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소년 - 바람개비가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폴 플라이쉬만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우연히 '살인'을 하게 된 소년..

아버지의 직업상 여기저기 돌아다녀야해서 속을 나눌 친구는 없지만
새로 입학한 사립고등학교에서스타가 되서,
금발머리 이쁜 소녀와 데이트라는 것도 하고 싶고..
폼나게 스포츠카도 몰아보는 '행복'을 바라는 소년이었다.

 

이 나이엔 언제나 그렇듯, 아니 행복이라는 것 자체의 기준이

'스스로'에 있지 않고 언제나 '남들 보기에 그럴 듯 하게 보이는 것'에 달려 있기에.. 소년이 바라는 행복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친구따라 간 파티에서, 남들보기에 그럴듯 해보이는 행복을 얻을 기회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소년은 죽기로 작정한다.

또래에게 인정받지 못할 바에야, 어쩌면 죽는 것이 더 편해보일 때가 아니던가?

그러나... 소년의 뜻대로 되지 못하고, 소년대신 남들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행복대신 스스로에게 충실한 행복을 추구하던 소녀가 죽는다. 

 이런 아이러니에 소년도 당혹한다.
그렇지만 소녀의 엄마는 소년에게 부탁한다.
스스로를 구원하고, 소녀에게 용서를 구할 시간을, 소년이 갖을 수 있도록
미국을 여행하며 미대륙 사방에 소녀를 기리는 바람개비를 만들기를 부탁한다. 

 
소년을 여행을 떠난다.
자신을 둘러싼 방어벽을 허물고, 세상앞에 홀로 오롯이 던저져
세상을 느끼며 성장하며 자신의 죄의 무게를 진심을 깨닫고,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소년이 만든, 바람개비는 소년처럼 인생의 벽에 다다른 사람들에게
그 벽을 허물고 전진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선물한다. 
 
읽기도 편하고 메세지도 명확한 편이라, 누구에게나 쉽고 감동적으로 읽힐 책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에서 지우지 못한 사람은 잠모아 부인이었다.  바로 소년 '브랜트'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리 잠모아'의 어머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신의 길을 올곳이 가는 18살의 딸을 둔 어머니.
그 딸이 어느 날 저녁, 음주 과속운전을 한 망나니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불행 앞에서..
그녀는 담담히 분노를 내려 놓고 슬픔을 가라 앉혔다. 

그리고 죽은 자신의 딸과 비슷한 또래의 소년에게 '기회'를 준다.
쉽게 되는 일은 아니다. 그리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원인을 탓하지 않고 결과를 받아드리는 일
그리고 결과를 분노하거나, 저주하지 않고 받아드리는 일..

나도 이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지러운 감정을 맑게 정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는 '진정한 어른'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결과에..
원인을 탓하기도 하고, 결과를 부정하며 애써 외면할 때도 있다.
살면서 '어쩔 수 없지' 하고 받아드리는 일은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건지..

그것이 패배를 의미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도 내 책상 앞에.. 바람개비 하나 만들어 놔야겠다.
그리고 원인을 탓하고 결과를 부정하고 싶을 때.. 바람개비를 보면서
'어쩔 수 없지'를 가슴이 새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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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행복의 지도란 제목만 듣고보면 이 책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될까?를 알려주는
자기 성찰서에 가까울 것 같지만, 그런 내용은 아니다. 투덜이 미국인이 왜 자기는 행복하지 않을까? 과연 행복이란 것은 무엇일까?가 궁금해서 행복하기로 이름높은 나라들은 찬찬히 돌아다니며.. 행복한 삶의 방식을 관찰한 책이다. 나만큼 투덜이인 친구가 선물한 책이었으므로.. (그것도 재밌다고) 꽤 기대했건만, 나 이 작가가 여행한 나라수보다 오랜 시간 읽어야 했다 (재미없었다규!!!!!)

