕의 밥상』으로 조선일보 논픽션 대상을 받기도 했다.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는 2020년 세계사를 시작으로 일본사, 미국사를 차례로 출간하고 23년 7월 한국사가 발간되었다. 일반적인 역사책이 시간순으로 쓰인 것과 달리 이 시리즈는 ‘도시의 역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점이 이색적이다.

<도시로 살핀 한국사의 가치>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드물 것이다. 하물며 여행지는 더더욱 관심 밖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맛집 찾기에 들이는 시간 절반만큼 여행지 역사를 공부한다면 분명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는 서울을 시작으로 수원 · 공주를 거쳐 제주와 부산을 반환점으로 돈 뒤 북한의 주요 도시 개성과 발해의 꿈을 간직한 도시 닝안으로 마무리 된다.

시간순으로 배치 된 게 아니기에 관심 가는 도시 위주로 읽어도 충분한 역사책이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등과 같은 역사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이라 역사책이지만 비교적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역대 시리즈 중 최고 분량>

지금까지 발매 된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는 총 4권으로,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360쪽

『30개 도시로 읽는 일본사』 408쪽

『30개 도시로 읽는 미국사』 376쪽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696쪽

이다. 앞서 나온 책들이 3~400쪽 내외인 걸 감안하면 ‘한국사 편’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 갔는지 짐작된다. 무엇보다 흑백이 아닌 컬러 사진인 점이 인상 깊다. 여러가지 이유로 역사책에 첨부 된 사진 자료는 흑백이 많은데 독자 입장에선 이게 은근 아쉬웠다.

시리즈 역대 최다 분량인 만큼 저자는 각 도시마다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았는데, ‘서울’이 10~84쪽을 차지하며 가장 자세히 소개된다. 나머지 도시들은 역사와 흥미로운 주제를 중심으로 서술되었다.

독자에 따라 아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북한 도시 10곳을 넣어 남한 분량이 줄었다는 점과 30개 도시를 다루다 보니 깊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더불어 부산 시민의 시선으로 봤을 때 부산을 해운대 중심으로 소개한 점은 아쉬웠다. 시대에 맞춰 다른 광안리나 기장 쪽 역사를 소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지 않았다. 서울을 시작으로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도시 위주로 읽었다. 연속성이 거의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역사 예능을 볼 때 드라마처럼 1화부터 정주행하지 않듯이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또한 틈틈이 읽기 좋은 역사책이다. 

이런 분에게 추천 :

1. 역사책 좋아하는 분.

2. 여행 좋아하는 분.

3. 역사 예능 좋아하는 분.

4. 우리나라의 역사를 도시를 통해 알고 싶은 분.

5. 틈틈이 읽기 좋은 역사책 찾는 분.

한 권으로 끝내는 오키나와 여행의 모든 것

오키나와 홀리데이 - 2023-2024 최신 개정판 ㅣ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16
인페인터글로벌 지음 / 꿈의지도 / 2023년 6월

내가 처음으로 일본 여행 가이드북을 구매한 건 군제대 후 나홀로 해외여행 계획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지만, 2010년 대 초중반에는 인터넷에서 자세한 여행 정보를 구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서점을 들러 가이드북 한 권을 구매하고 지도를 인쇄해 여행을 떠났다. 숙소와 맛집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덕분에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추억 덕분인지 나는 지금도 가이드북을 종종 펼친다. SNS가 대중화되며 입지가 줄었지만, 여행책 전문 출판사들이 아직도 망하지 않았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건 개인이 따라갈 수 없는 전문성과 차별성 덕분이다.

『오키나와 홀리데이』는 여행책 전문 출판사 ‘꿈의 지도'를 대표하는 홀리데이 시리즈 중 한 권이다. 2022년 말부터 『소소낭만, 일본 소도시 여행』, 『일본 온천 여행』, 『일본 기차 여행』, 『후쿠오카 사가 나가카시 홀리데이』, 『훗카이도 홀리데이』, 『오키나와 홀리데이』, 『오사카 홀리데이』까지 국내 출판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일본 관련 여행책을 출간하고 있는 곳이기에 신뢰도가 높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책 모두가 2023~2024년 최신판으로 개정되었기에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에게 자신있게 추천한다.

 <가볍고 꼼꼼하고 친절하다>

그간의 홀리데이 시리즈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오키나와 홀리데이』는 크고 무거운 가이드북과 달리 가방에 쏙 들어갈만큼 휴대성을 고려한 판형으로 제작되었다. 자연스레 ‘작은 만큼 내용이 부실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가이드북을 종종 챙겨 본 독자로서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가이드북을 보는 건 알찬 루트, 대중적인 여행지 혹은 특별한 장소, 맛집 등을 알고 싶어서이다. 그런 독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이 책은 서두에서 <아이와 함께 떠나는 4박 5일 가족여행>, <로맨틱 절경 4박 5일 드라이브 코스>, <렌터카 없이 떠나는 6박 7일 오키나와 & 야에야마 제도 실속여행>을 알려준다. 가이드북을 정성스럽게 정독하는 독자는 드물텐데, 이 책의 목차를 살피며 자신의 여행 테마에 맞춰 계획을 짠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최신 정보(2023년~)를 담은 유일한 오키나와 가이드북>

