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사람을 위한 미스터리 입문
아라이 히사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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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연기 되었던 영화가 올해 다수 개봉한다. 그중 미스터리 팬들의 심장을 뛰게 했던 ‘나이브스 아웃’의 신작도 있다.

2019년 겨울 개봉하여 4천만 달러(약 477억)의 예산으로 전 세계 3억 1천만 달러(약 3,700억)의 이익을 거둔 이 영화는 평단과 관객을 모두 만족시키며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졌던 미스터리 장르가 재조명받는 기회가 되었다.

‘나이브스 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같이 보았던 지인과 필자의 감상이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미스터리 장르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에베레스트산처럼 넘볼 수 없는 높이는 아니지만, 동네 뒷산 정도의 높이 정도랄까. 하지만 우리가 동네 뒷산 오를 때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는 것처럼, 미스터리 장르에 대해 잘 몰라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다만, 약간의 수고를 들인다면 더 큰 즐거움과 성취감이 따라온다.


책의 저자 ‘아라이 히사유키’ 편집자는 이사카 코타로(골든 슬럼버), 온다 리쿠(밤의 피크닉) 등을 담당했고, 20년 넘게 일본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관련 신인상의 1차 심사를 보았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미스터리 장르의 ‘약속’과 소설 쓸 때 유의할 점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게 이 책이다.

책은 ‘들어가며, 1~13장, 끝으로, 부록:소개 작품 알람’으로 구성되어 있고, ‘1~6장은 미스터리란 무엇이고, 갖추어야 할 요건은 무엇인가?’ ‘7~8장은 장르의 분류’ ‘9~13장은 글을 쓸 때 주의할 점, 기억해야 할 점’으로 대략 나뉘어 있다.


<미스터리, 추리소설 이란 무엇인가?>

1장은 ‘미스터리’의 사전적 정의부터 설명한다.

(1)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일이나 사건

(2)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유행한 밀교의 의식

(3)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를 주된 내용으로 하여 그 사건을 추리하여 해결하는 과정에 흥미의 중점을 두는 소설

즉, 우리가 흔히 아는 ‘추리소설’은 미스터리 항목의 세 번째 의미와 같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이 정의에 부족한 점을 말한다. 그것은 ‘수수께끼’와 ‘복선’과 ‘논리적 해결’이다.

우리가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수수께끼’와 ‘궁금증, 호기심’에서 오는 긴장감이다. 그리고 이는 치밀한 ‘복선’과 ‘논리적 해결’을 통해 결말을 맺어야 독자로서 만족할 수 있다. 흥미로운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할지라도 작가 마음대로 써내려간다면 독자는 책을 덮어버릴 것이다. 복선과 논리적 해결은 ‘개연성’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누가?’, ‘왜?’, ‘어떻게?’라는 3요소는 독자가 미스터리 장르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인데, 이러한 장치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책의 중간까지 잘 설명해준다. 

또한 추리소설의 세부 장르와 용어, 추천작을 차례대로 나열한다.  ‘클로즈드 서클, 삼단논법, 본격, 밀실, 미싱링크, 일상 미스터리, 후더닛, 와이더닛, 안락의자 탐정, 리들 스토리’ 등 다양한 단어의 등장은 익숙한 독자에겐 반가움을, 낯선 독자에겐 탐구심을 제공한다. 

다만, 아주 깊이 파고들어 분석한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입문서’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1타 강사의 족집게 강의>

중간까지가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설명이었다면 이후는 미스터리를 ‘써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조언이 가득하다. 복선, 장단편, 세계관, 제목, 설정, 퇴고, 주의할 점 등 편집자이자 심사위원으로서 그간 느낀 점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현실 속 세계=소설 속 세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실에 있는 것을 세세하게 옮겨 적는다고 리얼해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 세계에 흐트러짐이 없다면 아무리 ‘현실’에서 벗어난 이야기라도 독자는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그 흐트러짐 없는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세계를 만든다는 말이여,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과 이어진다.’(174p) 이는 초보 작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를 대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다양한 장르의 독서를 권한다. ‘아무리 대단한 소재라도 선례가 있으면 [표절]이라는 말을 듣게 되고 [그것도 몰랐어?]라는 냉소 섞인 핀잔을 받게 된다.’(231p)

끝으로 무엇보다 ‘쓰는 도중에 [생각한 것처럼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때]나 [생각한 것처럼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반드시 온다. 그럼에도 일단 좌절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써낸다. 그것이 시작 단계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237p)는 말로 독자를 응원한다. 



솔직히 말해, 대중적으로 권할 책은 아니다. 미스터리 장르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해서 글을 써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무용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일단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고, 투자 시간 대비 얻을 수 있는 점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마스셀 프루스트는 말했다. 

“여행의 진가는 수 백 개의 다른 땅을 같은 눈으로 바라볼 때가 아니라, 수 백 개의 다른 눈으로 같은 땅을 바라볼 때 드러난다.”

필자처럼 닥치는 대로 읽는 것도 방법이지만, 많은 사람이 소중한 시간, 한 권을 읽어도 알차게 읽기 바라는 마음에서 일독을 권해본다. 


추천 도서 목록(국내 번역작)

1. 최초의 추리소설 : 모르그 가의 살인(1841)

2. 클로즈드 서클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샴 쌍둥이 미스터리, 시인장의 살인

3. 논리적 해결(삼단논법) :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4. 논리적 해결(본격) : 점성술 살인사건

5. 수수께끼, 소실 : 신의 등불

6. 밀실 :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세 개의 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

7. 미싱링크 : ABC 살인사건, 꼬리 많은 고양이, 호그 연쇄살인(강추)

8. 동요, 시가 : 악마의 공놀이 노래, 옥문도

9. 일상 미스터리 :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사형수 퍼즐, 도서관의 잭 더 리퍼), 

빨간 고양이(그린 차의 아이, 효시), 엔시 씨와 나 시리즈

10. 선입견, 반전 : 외눈박이 원숭이

11. 후더닛(독자에 대한 도전) : 국명 시리즈, 쌍두의 악마

12. 와이더닛(의외의 동기) : 허무에의 제물, 야경(만원)

13. 복선 : 관 시리즈(특히 시계관의 살인),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14. 안락의자 탐정 : 9마일은 너무 멀다, 화요일 클럽의 살인, 흑거미 클럽

15. 리들 스토리 : 특별요리(결단의 순간)

16. 군상극, 연결 : 러시 라이프

17. 타임리프 : 여름으로 가는 문

18. 특수 설정 :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19. 우주 폐쇄공간 : 별의 계승자, SF명예의 전당1(차가운 방정식)

20. 역설 : 브라운 신부 시리즈

21. 문장의 힘, 반전 : 붉은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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