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 애썼던 기회주의자.일제의 총칼이래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가고 독립 후에 공산주의가 득세할땐 남로당에 가입한다. 쿠데타로 민주주의를 퇴보시켰지만 절대권력을 경제성장에 집중시켰던 역사상 흔치 않은 독재자. 잘살아보세를 외쳤던 세대에게는 여전히 신화같은 존재. 어떤 세대에겐 유신시대를 상징하는 암흑과 같은 존재.

박정희는 양면성을 가지고 바라보는게 좋겠다. 일단은 민주주의를 훼손시켰음은 부정할 수 없다. 3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영구집권을 위해 유신헌법을 선포하여 행정부, 입법부를 장악했던 행위는 반드시 비판받아야한다. 원칙이 훼손되면 아무도 그 규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려는 법이다. 민주주의 훼손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고통받았다는 것 역시 잊으면 안되겠다. 공안 통치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죄없이 죽어갔다. 박정희를 추억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부분을 기억해야한다.

하지만 세계 역사에 유래가 없는 성장을 일궈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특이할만 하다. 특히나 독재권력을 얻은 이가 자신의 부를 채우기 위해 국가 경제를 망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보면, 적어도 박정희는 자신의 부가 늘어나는 만큼 국가의 부도 커지길 바랬던 것 같다. 당시에는 비판받았지만, 경부고속도로의 준공이나 이를 기반으로한 중화학 등의 공업 육성은 소득 증대의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물론 지금까지 문제가 되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나, 하라면 하라는 식의 막무가내 군대문화, 그안에서 희생되었던 개인들의 삶과 같은 부작용들을 산업화의 긍정적 의미와 같은 비중을 놓고 바라봐야한다.

아무리 안좋았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한다. 심지어 유신시대에 탄압과 고문으로 젊음을 유린당했던 김지하 같은 시인도 이제는 과거를 미화하여 기억하는 듯 하다. 하지만 감상에 젖어서는 아무런 발전이 없다. 우리시대의 역할은 과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고, 그로인해 형성된 좋지 못한 습관을 우리시대에 맞게 개선해가는 것이다.

단순히 박정희를 추억하면서 그의 딸을 대통령 자리에 앉힌 이들은 특히나 다시한번 깊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박정희는 어떤 존재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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