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내가 머리가 좋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공부잘하는 아이들보다 더 잘하는 방법은 그냥 더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고3때는 하루에 밥먹고 자는 시간만 빼고 공부만 했다.

우여곡절끝에 대학에 들어가니 공부는 하기 싫었고 열심히 놀고 술마시고 연애하는게 재미나서 그렇게 일학년을 보냈다. 인문학을 탐독한다는 명분으로 독서를 한다느니 했지만 실은 그를 핑계댄 술자리등과 함께 어영부영 이삼학년을 보내고 병역의 의무를 치루고 돌아오니 졸업이 한해밖에 남지 않은거다. 다시 열심히 공부했다. 수업을 들으면서 역시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어떤 친구는 언변에 뛰어나고, 어떤 친구는 반짝이는 감각이 있으며, 또 다른 친구는 부모님이 가진 돈이 많았다. 어차피 같은 방식으로는 이기기 힘들 것을 직감했다. 나의 강점이 뭘까? 나는 남들보다 조금은 무모하게 기획했던 것을 실행하는 성격을 가졌다. 그리고 어떤일의 전반적인 흐름을 잘 파악하고 균형있는 시각을 가졌다.

꿈꾸어왔지만 돈 많이 드는 유학의 꿈을 접고 일단 현실에 부딛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무를 5년정도 하고 나니 회사를 다니지 않고 일하더라도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1월에 동업하는 친구들과 사업자를 만들었다. 그간 몇개의 아파트를 리모델링했고 우리집을 증축하고 있으며, 몇개의 건물들을 새로이 고치고 있다.

아직은 과도기이며 부족한 부분들이 눈에 많이 보이지만 내 성향에 잘 맞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모하지만 일단 시작된 일들에서 생기는 경험이 더 큰일을 진행할 수 있게 해준다. 건물을 만들어내는 수많은 과정들을 균형있게 경험함으로 더 나은 공간이 만들어진다.

한때 무언가 재능이 출중해 보이는 사람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흥미로운 삶을, 그리고 나는 나 나름대로의 즐거운 삶을 산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그걸 통해 먹고살 수 있다면 더이상 남들을 따라갈 필요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면 적어도 호구지책은 가능할 것이다. 물론 그저 뭘 잘할까 고민만 많은 노력 없는 인생은 호구를 면치 못할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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