온라인 서점에 ‘오키나와’를 검색하면 가이드북이 여러 권 나오는데 2023년에 출간 된 책은 『오키나와 홀리데이』가 유일하다. 수많은 관광지처럼 오키나와 또한 코로나 피해를 크게 입었는데, 블로그에 소개 된 식당이나 숙소 중 없어진 곳이 많다. 발 빠르게 정보를 업데이트해 가이드북을 만든 꿈의 지도 출판사가 얼마나 여행에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책에서는 관광지, 체험 스폿, 먹거리, 숙소, 쇼핑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챕터 별로 소개하는데 본인의 일정에 맞춰 참고하면 좋겠다. 더불어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오키나와인 만큼 지역마다 특색이 강한데, 『오키나와 홀리데이』는 나하 · 남부 · 중부 · 야에야마 제도로 나눠 지역별 가이드를 제공한다. 오키나와 방문이 처음인 사람과 여러 번 방문한 사람 모두 만족할만한 부분이다.

단언컨데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오키나와 가이드북이다. 휴대성 · 정보성 · 최신성 등 올해나 내년 중으로 오키나와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라면 분명 이 책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블로그나 인스타, 유튜브를 통해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여행책만이 가지는 장점과 감성은 SNS는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오키나와 여행을 계획 중인 모든 분에게 『오키나와 홀리데이 2023~2024』을 권해본다.

이런 분에게 추천 :

1. 오키나와 여행이 처음인 분.

2. 가족과 함께 오키나와 여행을 계획 중인 분.

3. 연인과 함께 오키나와 여행을 계획 중인 분.

4. 오키나와 최신 여행 정보 찾는 분.

5. 오키나와 지역별 상세 정보 찾는 분.

여름 휴가엔 추리 잡지 한 권

계간 미스터리 2023.여름호 - 78호
전현진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6월

흔히 여름하면 추리와 공포소설을 떠올린다. 등골 오싹한 이야기와 통쾌한 반전과 결말이 시원한 느낌을 선물해서 그렇지 않을까 짐작한다. 몰입을 위해서는 장편소설이 제격이지만 가끔은 『계간 미스터리』와 같은 짤막한 추리/미스터리 잡지를 읽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계간 미스터리 2023년 여름호』의 테마는 ‘휴가’다. 단편 소설 <휴가 좀 대신 가줘> 김영민, <불꽃놀이> 박소해, <KIND OF BLUE> 정혁용, <머나먼 기억> 류성희. 모두 휴가를 주제로 한 작품인데 웃프면서 냉소적인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호에서 인상적인 칼럼을 선보였던 백휴 작가의 장편 연재 소설 <탐정 박문수 성균관 살인사건 1>과 구병모 작가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이번 호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추리소설 작가 지망생이라면 반드시 살펴야 할 잡지>

『계간 미스터리 2023년 여름호』에서는 아쉽게도 신인상 당선작이 없다. 수상 여부를 논의한 작품은 있었지만, 추리소설에서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설정 오류가 있는 부분 때문에 선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사위원이 강조하는 부분은 한 가지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키워라.’ 얼핏 당연한 이 말이 지켜지지 않는 건 그만큼 응모자들이 추리소설을 쉽게 생각하지 않나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든다. 반대로 계간 미스터리 심사위원 및 편집부의 품격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에 이번 심사평은 추리소설 작가 지망생에겐 더할 나위 없는 반성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봄 호에 비해 분량은 줄었지만 밀도는 여전하다. 특히 지난호에 이어 르포나 칼럼 같은 글의 질이 매우 높다. 한국에서 이정도 수준의 추리 ·미스터리 · 범죄 칼럼을 볼 수 있다는데 감사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야수들이 말한다.

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6월

『작은 땅의 야수들』은 1917년부터 1965년 사이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가장 아픈 역사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모두 관통하는 배경은 독자로 하여금 과거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그런 소설이 머나먼 미국 땅에서 먼저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화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얼핏 『파친코』(이민진, 2022, 인플루엔셜)와「미스터 션샤인」(2018, tvn)도 생각나는 이 소설은 눈보라 치는 산 속에 홀로 사냥에 나선 한 사람을 그리며 시작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인데 작가의 유려한 문장이 책장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이렇게 시작한 프롤로그는 1장부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데, 은실 · 월향 · 연화 · 옥희인데 이중 옥희가  『작은 땅의 야수들』가 소설 속 핵심 인물이 된다. 이후 전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1919년 3.1운동이 펼쳐지고 독립운동, 광복, 전쟁, 분단이란 격동의 세월이 흘러간다.

말 그대로 혼돈의 시대였다. 저마다의 이념이 충돌하고 나라 간의 알력이 부딪치는 그런 와중에 국민들을 나라를 버리지 않고 지키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저자는 이 소설을 6년 동안 집필했다고 한다. 어쩌면 익숙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그렇기에 또 반갑기도 한 그런 작품이다. 

『작은 땅의 야수들』의 장르를 굳이 분류하자면 대하역사소설이라 하고 싶다. 전쟁, 분단, 사랑, 우정,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번역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서사로 이러한 문제를 덮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00자평] 탐정소설 수감(隨感)

[전자책] 탐정소설 수감(隨感)
김내성 지음 / 온이퍼브 / 2019년 1월

PDF라 글씨 사이즈 변경이 불가해서 폰으론 보기 힘듭니다. 더불어 분량도 짧습니다.(읽는데 3분도 안 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