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손으로도 컴으로도 일기를 쓰지 않았다. 또 나의 짜증이 고개를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팔랑 팔랑 하늘 하늘 봄은 왔건만 내 모습은 우중충한 겨울의 우울한 분위기 인 것 같아 책도 머릿 속에 들어오지 않고 일기도 쓰기 싫어졌다. 이쁜 옷들은 왜 이리 많고 사고 싶은 것은 많은 데, 아줌마 몸매가 되버린 내 모습에 한숨만 훅.. 아이쇼핑만 하다 머리만 무겁고 가슴만 답답해진다.
더더군다나 여기는 내 집이 아니다. 20일~한달 정도 있기로 한 이곳에서의 생활도 벌써 한달이 지나고 40일이 가까워지고 있다. 남편에게 물어본다. '과연 우리 새집으로 이사 갈 수는 있는거야?"
그랬더니 남편은 '연말내에는 갈 수 있지 않겠느냐.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이런다. 원. 원.내 말을 말아야지..
이삿짐 센터에 보관되어 있는 우리짐은 고히 잘 모셔져 있을까? 왠지 하나 둘 썪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게 중에는 정말 썪어가고 있는 식품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전 제품이 썪겠는가? 그저 내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봄 전에는 새 집으로 이사갈 줄 알고 봄 옷들은 거의 챙겨오지 않았는데, 이삿짐 센터에 처박혀 있을 내 봄 옷들이 그립다. 작년엔 임신으로 인한 부른 배때문에 내 옷들을 제대로 못 입었는데, 이젠 우리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기거하는 관계로 내 옷들과 상봉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눈에 보이는 이쁜 옷들마다 더 사고 싶다. 이러다 쇼핑 중독에 걸리겠다. 내 옷 몇가지와 우리 딸 옷 역시 안 살 수가 없다. 인터넷으로 몇가지는 주문했는데, 사고 사도 또 사고 싶다. 헥. 눈알이 빙글 빙글 돌아간다. 휴. 시댁으로 주문을 받으니 괜히 시어머니 눈치가 보이기도 하다. 어머니랑 잘 지내기로 했으면서도 역시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다.
마음을 다스릴 시간이 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