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다는 건 그 일이 더 이상 개인적인 취미의 영역에 머물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정의하는 ‘직업‘이란, 좋게 포장하더라도 결국 생존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외부의 무수한 평가 속에서 납득 가능하고 타당한 책임을 담보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것과 인정받는 것, 직업인으로서 예술가의 딜레마는 꽤나 복잡합니다. - P158

꿈을 깨면 죽는다고 해서, 그 꿈이 꼭 대단한 것일 필요는 없겠지요. 단지, 우리 삶에서 지켜야 할,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단어만은 마음속에 품고 살아갔으면 합니다. - P176

제게 있어 그림을 그리는 일이란 ‘삶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방어기제입니다. 물리적, 정신적 죽음과의 싸움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저만의 생존 수단이자 삶을 살아내는 철학인 것입니다. 그러한 종류의 일이라면, 부족한 재능을 원망할 겨를 없이 매일, 온 힘을 다해, 조금씩, 확실하게 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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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쩌면 캄캄한 바닷속으로 던져지는 것과 다름없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표류하고 방황하게 되지만, 바로 그것이 삶이라는 것을 직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삶을 대하는 목적과 용기를 얻게 되는 게 아닐까요. 삶의 비극 앞에서 당당하게 대적했던 니체의 한마디처럼요.
"이것이 삶이었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번!" - P127

제게 그림을 그리는 일, 글을 쓰는 일은 이처럼 먼 풍경을 꿈꾸는 일입니다.
끝없이 그리운 마음으로 하루와 한 달, 그리고 계절을 기다리는 일입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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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던 시절의 우리가 무작정 두려워했던 ‘보통의 삶‘이란, 여쩌면 남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별함을 좇는 일이 아닌, 결국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보통‘을 찾아가기 위한 단 하나의 특별한 여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는 그 보통의 균형을 찾아가는 삶의 고단한 여정을 지속하는 데에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중요하지만,
결국 나의 보통 속에서 가장 반짝이는 무언가를 알아차려주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비로소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게 됩니다.
우리를 이 세상 속에서 함께 존재하게 하는 일,
서로에게 무해한,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일이란 그런 것일지 모릅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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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제게 그림을 그리는 일이란 인간을 사랑하는 연습을 하는 일입니다.
그 무수한 연습의 나날들 속에서, 언젠가 어느 날엔가 예고도 없이 캔버스 위로 떠오른 사랑의 형상을 발견했던 기쁨은 오늘의 연습을 위한 용기가 됩니다.
그래서 사랑이란 더없이 연습이 필요한 일입니다.
매 순간 매 숨처럼. 언제나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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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과

여름은 추웠고 비가 많았다
사과가 푸르고 시다
그래도 사과를 따고 고른다
상자에 담아 저장한다
푸른 사과가
없는 사과보다 낫다
이곳은 북위 62도이다 - P59



길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스스로 걸어야 한다
모르는 곳으로
먼 길이다

길은 그런 것
오직 스스로
걸어야 한다 길은
돌아올 수 없다

어떤 길을 걸었는지
남기지 마라
지나간 처음의 길은
바람이 지우리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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