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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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정치권에 있지 않은 분들이 오히려 제갈공명같은 귀신같은 수를 두는 2012년입니다. 박원순 시장이 아들의 공개 신검으로 강용석의 정치적 커리어에 헤드샷을 날리더니, 안철수 원장은 기막힌 타이밍에 자신의 생각을 담은 대담집을 출간했습니다. 

 

  그간 비 정치권 후보가 출마하여 바람몰이를 하다가 낙선한 사례가 몇차례 있었는데, 그 중 현대의 창업주인 정주영회장, 그리고 지난 대선에는 유한캠벌리사장을 역임했던 문국현씨등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류의 후보들은 기존 정치권에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일정수준의 표를 획득하지만 결국 잘해야 3위의 득표율 정도에 머무르고 낙선하고 말았던 과거가 있었는데요. 독자출마일지 야권단일후보일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아무래도 두번째의 가능성이 높아보이고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사례들에 비해 당선의 가능성은 훨씬 높아보입니다. 


 높은 당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자신을 둘러싼 바람몰이들이 뜬구름인건지, 아니면 자신의 비전이 국민의 요구에 진정으로 부응하는 것인지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겁니다. '자신을 지지하시는 분들의 뜻을 정확히 파악해야 저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32p)' 라는 말에서 이러한 고민을 느낄 수 있더군요. 그런 점에서 책이라는 매체는 참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선에 공식적으로 출마하기 앞서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펼쳐놓고 자신의 비전이 국민들의 요구, 그리고 시대적 요구와 부합하는지 검증하는 기회라는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지요. 마치 자신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검증받는 대국민 청문회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많은 사람들이 투표할 때 인물을 본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인물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동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전직 모델인 사람이 국회의원에도 당선되었다고 하니, 외모가 그 인물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라는 것은 상당부분 표면적인 것 입니다. 아주 가끔 티비 토론회에 나오거나, 언론에 비추어지는 모습을 보고 인물을 이야기기도 하지요. 그러나 정말 인물을 본다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겉모습만 보고 판단 할 수 있을까요. 혹은 언론의 필터를 거친 언사나 몇차례 이루어지는 티비 토론회에서 서로 치고 받는 논쟁으로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온전히 전달되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책으로 자신의 생각을 발간한 것은 안철수라는 인간과 그가 제시하는 비전을 온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더불어 대담집이라는, 국민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형식으로 쓰여있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생각을 책으로 남긴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일관성을 담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12월 대선의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안철수 원장이 대통령의 자리에 선출된다면 그가 운영하는 대한민국의 국정의 방향타와 같은 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책의 내용을 한번 들여다볼까요. 일단 안철수 원장이 내세우는 비전의 틀은 복지, 정의, 평화(82p)라고 정의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손학규 후보가 '저녁있는 삶'이라는 PI(President Identity)로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요. 그 정도의 감성적이고 함축적인 비전은 아니지만, 오늘날의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지적한 단어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 어떠한 비전을 가져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생가갑니다. 지금까지는 맏아들 몰아주기, 즉 잘될 것 같은 것만 선별적으로 지원해서 1등을 따라잡는 이른바 '추적자' 전략을 사용했지요. 집중과 선택이라는 차원에서 이러한 전략은 지금까지 이정도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는 좋은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한발짝 더 나아가 '선도하는' 입장이 되려면 리스크를 지더라도 혁신을 향해 나아가야하는데, 오늘날 우리나라는 사회 안전망의 미비로 그런 혁신적인 도전이 구조적으로 나오기 힘들게 되어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 열중하고, 제가 속한 건축과에서도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친구들이 많았던 것을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안정지향적으로 가고 있는지는 더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사회에 나와보니 이른바 하청업체와 원청업체의 수직구조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더군요. 제가 다니는 회사, 참 좋은곳 입니다. 로비 같은 것 없이 순수하게 건축적인 제안으로만 설계권을 따오려고 노력하는 회사이지요. 협력업체들에게도 우리는 원청-하청의 관계가 아니다, 파트너쉽으로 묶여있는 동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대우하려고 하구요. 그러나,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이 낮은 설계비을 받으면 그에 따라서 협력업체들의 설계비를 깎아야하는게 현실이 더군요. 한편 우리가 내는 순이익은 그들의 원가를 내려서 얻은 것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우리회사같은 중소기업도 이런 상황인데, 대기업들은 어떨까요.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인 것은 맞고 인정하지만, 그들이 내는 순이익이 단지 기술의 개발로 이루어 낸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비정상적일정도로 엄청난 수익은 판매량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자신들의 하청업체의 희생을 담보한 것이니까요. 제 경험상으로는 그렇게 유추합니다.  


  뿐만 아니라 보육, 주거, 교육 등을 포함한 총체적인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리스크를 회피하고, 최대한 안정적이고, 임금이 보장되는 직업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이 가능할까요. 저임금과 비정규직의 노동자가 수백만에 달하는 현실에서, 개천에서 용나는 일이 가능할까요. 결국 복지라는 화두로 넘어가는데, 이 복지는 무조건 퍼주자는 식의 시혜적 복지를 넘어섭니다. 많이들 이야기하는 북유럽의 자본주의가 불황에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복지 제도가 충분하기 때문이었지요. 시장자본주의의 극단이라는 미국에서조차, 실리콘벨리의 벤처기업들은 실패를 하더라도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재창업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수백번 실패해도 한번 성공하면 그 수백번의 실패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사회 안전망이 확충되면, 결국은 개인들이 안정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진정 행복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안철수 원장이 이야기하는 '복지'이지요. 


 이러한 복지를 기반으로 혁신을 기반으로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하청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심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정의'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그가 주장 정의가 대기업을 끌어내리려는 것 같은 폭력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정부가 바라보아야할 대상이 잘 자란 맏아들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다른 자식들이라는 것이지요. 그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점이 기업을 바라보는데도 비슷한 방식으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사회는 남북공영의 '평화'를 기반으로만 가능한 것이지요. 안철수 원장이 이번 정부에 대해 극단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저는 요즘과 같이 남북이 서로를 적대시할때 결국 그 이익은 누가 챙기느냐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은 긴장관계를 통해서 남북은 서로의 체제를 굳히게 되지요. 특히나 북한은 독재사회에서는 이런 남북관계경색은 김씨 삼대 부자의 기득권만을 공고하게해주는 결과를 낳습니다. 남한은 그만큼 심하지는 않더라도, 결국은 자유민주주의와 다양성을 남북 군사적 대치의 특수체제라는 이름하에 억압할 가능성을 낳게 되구요. 


 일부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빈약하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행을 할 때, 목적지가 정해지면  그곳에 이르는 방법은 비행기나 기차, 또는 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선택 할 수 있는 것 처럼, 먼저 정해져야하는 것은 목적지이지 가는 방법인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안철수 원장이 제시하는 비전이 국민들과 교감할 수 있는가가 우선이지, 문제의 해결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후의 수순이 되겠지요.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안철수 원장의 비전이 명확하다는 것. 그리고 오늘날의 시대적 상황과 문제를 정확한 눈으로 인식하는데서 나왔다는 것. 그리고 그의 삶이 그러한 생각을 뒷받침 할 수 있을 만큼 설득력 있었다는 것.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12월 대선이 어떻게 결말이 나게될 지는 모르겠지만, <안철수 생각>이 우리사회가 미래로 나아가는데 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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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 2012-11-22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보는 눈이 전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