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전쟁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0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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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쓰인 것은 벌써 3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낸 것은 바로 이 작가의 전작 '텐더니스'의 막막함 때문이었다.

책을 읽고 먹먹함을 느낀다는 거..  

인물에 빠져서, 그들이 거친 사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인물이 사건이 그리고 결말이 내 맘을 떠나지 않아서
현실과 거리를 둔 채, 이야기 속에 빠져 잠시 머물 수 있다는 건  

책을 읽는 최고의 기쁨이고..
빌어먹을 황금가지의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텐더니스는 그런 감동을 나에게 줬다.
그 텐더니스보다 작가에게 더 큰 영광을 준 책이라고 하니..
너무나 반갑게 맞이한 책이고 두근거리며 읽은 책이다.


 

자, 네이버에서 찾은 하드보일드란 단어의 뜻이다.

이게 원래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이지만, 전의(轉義)하여 ‘비정 ·냉혹’이란 뜻의 문학용어가 되었다. 개괄적으로 자연주의적인, 또는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수식을 일체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이 수법은 특히 추리소설에서 추리보다는 행동에 중점을 두는 하나의 유형으로서 ‘하드보일드파’를 낳게 하였고, 코넌 도일파의 ‘계획된 것’과는 명확하게 구별된다. 원래 이 장르는 1920년대 금주령시대의 산물이라고 하며, 헤밍웨이와 도스 파소스 등 미국의 순수문학 작가들의 문학적 교훈을 적용시키려고 한다.  

그렇지만 하드보일드 문학은 좀 감상적이다. 챈들러나 가드너나, 감정 없이, 가치관 없이 사건을 중심으로 다룬다고 하지만, 난 하드보일드 소설이 감상적이지 않았던 적이 없다.냉혹하긴 하지만, 왠지 낭만이 있고 폭력적이긴 하지만, 정의가 있어 읽을 만한 책이 ‘하드보일드’가 아니던가? (요즘 나오는 21세기 하드보일드 소설의 최고봉 '데니스 루헤인'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 책은?

성장소설이라는, 트리니티라는 한 기독교 계열의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초콜릿 팔기 위해몸부림치는 선생과 아이들, 그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제리의 이야긴??
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하드보일드다.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작가의 주관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해버린다. 이 책이 성장소설이라는 것도 난 동의할 수 없었다. 1318소년소녀들에게 이런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현실의 그늘을 한 톨의 가감 없이 고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초콜릿 전쟁'은 현실이다.

'제리'처럼 저항을 시작하는 소년은 그 뜻이 크고 깊지 않다.

그렇지만 '아처'나 '레온'과 같은 다른 사람을 뜻대로 움직여 군중심리를 만들어내고 다른 이의 약한 부분을 꿰뚫어 이용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그들은 너무나 강하고 포기를 모르기 때문에 제리처럼 자신의 자리나 묵묵히 지켜내는 소년들은 그들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래..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현실이다.

힘 있고 포기를 모르는 대법관 후보자는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서 재판결과를 조정하려 들었고, 정부에게 불리한 분석을 일삼던 젊은 백수 누리꾼은 황당한 글로 구속까지 당했다. 그들은 너무나 강하고 기다릴 줄 알고, 또 자신의 장점을 다른 이의 약점을 이용하는데 도가 텄다. 그래서 우리들은 늘 그들이 하자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매일 매일 겪지만, 눈 감고 싶은 현실을 멀찍이 떨어져 냉정하게 정리된 활자로 보는 건 정말이지 고문에 가까운 일이다. 겪을 때는 흘러 지나갔던 일들이, 활자로 맺혀 가슴에 남기 때문이다.

 오호.. 이런 냉혹하고 무자비하고, 두려운 현실을 과연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을까?

(이 책이 왜 30여년전에 금서가 돼야 했는지 알겠다. ㅠㅠ) 작가의 뒷말처럼... 그래서 더 읽어야 한다면.... 모르겠지만

난... 이 책을 정말이지 아무에게도, 특히나 요즘 같은 때에는 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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