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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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악이다.

Q_P_란 마약중독자에 게이인 연쇄 살인범이 일기처럼 자신의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그것을 은폐하는 과정을 파편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 자체를 기술한 책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는 强者고 피해자는 弱子.

요즘처럼 무한경쟁 시대에 약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피곤하고 재미없는 일이다.

그래서 뭐든지 强者 위주다.

하물며 범죄소설도 그렇다.

 

범죄소설의 독자에게 가장 힘이 쎈 인물은 탐정이다.

예전에는 잘난척 대마왕들이,

요즘은 나약하고 서툰데다가,

하물며 가끔은 인종차별주의자에, 권위적인 인물이 탐정역을 하긴 하지만

그들을 따라서 범인을 잡는 과정을 즐긴다.

왜냐면 탐정이 범인을 잡으며 현실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는 正意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독자의 마음을 가장 크게 잡아끄는 사람이 탐정이 아니라 가해자인 것 같다.

가해자가 왜, 무엇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는지....

탐정의 수사 방향에 따라서 가해자의 사정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해자에게 연민을 느끼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기꺼이 그를 용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왜 가해자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를 용서해야 하는 책을 읽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Q_P에게 이름조차 인식되지 못하고

다람쥐로 명명되며 그의 성욕을 위해 목숨을 잃은 한 소년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는

절대로....

기억되지 않는다.

다람쥐는 Q_P_ 피해자 중에 하나 일뿐이고...

다람쥐와 같은 弱子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서

결코 어떤 작가에게도 매력적인 소재가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뭐 추리소설 하나 가지고 왜 이리 방정이냐 할 지도 모르지만...

공지영 작가의 말대로 사회를 반영하지 않는 소설은 없다.

홈즈나 포아로는 범죄자와의 수 싸움을 이겨내고 절대 을 추구했던 재수 없던 탐정이 그리워지는 건 피해자 중심의, 탐정 중심의 범죄소설보다 가해자 중심의 범죄 소설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책을 읽으면 기꺼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연민을 느끼고 용서할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젠장 이런 병맛스런 시츄에이션이라니....

 

다시 한줄로 요약하면 이 책은 절대 악

절대 악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추천..

하지만 범죄 프로파일러도 아니고

현실의 끔직한 사건으로도 절대 악은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분이라면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라는 추천마법사의 공격을 무시하는 것도 좋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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