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은 어떠한 이미지 그 자체다. 그러니까 가짜들이 추구하는 이미지들 - 화려한 삶, 달콤한 말, 부, 그리고 보여지기 위한 명예-의 총합 그 자체인 것이다. 매일매일 내적 갈등을 겪고 그리고 관계에서 갈등을 겪고 또 욕망이 좌절되어 힘들어하는 실패들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면, 할에게는 그러한 요소는 없어보인다. 욕망하고, 원하는 것을 취한다. 이 모든 이미지가 허상에 기반한 것으로 밝혀졌을을때 할은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그가 남긴 것은 엄청난 빚더미 이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재스민이 원하는 것은 이미지 그 자체 였을지도 모른다. 완전이 아닌 완전해 보이는 이미지 말이다. 드와이트와의 만남에서 재스민은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그가 가진 이미지였다. 목표가 명확해지자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서 거짓도 정당화 되었다. 한편, 같이 영화를 본 N은 재스민이 자주 쓰는 단어 중에 하나가 humiliate라는 것을 지적해냈다. 수치심은 타인의 시선을 기반으로 한다. 그녀는 온전히 타인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를 위해 사는 사람이었고 이것이 그녀의 삶을 이루는 근간이었다. 

 진저의 삶은 어떤 면에서 매우 인간적으로 보인다. 그녀는 살아가지만 그 삶은 항상 실패에 가깝다.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게 되었지만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 마지못해 내린 결정이었다. 그것은 현실에 기반한 우리의 삶이 그다지 완벽할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 일지도 모른다. 진저의 집 문 옆에 걸려있던 원앙새 한쌍 그림은 그야말로 아이러니였다. 완전한 사랑을 상징하는 원앙새 그림과 달리, 두 여자의 사랑은 완전하지 못했다. 칠리의 사랑은 현실에 기반하고 있었으나 엉망이었고, 이미지를 현실로 만드는데 실패한 재스민은 그 그림이 걸려있는 집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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