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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증언 1
존 카첸바크 지음, 김진석 옮김 / 뿔(웅진)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덜 교수의 철학적인 수사가 필요한 질문이 아니다. 정의의 편에 서길 원했고 강자에게서 약자를, 다수에게서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고 주장하고 싶었던 한 유능한 기자의 질문이다.
플로리다 시골마을 파촐라에서 어린 백인 소녀가 살해된다.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흑인 대학생 바비 얼. 그는 인종차별과 불공평한 재판의 희생자라며 기자 매슈 코워트에게 편지를 보낸다. ‘난 진범을 알고 있어요!’ 정의의 사도로서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싶었던 기자는 거부할 수 없는 그 한마디에 바비가 알고 있는 그 진범을 찾기 위해, 진실을 알기 위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연쇄살인범이자 곧 사형당할 ‘블랙 설리반’이라는 인물이 자신이 그 소녀를 죽였다고 매슈에게 자백한다. 이런 내용이 담긴 매슈의 기사는 대중에게 공감을 샀고 급기야 바비는 무죄로 석방된다. 대중에게 큰 반향을 산 매슈는 퓰리쳐 상이라는 명예를 얻는다.
‘모두 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블랙 설리반은 사형당하기 바로 전.... 퓰리쳐 상의 위엄에 빛나는 매슈에게 또 다른 자백을 한다. 모두 39건의 살인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인정하면서도 파촐라에서 살해된 11살의 조니 슈라이버에 대한 자백을 철회하고 만다.
‘범인이 누군지 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 (나쁜 *끼)
설리반의 그 한 마디는 매슈에게 부메랑이 되어 다가온다. 정의라 믿으며 행한 기자의 모든 행동들, 다른 사람의 치부를 밝히고 무능력을 꼬집으며 사생활을 폭로했던 모든 폭력들이 이제 그의 원죄가 되고 말았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무너진 정의를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가?
정의롭고 싶어하는 매슈는 자신이 망쳐놓은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처음 바비 얼을 체포했던 로버트 반장과 함께 다시 사건 속으로 빠져든다.
존 카첸버그의 책은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잡는 과정을 다루는 이른바 '추리소설'이지만 그 이상의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인생을 살아가며 꼭 만나게 되는 질문들을 그의 책 속에서 만나게 된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최소한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는 사람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정의라는 갑옷을 입고 너무나 쉽게 폭력을 행사한다.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이 옳지 않으니까.... 말로, 표정으로, 글로 다른 이를 멸시한다. 더욱이 요즘은 너무나 쉽게 휴대폰을 꺼내 들어 불의의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는 정의로운(?)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정의라는 빛나고 아름다운 갑옷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갑옷인지... 유리처럼 산산 조각난 그 갑옷의 파편을 얼마나 날카로운 것인지는 깨닫기 쉽지 않다. 이 책을 보며 나는 내가 정의롭다는 생각으로 행한 수 많은 폭력들이 나를 덮쳤다. 그리고 이내 그런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범죄자의 심리, 인종차별, 저널리스트의 자존심, 미국 형사 사법제도의 구조적 결함들의 심리 서스펜스라고 이 책의 말미 <퍼블리셔 위클리>에서 서평을 내 놓았지만 나에게는 정의란 무엇인지, 정의의 갑옷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세상이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특히나 스스로 정의롭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렇지만 책의 주제에 무게는 이 전의 카첸바크의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이나 <하트의 전쟁>보다는 좀 가볍다는 생각이 드는데다가,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 무려 40여명이나 살해하고 거기다가 몇몇 사람을 절대로 다시는 행복해 지지도, 사람을 믿지도 못할 만큼 심리적으로 살해하는데 성공한 블랙 설리반이라는 사이코 패스라는게 조금 짜증이 났기에 별 하나를 살짝 쿵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