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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알게 된 것은 '쥐'의 서평을 통해서다. 피해자로 그려진 피맺힌 홀로코스터를 이겨낸 '영웅'들이 삶을 예찬한 글에 조사코의 '팔레스타인'이나 읽어보라는 충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나게 된 책이다. 그 사람에게 정말이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팔레스타인을 만나게 해 줬으니까...
전쟁을 다룬 책이나, 영화는 너무나 많다. 전쟁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악랄하고 끔직한 재앙이라는 사실을 많은 작가와 감독들, 그리고 사진작가들이 찍어댄다. 더욱이 참전한 젊은이들의 외상후 장애에 대해서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하다못해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 젊은이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다룬 '하얀전쟁'이라는 영화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전쟁 후 모든 것을 빼앗긴 점령지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승리의 기쁨 때문인지, 패전의 절망때문인지... 아니면 누구도 점령지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인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20대의 젊은이들이 왜!!!!! 자신의 생명을 받쳐 폭탄을 들고 번화가에서 자폭하는지, 비행기를 납치해 뉴욕의 최고 건물에 부딪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왜 그들이 그렇게 광폭(?)하게 변했는지 알고 싶다면 읽자, 조사코의 팔레스타인을...
-클링호퍼, 유대계 미국인
아내, 친구들과 함꼐 유람선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포트 사이드를 떠난 후, 그는 팔레스타인 해방전선 사람의 총에 머리를 맞았고 휠체어를 탄 채 지중해에 던저졌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그의 전신사진, 슬픔에 휩싸인 미망인, 그의 집이며 그가 먹던 큰플레이크 따위를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마치 바로 이웃에 살던 사람이 잔인하게 살해 된 듯한 인상을 줄떄까지요.
-이스라엘 감시병은 팔레?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는 조건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짐승처럼 옷을 입는 사람들, 숟가락도 받지 못했던 사람들, 위행환경도 영양조건도 부실한 사람들...
-우리가 사는 세상, 사실 그 너머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병행우주'는 마블만화만의 전유물이 아닌가 보다. 겉으로 보는 거리느 평화롭다.... 하지만 벽을 넘어, 잠긴 문 뒤에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스슬에 묶인 사람들, 잠 안재우기 고문, 고약한 지린내... 이 모두가 국가 안보를 위해.. 보안을 위해.. 테러 활동에 대응하고자... 저질러진다.
-그건 처음으로 내가 본 수류탄 투척이었다. 병사들이 수류탄을 던져 사람들을 흩어지게하고 집으로 들어가 숨게 하여...
-서방언론은 유대인들이 쥐고 있으니까요. 그들은 미국에서 안 가진게 없죠...
-우리는 매맞는 여성들을 위한 집을 궁리해봤지만 그녀들을 집에서 나오게 할 수 없어요... 그건 보수적인 사람들만의 태도가 아니죠. 자유주의적인 남자들도 우리를 못마땅히 여깁니다. 부부를 화해시키는게 먼저 아니냐고요... (이건 우리네랑 똑같군)
-인티파다(이스라엘 점령지에서 시작된 저항운동) 이후 세계 각지에서 기자들이 찾아오더군요. ... 하지만 그래서 팔레스타인에 뭔가 보탬이 되었소 뭐가 바뀐게 있소? 전혀 없지...
-가자지구에서 배편으로 농산물을 수출하는데 드는 비용은 이스라엘에서 항공으로 보내는 비용의 두배가 된다.
-감옥에 다시 가든 안가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여기도 감옥이 아닌가요?(18세 소년의 말임)
-청소년들의 클럽활동을 금지해 왔어. 아이들은 축구도 맘대로 목하고, 욕구불만을 발산할 길이 없지. 그래서 그들은 싸우는 것밖에 몰라. 심지어 학교에서도..... 뭐 이따위 어린 시절이 있지?
물론 이 책을 본 후 유태인 KIN 팔레스타인 WIN 이런 이야기를 하자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이런 역사는 전쟁후에 무수히 반복되었으며 이런 점령지와 학대, 경제적 착취는 모든 전쟁이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겪는 문제를 현재는 이라크의 국민들이 겪고 있는게 아닌가? 있지도 않은 대규모 학살무기를 빌미로 이라크를 점령하려고 했던 미국의 행동이 지금의 유태인과 무엇이 다를까? 뭐든지 힘의 원칙이다.
이 책에 나온 모든 팔레스타인 난민과 이스라엘 사람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은 평화를 원한다. 그러나 아무도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한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들의 젊은이들은 폭탄을 짊어지고 이스라엘 대사관을 공격할 것이면, 비행기를 납치해 미국의 수도를 들이 받을지도 모른다. 북한은 계속 미사일을 실험할지도...
과연 평화가 인간에게 어울리는 덕목인지, 인간애라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리고 옳고 그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무엇인지 숙연하게 만드는 책 팔레스타인...
마지막으로 10살 먹은 어린 여자아이가 처음 본 미국인 조 사코에게 묻는 말이다.
아저씨 나라 물 맛은 어때요?
미국 여자들은 바지를 입을 수 있나요? 아내를 둘 가질 수 있어요?
아저씨 나라에도 군인이 있어요? 그리고 유대인하고 파테 인민전선도요? 그들도 사람을 막 쏴요?
축제는요? 아저씨도 양을 잡아서 가난한 사람들한테 고기를 잘라주고 그래요?
아저씨 나라 사람들은 왜 파테당하고 인민전선에 가입 안하죠?
상대에 대한 호의적 호기심과 배려만 있다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답고 순수해질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세상은 병행 우주 속의 어딘가에 존재할 뿐... 지구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서(음.. 만화라고 하기엔 대사의 압박이 심하긴 하지만, 현재의 팔레스타인을 다루기 위해서 만화만큼 적당한 매체도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책, 팔레스타인이다. (물론 1990년대의 책임으로 현재와 다르다고 이야기할 지도 모르지만 현재 뉴스에 나오는 이라크 지역의 현실과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