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생종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영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맨날 보는 책의 작가들이 백인 남성들의 책
(추리소설 SF 등등등)
이러다 내 시각도 백인 남성처럼 굳어 지는 것이 아닐까 두려움에 찾아 본 책 '야생종'이다.
불멸, 치유, 초능력 등등의 소재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소재였지만.
흑인 여성이 쓴 불멸과 치유, 초능력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증으로 읽었다.
안얀우는... 불멸의 여성이다. 이미 300년을 살았다.
그 오랜 세월을 살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고향을 바꾸며
내 몸을 돌보듯, 다른 이의 몸을 돌보며 살아왔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았으니 안얀우는 자신과 타인을 보는 아름다운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의 관점을 뒤흔드는 존재가 나타난다.
바로 도로이다.
그도 불사의 존재다 무려 4000년을 살았다.
그의 불사는 얀얀우와는 다르다.
그는 다른 사람의 목숨을 취하고 정신을 이동해 살아간다.
(바디스내쳐네, 생각해보니?)
도로는세상을 지배할 생각이다. 4천년을 살았는데 뭘 못하랴.. -_-+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들(씨족이라고 불리던데?) 을 모아서 부락을 형성시켰다.
끊임없는 종족개발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도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자손을 얻으려고 한다.
부락에서 태어나지 못한 얀안우는 야생종으로... 도로의 협박에 못이겨 부락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안얀우는 도저히 도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생명에 대한 외경도 없고, 능력과 권력에 집착하는 것에 적응되지 않는다.
도로는 얀안우가 가진 능력은 좀 아깝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에 반대하며 존경과 복종을 배우지 않는 안얀우가 밉다.
이런 대결은 어디든 있었지만, 그 대결을 어떻게 푸는지 관건이다.
유토피아에 대한 해석, 여성과 남성에 이미지의 극화
서양과 아프리카의 모습에 대한 상징.
유전자조작의 한계, 노예무역의 실제 등 이 책이 상징하고 있는 이야기는 아주 풍부하다.
그러나 나의 주된 관심은.. 모든 것을 상징하고 있는 안얀우와 도로의 관계다.
그들의 관계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
누가 살아남고 누가 죽을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흑인 여성인 옥타비아 버틀러가 만들어 놓은 결말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안얀우가 상징한 가지지 못한 자와 도로가 상징하고 있는 가진 자들의 결말이
서로에 대한 필요를 깨닫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겠다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건 안얀우도 도로도 아니다.
필멸의 존재로 불멸의 존재인 안얀우와 도로를 안타까워하며 사랑했던 사람.
그리고 그들의 뛰어난 능력을 아무런 부러움없이 인정하고 아꼈던 안얀우의 진정한 '남편' 아이작이었다.
아이작은 이미 도로와 안얀우의 관계를 꿰둟고 있었으며, 그들의 서로의 생존을 위해서 화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필멸의 존재임에도 안얀우와 도로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지녔다는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재밌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책... 백인 중심의 SF가 나처럼 지겹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