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 사상]은 대학때부터 몇 년 간 꾸준히 정기구독하던 책이다.

신문방송을 전공한 탓에,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진실(truth)을 절대 팩트(fact)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웩더독'이란 영화에서 보여주듯이, 기득 계층은 자신의 잇권을 지키기 위해 이슈를 생산해 낸다. 이를 의제 설정이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의제 설정은 시민들에 의해 도출되어 사회 전반의 관심을 끌고 나아가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의 북풍이, 기득세력이 셋팅한 의제의 좋은 예이다. 김현희가 일으킨 칼기 폭격 역시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조작된 사건이라는 의혹이 있다. 아니, 증거만 없을 뿐 조작이라는 여론이 크다.

그런저런 얘기들을 [인물과 사상]에서 많이 접했다. 그러나 사회활동을 하면서 '내가 너무나 비판적이고, 매사에 의심하는 사람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는 선의의 경쟁이라는 무드를 타고 원활한 인간 관계와 업무 수행을 해야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작은 몸부림으로, 이 책을 끊었다. 잠시 금단 현상이 뒤따랐지만, 단행본으로 출간된 책도 멀리 했다. 가급적이면 비판도 환호도 아닌 중립의 자세를 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TV나 신문 등을 통해 정치판을 주시해 온건 사실이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 내가 도대체 이 사안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탄핵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강준만과 유시민을 좋아한다. 솔직히 그들의 논조와 사고방식을 좋아한다고 하는 것이 옳으리라. 마음이 좀 다급해져서 급하게 4월호 [인물과 사상]을 알라딘에서 주문했다. 이 책을 읽어보니, 강준만과 유시민은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문득 과거 내 비판적 성향도 어찌보면 그들의 의제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제는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해 내는 능력을 기를 것이지, 무조건 비판을 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진보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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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1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어려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셨군요........
저 같은 경우는 저 자신의 미디어의 폭력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그것 또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데 있어 관건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만....
저도 한 번 자문해 보지요. "나는 진보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