이작가는 꽤 똘똘한 것 같다. 거기다가 '기자'출신이기에 되도록 자신의 주관보다는 여행한 10개국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립적인 태도로 기술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것이 워낙 사람들 마음가짐에 달려있기에 행복에대해서 쓰려면 작가의 행복관과 연관될 수 밖에 없다. 

읽으면서 난 나는 '네덜란드'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다. (그게 첫번째 장이었으므로.. 이후의 행복한 나라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공공질서만 어기지 않는다면 매춘을 하든, 마약을 하든 개인의 선택에 나라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매춘과 마약이 공공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저 나라의 범죄율을 그리 높지 않다) 거기다가, 죽는것마저도 개인의 자유다. 안락사를 최초로 허용한 나라다.
멋지다!!!
사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나라에 살다보니, 저 나라가 정말, 위대해 보였다. 네덜란드는 로또도 처음으로 시작한 나라다.거기다가, 증권거래소마저도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자본주의의 첨병국임에도 불구하고 암튼 우리나라처럼 돈때문에 살고 죽지 않는 듯 하다.

그러다 빵 터지게 웃으며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를 발견했다. 바로 영국이다.
"인생이란 망할 놈들이 늘어놓는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말을 서문으로 삼는 책이 발간되는 불평꾼들의 나라. 한도 끝도 없이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나 자신의 불행과 염세주의 때문에 점점
기운이 나고 마음이 들떠서 결국 부정의 오르가슴이라고 할 만한 상태에 도달하는 사람들의 나라.
난 불평주의자에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투덜이라는 평을 듣는데 나 스스로는 낙천주의자라고 생각하는데...  신나게 한숨을 내쉬고, 실컷 투덜거리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다. 불평보다 더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어딨겠는가?? ㅋㅎㅎㅎㅎ
(그게 영국인 유머, 냉소적인 위트가 아니겠는가?)

갑자기 영국이 마음의 고향이 되버렸다.

만약 작가가 우리나라를 와서 행복의 치수를 재봤다면 어떨까?
그리 높지 않을 것 같다. 개개인의 행복도는 '경제능력'과만 연관짓는 나라가 아니던가?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절대로 알려줘서는 안되는 우리나라 스트레스 해소법을 소개하려 한다. 

일명 '다구리'문화.
인터넷에서 다수가 되어.. 소수를 억압하고 신나게 까대고 붕개며
스스로 다수임에 행복해하고 소수를 말살하려는 신종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다수가 진리인양 나대며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
그래서 강남역에 나가보면 열에 여덟은 똑같은 옷과 가방을 매는 나라!!!
다수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나라~~~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행복하게 되는 방법은 쉽고 단순하다.
'미친 척 다수가 되는 것'이다.
위트와 냉소도, 유머와 자기 성찰도 필요없이.... 

내가 이 작가가 여행한 10개국을보며 행복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기본적인 의식주만 해결이 된다면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행복은 각자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영국의 한 이혼녀의 실업자인 자신의 행복점수를 10점 만점에 6점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 점수는 자기가 느껴야할 사회적인 행복 점수일 뿐, 실제로 자신은 8.5점 정도 행복하다고 했다. 불평꾼들의 나라 영국에서 말이다.

우리도 솔직해지자. 다구리로 키보드 워리어가 되서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까대고.. 정치권 생각만 하면 행복지수가 급다운되긴 하지만, 우리도 저 영국 여인네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행복지수는 8점 정도... (난 불평꾼 투덜이지만 9점을 찍을란다) 그러나 다른 이가 묻는다면 사회적으로 '어떻게 고것밖에 못벌면서, 행복지수가 그렇게 높아?' 라고 물을 염치없이 몰상식한 질문들 때문에 행복점수를 감하게 주는 건 아닐까? 돈없고 빽없고 줄도 없지만, 매일 매일 사는 일상에서 큰 무리 없이 살아내는 귀중한 삶을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맡겨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라고 말이다.

