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시 문학을 사랑한다면 - 잃어버린 감수성을 찾아 떠나는 열아홉 번의 문학 여행
이선재 지음 / 다산초당 / 2023년 10월
평점 :
“소설을 꼭 읽을 필요가 있어?”
오래 전 지인에게 받은 질문이다. 나는 오래도록 고민했지만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원론적인 답은 여럿있다. 재미를 위해서 ·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 다양한 경험을 위해서. 하지만 스스로 납득하기엔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문학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의 난제인듯하다.
『다시 문학을 사랑하려면』은 공부원 국어 영역 일타강사 이선재의 에세이다. 2013년부터 강사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우연찮게 진로를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초창기 강의가 폐강돼는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무명 강사 시절을 보내야했는데, 그때마다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게 문학이었다고 한다.
<청춘 · 성찰 · 욕망 · 사랑 · 용서 · 사유 · 배움>
『다시 문학을 사랑한다면』은 저자의 삶을 통해 문학의 가치를 재고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청춘 시절, 사랑 과 욕망 등 다양한 감정의 통과의례를 겪는다. 저자는 이 과정을 문학과 엮어 풀어내는데, 자연스럽게 문학의 가치를 드높이는 부분이 인상 깊다.
책 속에선 각 장 별로 꽤 많은 문학이 등장하는데 독자에 따라 반가운 작품도 있고, 생소한 작품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부분이 바로 우리 삶에 문학이 필요한 이유일텐데, 저자는 이에 대해 울림 있는 말을 전한다.
‘문학은 그 어떤 삶이든 틀린 것은 없다고 끊임업싱 말해주고 있습니다. 백 명의 사람에게는 백 가지 이야기가 있을 뿐 절대적인 삶의 기준은 있을 수 없다고 말이죠’ (15쪽)
‘문학은 정해진 답을 알려주고 삶의 방향을 이끄는 대신 ‘인생은 불완전한 사람들이 불완전한 방식으로 정처 없이 헤매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해줍니다. (284쪽)
< ‘다시’ 문학의 곁으로>
책 제목은 많은 걸 이야기한다. 물론 저자의 생각과 달리 출판사 마케팅 차원에서 결정되는 경우도 많지만, 이선재 강사의 인터뷰를 살펴 보니 『다시 문학을 사랑하려면』은 저자 의견이 많이 반영된 듯 보인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시’라는 말을 좋아하기도 하고 되게 두려워하기도 하죠. 수험생들에게 ‘다시’란 말은 굉장히 무서운 말이고요. 실패를 의미하면서 다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도 하지만
힘을 주는 말이기도 해요. 우리가 ‘다시 힘을 내자’, ‘다시 한 번 해보자’, 다시 함께 가자’, 이런 어떤 힘을 주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매번 매번 모든 순간의 매듭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겠습니까? 매번 인생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게 사실 문학이거든요. 지금 ‘다시’라는 말을 약간 절망적으로 ‘내가 이걸 다시 해야 하다니, ‘다시 수험을 해야 하다니’, ‘다시 이 일을 해야 하다니’ 이렇게 받아들인 수험생들이 계시다면 이 책을 읽고 생각을 좀 바꾸셔서 ‘다시’라는 말에서 희망을 찾고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유튜브)
<소소한 아쉬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책을 사랑하는 한 명의 독자로서 이 책이 아쉬웠던 건 소개된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와 첨부 된 그림 표기에 대한 부분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다양한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데 꽤 많은 내용을 이야기한다. 결말을 언급한 작품도 있는데 독자에 따라 민감한 사람도 있기에 미리 언급해주거나(‘스포일러 주의’라던지) 돌려 말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책에 실린 그림이다. 그 어디에도 화가와 작품명이 표기 되어 있지 않다. 처음엔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인가 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해보니 ‘폴 시냐크’의 작품이었다. 책에 아에 표기가 되지 않은 건 아니다. 맨 뒷장의 출판정보란에 자그마하게 ‘본문 이미지 : Paul Sinac’라 적혀있었다. 책 내용과는 무관하다고 할 수 있지만, 출판물의 완성도를 생각했다면 조금 더 신경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삶에 문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말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그 중 명확한 해답을 내놓는 책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문학은 그만큼 넓고 깊으며 무엇보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훌륭한 저자들이 문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책이 꾸준히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가 문학의 소중함을 잊지 않을테니 말이다. 한 때 문학을 사랑했지만 삶에 치여 잠시 멀어진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다산 초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