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믿음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삶들이 남겨 놓은 흔적들이다. ...어떤 방식이건 전통을 되살리는 일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더하는 일이다. 과학이 좌우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아무리 원한다 해도 과학 이전의 세계관으로 돌아갈 수 없다.
... 과학은 희망과 검열이라는 두가지 필요를 충족시킨다. ... 사람들이 진보의 희망을 붙들고 있다면, 그것은 진보를 진심으로 믿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희망마저 놓았을 때 닥칠 상황이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20세기의 정치적 기획은 실패했거나, 약속했던것보다 훨씬 작은 성취를 남겼다. 그러나 과학에서의 진보는 전자 제품을 사거나 새로운 약품을 사는 것과 같은 일상의 경험에서 늘 확인할 수 있다. 과학은 우리에게 윤리와 정치가 주지 못하는 것, 즉 진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시 말하지만, 과학만이 이단자를 침묵시킬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있다. 오늘날 과학은 권위를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다. 과거에 교회가 그랬듯, 과학은 주류를 따르지 않는 독립적 사상가들을 파괴하거나 주변부로 몰아낼 힘을 가지고 있다. - P36

이 동화같은 이야기에는 더 흥미로운 역사가 숨어 있다. 과학의 기원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탐구 정신이 아니라 신앙, 마술, 그리고 속임수였다. 근대 과학은 자신의 적보다 우월한 합리성과 이성을 가지고있었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 아니었다. 중세 후기와 근대 초기에 근대과학을 창시한 사람들이 적들보다 정치적 수사를 사용하는 데 더 능숙했기 때문이었다. - P39

테크놀로지와 마찬가지로 과학도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달해 왔다. 그리고, 역시 테크놀로지와 마찬가지로 과학도 인간이 통제할 수 없고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는 세계를 드러내 왔다.
과학은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 면에서 인류가 다른 모든 동물과 다르다는 속임수를 지탱하기 위해 사용돼왔다. 하지만 사실 과학의 최고가치는 인류가 그들에게 프로그램되어 있는 대로 인식하는 세계는 가공의 환상임을 드러내 주는 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P43

그러나 소크라테스도, 어떤 다른 고대 철학자도, 진리가 ‘인류 전체‘를 자유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유란 당연히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속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인간 종 전체로 보자면, 진리가 인간을 자유케 한다는 희망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오늘날의 휴머니즘에서는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는 믿음이 기독교의 가장 의심스런 유산 중 하나와 결합했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이 모든 이에게 속한다는 믿음과 말이다.
근대 휴머니즘은 과학을 통해 인류가 진리에 다가설 수 있고, 그래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신념이다. 하지만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이옳다면 이는 불가능하다. 인간의 마음은 진화적 성공에 복무하지. 진리에 복무하지 않는다.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인간은 다른 모든 동물과 다르다고 믿는 다윈 이전 시대의 오류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 P46

어느 경우든, 역사를 전혀 모르는 사람만이 사상들 사이의 경쟁에서진리가 승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상들은 경쟁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기는 쪽은 권력과 인간의 어리석음을 자기 편에 가진 쪽이다.
...
다윈주의 이론은 진리 추구가 생존이나 재생산에 필요한 것은 아님을 알려 준다. 오히려 진리 추구는 생존과 재생산에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 영장류와 조류는 속임수를 일상적으로 행한다. 베른트 하인리히"에 따르면, 갈까마귀는 음식을 다른 곳에 숨겨 두고서는 엉뚱한 곳에 숨겨 놓은 것처럼 꾸민다. 진화 심리학은 동물의 상호작용에서 속임수가 매우 일반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 왔다. 우리 인간의 경우 가장 잘 속이는 사람은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사람이다. 로버트 라이트""""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더 잘 속이기 위해 우리자신을 속인다"고 말했다.  - P47

참은 거짓에 대해 체계적으로 진화적 이점을 갖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진화는 "어느 정도가기기만(거짓)을 선택하고 그 거짓을 유지하기 위해 몇몇 사실들과 동기들은 무의식 속에 남겨 둔다. 미묘한 자기 인식에 의해 그 거짓이 파괴되지 않도록."로버트 트리버스"가 말했듯이, 진화가 택하는 것은 쓸모 있는 오류다. "자연선택이 더 정확한 세계를 전달하는 신경 체계를 선택하리라는 통념은 정신 진화에 대한 매우 순진한 견해다.
생존을 위한 투쟁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취향은 사치거나 무능력이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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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종을 중심에 놓는 데서 희망을 찾지 않는 사람에게는 인간의 행위가 인류나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터무니없다. 인간 행위의 결과가 인간의 손에 달려 있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대부터 지속된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지 자신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선사시대 전체와 역사시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인간은 자신이 살고있는 세상에 속한 다른 동물들과 자신들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수렵 채집인들은 그들이 사냥하는 희생물을 우월하게까지는 아닐지라도 동등하게 대했으며, 많은 전통 문화권에서 동물은 성스러운 숭배대상이었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보는 휴머니즘적 생각은 최근에야 나타난 비정상적인 생각이다. [인류가 생겨난 이래] 정상적인 생각은 자연의 다른 생명체들과 우리가 동류라는 물활론적 사고방식이었다. 오늘날에는 약해졌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생명체와 공통의 운명을 갖고 있다는 느낌은 인간 심리에 깊이 내재되어 있다. 환경이 남겨 준 것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인 생명애biophilia 를 따라 움직인다. 아직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는, 지구와 인류를 묶어 주는 유대감 말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간헐적인 도덕심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이기심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그 순간의 필요에 따라 움직인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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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큰소리로 말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당연히 화를내는 줄 안다. 하지만 그는 귀가 잘들리지 않아 그러는 것이다. 자기가 큰 소리로 말하면 상대방이 더 큰 소리로 잘 들리게 말해 주리라 기대해서 하는 행동이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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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세상을 구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절망할 일은 아니다. 세상은 구원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 낸 세상에 살게 될 일이 결코 없을 것이다. - P13

삶의 목적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 P12

한 가지 면에서는 맞는 말이다. 기술 진보는 딱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 두었는데, 그건 바로 인간 본성의 취약함이라는 문제다. 불행히도, 이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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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모두 저쪽으로 간다. 지금도 할아버지는 바다에 있다. 내동생도 바다에 있다. 우리는 언젠가 차례대로 저쪽으로 간다. 그때까지는 이곳에서 열심히 살다가 이윽고 모든 것이 끝나면 바다저편으로 으쌰으쌰 헤엄쳐 간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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