이 책은 부자나라, 가난한 나라, 그리고 그것과 상관없이 행복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사람들의 삶이 담겨있다. 이 책을 통해서 스스로 행복지수를 매겨보는 것도 연초에 할 귀중한 작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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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인디언의 생짜 일기 오늘의 청소년 문학 7
셔먼 알렉시 지음, 엘렌 포니 그림, 김선희 옮김 / 다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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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보면서 머리 속에서 쉴새없이 떠오른건 기네시로 가즈키당..
그의 소설 GO의 느낌과 이 책은 쉴새없이 오버랩됐다. 
GO는 재일 일본인의 고등학교 삶을 그린 책이라면..
이 책은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인디언의 생활을 그린 책이다.

 

자.. 어느 쪽이 더 처연할까?

남북으로 나눠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1세대가 아니라.. 나고 자란 일본에서 쉴새없이 이방인 취급을 받는 3세대의 재일 일본인. -_-+ 말하고 쓰는 것도 일본어가 더 편하고 듣는 음악도 일본노래, 보는 책도 일본 만화 인데도, 나보고 자꾸 한국인이란다. 그렇다고 한국에 가면... 동질감을 느끼냐... 하면 절대 아니다. 그곳에선 어색한 한국말을 하는 일본인일 뿐이다. 젠장. 10대란게 처음으로 눈뜬 사랑만으로.. 인생에 대한 계획만으로 짜증나 죽겠는데 정.체.성까지 찾으란다. 에라 모르겠당... 몸으로 부딪치자.

남성 작가라.. 몸으로 부딪인다. 말이 아니라... 

거대한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이었던 인디언 그러나 아놀드에게 세상이란 '인디언보호구역' 일 뿐이었다. 열에 일곱은 알콜중독자인, 세상으로 격리된 인디언 보호구역. 그들의 언어, 그들의 춤, 그들의 문화는 모두 세월 속에서 흩어져버렸고 백인들에게 구경거리고 전락해버렸다. 모든 것을 잃은 인디언들은 그들끼리 똘똘 뭉쳐 백인 사회를 저주했으며.. 그 저주의 방법은 알콜을 들이키거나 마약을 주입하는 것 뿐이다. 가난하고 추하고 헐벗은 인디언... 그리고 그걸 벗어날 희망도 사라진 스포캔 지역의 인디언 약골소년 '아놀드'는 스포캔을 떠나, 백인 사회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여성작가라, 말로 다 때운다. -_-+


난 짝퉁 인디언이 더 처연한거 같다. 물론 10대들이란 질풍 노도의 시기를 겪는 불쌍한 중생들이라.. 모두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지만... 사라진 문명의 끝을 잡고 지켜야 하는 미국인 인디언이 보다 힘겨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들의 주인공들은 처연한만큼 냉소적이다. 위트와 유머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하긴 위트와 유머없이 어떻게 자신에게 닥친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있으리요!!)  이 책들의 좋은 점은 동정심을 바라는 주인공들 내세워.. 내용의 동정심과 감상을 모두 짜냈다는 거다.

아프면 아푸다고 울고.. 힘들면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어려울때 누군가 도와주길 바란다. 주인공의 '가오' 따위는 필요없다. 사는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탄생과 함께 깨달았기 때문에 겉멋따위 부릴 여유가  없다. ㅠㅠ

주인공들의 진상(?)을 보고 있자니.. 동정심과 감상에 젖어 들 시간이 없다.
냉소적인 그들의 말투를 따라서 끼득거리고 낄낄 거리게 된다.
그러나 보면 마지막 책장을 덮게 되고 눈물이 기어나온다.
울려고 하는게 아닌데.. 이 고등학생들이 분투에 감동감화되서 말이다.
그들도 사는데.. -_-= 18, 내 인생은 식은 죽 먹기야... 라며 주먹을 불끈 쥐게 되는데도.. 눈물이 기어나온다. 

아.. 놔... 어쩌라구...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일단 불면증 환자들.. 이 책 보고 나면 따뜻한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고..
학교 가기 싫고 셤보기 싫다는 10대의 청소년들...
그리고 삶에 지친 우리 모두에게...
인디언들의 삶의 지혜를 들려주고 싶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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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은지도 벌써 한달...
이제야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정도로 정리가 됐다.

