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복간됐다는 소문에...

그렇게 대단한 책인가? 독자들이 복간을 요청할 정도로 대단한 추리소설을 왜 난 몰랐지? 란 생각에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아주 매력적인 책이다. 첫 장을 넘길 때부터 이 책은 독자를 매료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는 아주 잘 짜인 추리물이다. 이 책은 재밌다. 독자를 한 순간도 방심시키지 않을 정도로, 빠른 스피드와 끝없는 사건으로 독자의 숨을 죽이게 한다.

그렇지만 이 매력적인 책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이미 흔적도 남기지 않고 20년 전에 사라진 냉전 시대의 폭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의 공산주의 혁명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레닌의 무자비한 공산화 정책, 스탈린의 무시무시한 공포 정치 시대에서 양심을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레오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2차 대전의 영웅, 그리고 국가안보부 MGB(미국영화에서 하도 나와서 세계 누구나 알고 있는 악의 축 KGB의 전신이란다)의 잘 나가는 요원인 레오는 국가 체제를 위협하는 무리(?)로부터 공산주의의 이념과 사상을 보호하는 대가로 막강한 권력과 안락한 생활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범죄가 용인되지 않는 사회(노동자들의 천국 지상낙원에서 왜 범죄가 발생한단 말인가?)에서 한 소년이 살해되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그 무렵 자신이 감시하던 용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레오는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레오는 인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스파이로 지목된 사람이 바로 자신의 아내 라이사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데뷔작이 이렇게 대단해도 되나?’ 할 정도로 빈틈없는 추리물인 것은 확실하다. 재미는 다시 말하지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큼 탄탄하다.

그렇지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은 남아 있다.

왜 소련이 배경이여만 하지?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해야 했기 때문에 범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44명의 소년 소녀를 살해하는 범인의 완벽한 알리바이가 된다. 일방적인 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맹신은 44명의 소년 소년를 살해하는 범인보다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는 주제가 나를 불편하게 했다.

 

구 소비에트 연방출신도 아닌.... 영국 출신의 작가가 왜 이런 글을 쓰냔 말이다!!!!

(물론 이 책의 범인이 소련의 실존 범죄자를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이긴 하지만....)

왠지 나한테 그 서슬 퍼런 사회에서 모진 생활을 견뎌낸 사람들에게 외국 작가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그 시대의 폭력은 왠지 오지랖 넓은 젊은 작가의 치기처럼 보인다. 만약 캐나다 기자가 6.25전쟁에 대해, 이념이 만들어낸 동족상잔의 비극이라고 떠들어 대는 소설을 본다면 나는 울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 분명하다. 냉전이 만들어낸 마지막 유산인 민족의 분단 앞에서 이런 소설을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아직도 불합리한 체제를 지탱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북한을 생각하면 이 책이 가슴 아프고 무섭게 느껴기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가 경험한 이야기만 써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미 백골이 되버린 냉전시대의 체제와 이념에 대한 맹신을 2008년에 왜 다시금 살려 놔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체제와 상관없이 인간에 탐욕때문에 살인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데 말이다. ㅠㅠ 

 

수 많은 독자들이 복간을 요청을 인정할 정도로 매력적인 추리물..

그러나 그 주제와 배경 때문에 읽은 독자에 따라서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질지 모르는 추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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