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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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문맹률은 지극히 낮다. 일제의 만행으로, 광복 직후 12세 이상을 기준으로 인구의 78%가 문맹이었던 한국은 문맹퇴치사업(1954)을 거치며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한글이라는 훌륭한 언어와 국가적 노력으로 현재 우리나라 국민 중 말하고 쓰고,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드물다는 증거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율(literacy)’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떨어진다. 문해율, 문해력이 떨어지는 게 큰일인가 싶겠지만, 현대사회의 쏟아지는 정보를 빠르게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극단적 발언일지 모르지만, 이에 대한 능력을 방치할수록 도태되어 시대에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고리타분하고 정석적인 방법이지만, 문해율을 올리려면 언어에 관한 공부와 독서가 필수다. 흔한 착각이 ‘책 읽는데 연습은 필요 없다.’인데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독서’의 기준은 글을 배우고 읽는 것에 멈춰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야만 문해력을 올릴 수 있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2010)은 ‘독서’라는 기술을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은 크게 1~3부로 나뉘어 있고, 1, 2부에서는 책 읽는 방법과 슬로리딩에 관해 설명하고, 3부에서는 이론을 직접 작품에 적용해보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 천재 작가의 독서 기술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속독의 무용(無用)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호불호가 갈릴 순 있다. 그러나 책을 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와 작가가 실제 독서를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어서 직접 읽어 보고 판단하길 권한다.


<책 읽는 기술이란?>

저자는 서두부터 ‘사람들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외로 무신경하다. 보통 사람들은 책을 읽는 방법을 굳이 남에게서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중략) 책을 읽기 위해서는 요리나 자동차 운전처럼 나름대로 기술이 필요하며, 조금만 아이디어를 짜내도 독서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5P)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필요한 기술이 ‘슬로리딩’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음식에 비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먹는 음식의 맛을 느끼기란 어렵다. 여유 있게 눈, 코, 입으로 즐기는 식사일수록 음식의 참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책 또한 이와 같다. 저자의 의도, 목차의 의미, 문장의 참뜻과 잡음을 생각하며 천천히 읽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점 때문에 속독보단 슬로리딩을 강조한다. 

쏟아지는 정보와 책 속에서 오독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빨리 읽기 이전에 천천히 정확하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속독은 어디까지나 그 다음 단계의 영역이다. 다만, 때에 따라 빨리 읽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속독(단순히, 급하게 빨리 읽어야 하는 경우 또한)은 눈으로 글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동반하지 않으면 쓸모없을뿐더러 다시 읽어야 하는 불상사만 생길 뿐이다. 중요한 것은 해당 글에 대한 사전지식이고, 이는 해당 주제에 대해 쉽게 풀어 쓴 책을 슬로리딩하며 충분히 바닥을 다져두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속독(速讀), 음독(音讀), 필독(筆讀)의 한계>

책을 읽는 방법 중 속독, 음독, 필독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속독의 경우 앞서 강조한 것처럼 보는데 에너지가 집중되고, 음독의 경우 입으로 소리 내는데 몰입하여 입과 귀에 신경이 쓰이고, 필독의 경우 쓰는 것에 몰두하여 속도가 더뎌진다. 쉽게 생각하면, 묵독을 제외한 독서법 대부분은 눈, 입, 귀, 손 등에 신경이 분산되어 뇌에 갈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평생에 걸쳐 무언가를 읽고 이해하기에 다른 방법들은 번거로워 지속하기가 힘들다. 물론 이 방법들이 힘들어도 가치가 있었다면 전 세계 모든 공교육 기관이 앞다투어 실행했겠지만, 어떠한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저자가 강조한 것처럼 묵독을 슬로리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독서 기술이다. 더불어 책을 읽으며 의문이 생기는 문장과 단락에서 잠시 멈춰 고찰하는 것을 반복하면 어떤 방법보다 알찬 독서를 할 수 있다. 

‘좋은 책에는 어느 것에나 수수께끼가 존재한다. 그것을 푸는 기술은, 독자 개개인이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항상 ‘왜?’라는 의문을 갖고 읽을 것. 이것이 깊이 있는 독서 체험을 위한 첫 번째 방법이다.’(67P)

저자가 강조한 ‘왜’와 ‘슬로리딩’은 서로를 빛나게 하는 최고의 조합이며, 책 읽기가 낯설고, 어려운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두 가지 도구이다.


                                                                                                    

‘책 읽는 방법’을 제대로 익혀뒀을때 좋은 점은 모든 언어에 적용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무시 혹은 방관하는 능력이라 돋보일 수 있다. 책을 더 깊이 읽고 싶은 분, 한 번 읽어도 알차게 읽고 싶은 분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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