작년에 나에게 올해의 책을 뽑으라고 한다면 단연 '천개의 찬란한 태양'과 '책도둑'을 뽑았을 것이다. 거기엔 전쟁의 상처와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
오랑우탄과 유전자의 99%를 공유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1%의 유전자,
삶의 의미와 품위 그리고 긍지를 다룬 소설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지독하게 싫어서.. 전쟁에 관한  영화나 뉴스를 보지도 못하는 내가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사회주의 실험이 실패한 이후 지구촌 어디에선가
끊임없이 전쟁의 포화가 울려서 서렵다.  얼른 가자지구의 빠르고 즉각적인 휴전을 바란다) 이 책이 출간되자 마자 사게 된 것은 저 책들, 천개의 찬란한 태양과 책도둑 때문이었다. 

환경이 열악해질수록 인간답기 위해서 노력하는 인간들의 품위는
언제보더라도 나의 가슴을 촉촉히 젖시며 나에게 많은 용기와 의지를 선물한다.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파때문에
한 첼리스크가 21일동안 그 곳에서 첼로 연주를 하겠다 선언했다.
그리고 그 첼리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한 저격수가 배치된다.
아무도 그 연주를 끊을 수 없도록... 

이 줄거리에 낚여서 바로 구입후 쏜살처럼 이 책의 한자한자 집중해 나갔지만..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또 불편해졌다. 

이건 <내전>의 이야기다.
어제, 나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나에게 담배를 권했던 이웃이
오늘, 나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가, '캐나다'출신인 관계로 평생 전쟁을 관념적으로만 인식하고
인터뷰를 통해서 그 가닥을 잡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전쟁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그려나갔다. 

예전에 내가 극찬하던 '책도둑'을 불편해 하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 말이 '독일인들이 너무 착해!!! 유대인들이 이걸 보면 어떨까?' 라고 이야기 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뒤로 하기로 하고..)


이 책을 읽으며 내 친구가 하던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이 책을 읽는 보스니아 사람들은 어떨까?

이웃집 할머니의 물병의 무게를 세포 하나하나가 느끼는 케난과
품위를 지키고 싶지만, 겁이 너무 많은 드라간이
내전에 떨고 있는 자신들의 삶을 극명히 보여준다고 믿을까?

이 책이 불편했던 이유는 非보스니아인의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왠지 그들의 전쟁을, 캐나다의 젊은 작가가 자신의 주제를 담기 위해 <보스니아 내전>을, 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재난을, 그 불행과 공포를 소설의 수단으로 삼은 듯 했다.
애로의 신념이.. 케난의 품위가..드라간의 공포가 <보스니아전쟁>이라는 배경 속에서만 그 빛을 발할 수 있을까? 꼭 전쟁이 아니라, 자연재해 속에도... 그들의 품위나 공포 신념을 이야기 할 수가 있다.

인간이.. 나와 함께 살아온 내 이웃이 만들어낸 재난 그게 내전이라서 더 끔직하고 무서운 것인데 이 작가는 그걸 이해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내전을 겪은 나라의 후손이다.
나에게도 전쟁은 이 작가와 마찬가지로 머리속에만 존재하고 흑백 사진으로만 인식할 뿐이다.
그러나 나의 가족의 생명을 빼앗은 자들과 한 하늘에 맞닿아 살다보니..
치유하려해도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있다.
그래서 휴전한지 반세기가 넘어도 휴전선 위의 사람들은 무조건 적이고
나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겐 쉽게 '적'의 굴레를 씌운다.
외조부의 정치적 신념이 외손녀의 선행에 색깔을 입히는 무서운 현실이
휴전후 반세기가 지난 내전을 겪은 사회의 상처다.


그래서 드라간이.. 케난이.. 애로에게 동질성을 느끼기보다
관념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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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전쟁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0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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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쓰인 것은 벌써 3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낸 것은 바로 이 작가의 전작 '텐더니스'의 막막함 때문이었다.

