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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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힘들었다. 책을 읽었는지 모르겠으나 거의 아닌 같다.

많이 울었고 지독했고 고달팠다. 인생에 이런 위기가 싶을 정도로… 더는 인간에게 관대해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앞으로 이런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것인가? 그냥 피하자. 되도록. 아니면 쪽팔릴 정도로 짓밟아서 떠나게 해야 하나. 그냥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 ) 그러나 사실 생각해보면 스스로도 건강하지 못했다. 매일 나쁜 습관에 젖어 살았(막을 없었다는 말은 핑계일까?)

 

그런 나의 2019년에 구원 같은 책이었다. 어려움 속에 빠져들지라도 걷고 움직이라고.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느니 걷고 걷다 보면 나아진다고. 그래서 많이 걸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조금 움직일 있게 되었다. 그때문인지 아니면 내성이 생긴 건지 또한 지나가리라 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다지 좋지는 못하나, 어쩔 없지 정도가 되었다.

 

다음에 힘든 사람이 있으면 사줘야겠다.

 

20200109

이런 늪에 빠져들려 할 때는 변덕스러운 감정에 나를 맡겨둘 게 아니라 규칙적인 루틴을 정해놓고 내 몸과 일정을 거기에 맞추는 편이 좋다.
나는 사람이 그다지 강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여러 가지 요인들로 불안정해지기 쉬운 동물이다. 마치 날씨처럼 매일 다른 사건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우리의 몸과 마음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기란 쉽지 않다. 변화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작은 물결에 배가 휩쓸려가서는 안 되므로 닻을 단단히 내려둘 필요가 있다.
나에겐 일상의 루틴이 닻의 기능을 한다. 위기상황에서도 매일 꾸준히 지켜온 루틴을 반복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실제로 내가 아는 한 정신과 의사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환자들에게 그게 무엇이든 루틴을 정해놓고 어떤 기분이 들든 무조건 지킬 것을 권한다. - P164

루틴의 힘은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잠식하거나 의지력이 약해질 때, 우선 행동하게 하는 데 있다. 내 삶에 결정적인 문제가 닥칠 때일수록 생각의 덩치를 키우지 말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살다보면 그냥 놔둬야 풀리는 문제들이 있다. 어쩌면 인생에는 내가 굳이 휘젓지 말고 감나 두고 봐야 할 문제가 80퍼센티 이상인지도 모른다. 조바심이 나더라도 참아야 한다.
나는 생각들을 이어가다가 지금 당장 답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면, 그냥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는 편이다. 살다 보면 답이 없다는 말을 중얼거리게 만드는 문제들을 수없이 만난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 해결하고 싶은 조급함 때문에 좀처럼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어쩌면 그 순간 우리는 답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답이 없을 때마다 나는 그저 걸었다. 생각이 똑같은 길을 맴돌 때는 두 다리로 직접 걸어나가는 것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 P165

그러니 힘들 때는 대자로 뻗어버린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걷는 사람의 이미지를 머리에 떠올려보면 좋겠다. 죽을 만큼 힌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우리에겐 아직 최소한의 걸을 만한 힘 정도는 남아 있다. 그리고 걷기에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태엽을 감아주는 효과가 있어, 우리가 발 딛고 선 자리에서 더 버티고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준다.
- P166

그냥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서 말끝마다 욕설을 섞어 쓰는 것이다. 하지만 설령 그게 그냥 말버릇이라 해도 나는 도무지 견디기가 힘들다. ...하지만 나는 별 뜻 없이 한 말도, 일단 입 밖에 흘러나오면 별 뜻이 생긴다고 믿는 편이다.
말에는 힘이 있다. 이는 혼잣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지만 결국 내 귀로 다시 들어온다. 세상에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은 없다. 말로 내뱉어져 공중에 퍼지는 순간 그 말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비난에는 다른 사람을 찌르는 힘이, 칭찬에는 누군가를 일으키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말을 최대한 세심하게 골라서 진실하고 성실하게 내보내야 한다. 입버릇처럼 쓰는 욕이나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날선 언어를 내가 두려워하는 이유다.
- P186

말에는 힘이 있고 혼이 있다. 나는 그것을 ‘언령言靈‘이라 부른다. 언령은 때로 우리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자신의 권력을 증명해 보이고, 우리가 무심히 내뱉은 말을 현실로 뒤바꿔놓는다. 내 귀를 맴도는 언령이 악귀일지 천사일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 P189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루에 20쪽 정도 책 읽을 시간, 삼십 분가량 걸을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책을 함께 읽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안다고 믿었던 서로의 마음속을 더 깊이 채굴하는 것과도 같았다.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어쩐지 더 좋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서로의 일과 삶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 차올랐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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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에반, 이것 봐라, 많이 모았지? 삼만 원도 넘어. 어디에쓸 거냐고? 으응, 나중에 커서 언젠가 이곳을 떠나게 되면 그때 나도 휴게소에 들러 커피나 한잔하려고. - P117

손바닥에 고인 땀을 보니 문득 에반을 처음 만난 날이 떠올랐다. 손바닥 위 반짝이던 얼음과 부드럽고 차가운 듯 뜨뜻미지근하며 간질거리던 무엇인가가. 그렇지만 이제 다시는 만질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을 옥죄었다. 하지만 당장 그것의 이름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몰라 찬성은 어둠 속 갓길을 마냥 걸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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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처음부터 뼈는 아니었다. 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들의 살이 되고 싶었나? 아니. 절대 아니야. 그럼 뭐가 되고 싶었지?
모르겠다. 더 나빠지고 싶지 않다.
- P44

돌을 찾으며 길을 걸었다.
무슨 마음인지 알 수 없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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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평화라고 가정하면 그 반대 개념은 전쟁, 비상사태, 예외 상태이다. 정치 개념의 출발이다. 다른 말로 하면 어디가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영토(‘집‘)고 어디가 교도소이고 길거리인지, ‘마음의 감옥‘인지…….. 생명이 어디에서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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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라서 1 - 기억의 열쇠 사계절 만화가 열전 10
김수박 지음 / 사계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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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대구 고등학교에서의 정치상황을 적나라하게렸다. 깡패인 하나 아무것도 깡패(그저 소문속에 만들어진 어떤 권력) 거기서 시스 속에 쫄아버린 아이들 아무것도 . 거기서 반항하던 친구. 유도도 배우엇이든 해보려 하 친구. 없는 힘은 기르려 하 친구. 아주 멋도 없고 생기지도 않은 어떤 친구의 얘기이고, 그 사이 권력 관계에 이야기다. 아무도 주인공이 이야기. 모두가 안에서 어떤 제스처 취하나 실은 피해자였고팠고 발자국 나아갔고 몰랐고 알았으나 움직이지 못한 이야기들이 한데 묶여 있다. 거칠게(표현대로). 정직함이 좋았다. 스킬을 더하지 않은, 제목을 바꾸고 그림을 섬세하게 훨씬 정치적인 어느 도시 이야기 그래도 자기것으로 자기것인 이야기 람이. 있는 만큼.

내가 있는 만큼, 그게 엄청나지는 않더라도… 자기 환상 없이.


20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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