책을 읽고 먹먹함을 느낀다는 거..  

인물에 빠져서, 그들이 거친 사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인물이 사건이 그리고 결말이 내 맘을 떠나지 않아서
현실과 거리를 둔 채, 이야기 속에 빠져 잠시 머물 수 있다는 건  

책을 읽는 최고의 기쁨이고..
빌어먹을 황금가지의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텐더니스는 그런 감동을 나에게 줬다.
그 텐더니스보다 작가에게 더 큰 영광을 준 책이라고 하니..
너무나 반갑게 맞이한 책이고 두근거리며 읽은 책이다.


 

자, 네이버에서 찾은 하드보일드란 단어의 뜻이다.

이게 원래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이지만, 전의(轉義)하여 ‘비정 ·냉혹’이란 뜻의 문학용어가 되었다. 개괄적으로 자연주의적인, 또는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수식을 일체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이 수법은 특히 추리소설에서 추리보다는 행동에 중점을 두는 하나의 유형으로서 ‘하드보일드파’를 낳게 하였고, 코넌 도일파의 ‘계획된 것’과는 명확하게 구별된다. 원래 이 장르는 1920년대 금주령시대의 산물이라고 하며, 헤밍웨이와 도스 파소스 등 미국의 순수문학 작가들의 문학적 교훈을 적용시키려고 한다.  

그렇지만 하드보일드 문학은 좀 감상적이다. 챈들러나 가드너나, 감정 없이, 가치관 없이 사건을 중심으로 다룬다고 하지만, 난 하드보일드 소설이 감상적이지 않았던 적이 없다.냉혹하긴 하지만, 왠지 낭만이 있고 폭력적이긴 하지만, 정의가 있어 읽을 만한 책이 ‘하드보일드’가 아니던가? (요즘 나오는 21세기 하드보일드 소설의 최고봉 '데니스 루헤인'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 책은?

성장소설이라는, 트리니티라는 한 기독교 계열의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초콜릿 팔기 위해몸부림치는 선생과 아이들, 그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제리의 이야긴??
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하드보일드다.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작가의 주관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해버린다. 이 책이 성장소설이라는 것도 난 동의할 수 없었다. 1318소년소녀들에게 이런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현실의 그늘을 한 톨의 가감 없이 고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초콜릿 전쟁'은 현실이다.

'제리'처럼 저항을 시작하는 소년은 그 뜻이 크고 깊지 않다.

그렇지만 '아처'나 '레온'과 같은 다른 사람을 뜻대로 움직여 군중심리를 만들어내고 다른 이의 약한 부분을 꿰뚫어 이용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그들은 너무나 강하고 포기를 모르기 때문에 제리처럼 자신의 자리나 묵묵히 지켜내는 소년들은 그들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래..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현실이다.

힘 있고 포기를 모르는 대법관 후보자는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서 재판결과를 조정하려 들었고, 정부에게 불리한 분석을 일삼던 젊은 백수 누리꾼은 황당한 글로 구속까지 당했다. 그들은 너무나 강하고 기다릴 줄 알고, 또 자신의 장점을 다른 이의 약점을 이용하는데 도가 텄다. 그래서 우리들은 늘 그들이 하자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매일 매일 겪지만, 눈 감고 싶은 현실을 멀찍이 떨어져 냉정하게 정리된 활자로 보는 건 정말이지 고문에 가까운 일이다. 겪을 때는 흘러 지나갔던 일들이, 활자로 맺혀 가슴에 남기 때문이다.

 오호.. 이런 냉혹하고 무자비하고, 두려운 현실을 과연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을까?

(이 책이 왜 30여년전에 금서가 돼야 했는지 알겠다. ㅠㅠ) 작가의 뒷말처럼... 그래서 더 읽어야 한다면.... 모르겠지만

난... 이 책을 정말이지 아무에게도, 특히나 요즘 같은 때에는 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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