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8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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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도 메모를 해두지 않았더니 뭔가 쓰려니 참으로 막막하다. 처음에는 너무 특별한 척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건 쉽게 말하자면 ‘좋은 건 다 이놈의 집안에 있네’ 이런 식의 생각이다) 약간 거리감이 있었으나 읽을수록 빠져들고 말았다. 그리고 환상적 리얼리즘이란 건 참 재밌구나, 다시 생각했다.

클라라, 블랑카, 알바로 이어지는 한 가문의 여자들과 그녀들의 남성들, 에스테반 트루에바, 페드로 테르세로, 미겔 등등. 캐릭터만으로도 시대상을 훑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칠레의 보수주의와 사회주의의 투쟁(?)이 이 인물들만으로도 그려지는 것이다. 에스테반 트루에바는 당대의 보수주의의 최고 권력자에 해당하며 페드로 테르세로는 소작농의 아들로서 공산주의에 관한 노래를 불러 국민 가수가 되며 그 사상을 전파시키는 데 혁명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며, 미겔은 무력 혁명을 꿈꾸는 진보주의 청년이므로.

그리고 이 소설이 환상적 사실주의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클라라라는 인물 한 명으로도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 소설의 모든 인물을 관통하는 어머니로 등장함으로 해서, 소설의 분위기를 고유하게 유지시켜 주고 있다. 집에는 영혼들이 떠다니고 소설에는 생명력이 넘쳐나도록.

주로 버스나 지하철에서 무지 집중해서 읽었는데, 뭔가를 쓰려니 어렵다. 좋은 소설이라 그런가. 캐릭터와 내가 이 작품을 왜 썼는가라는 단 한 줄의 이유만으로 내러티브가 이루어지는 소설을 쓰라는 선생님의 말이 나지막이 떠오를 뿐이다.





블랑카는 여전히 페드로 테르세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서라기 보다는 습관적으로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이런 문장, 몹시 좋다.



그리고 고통이 알바의 마음 속에 머물지 않고 그대로 지나갈 수 있도록 고통에 저항하지 않고 마음을 느긋하게 갖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우리 집안에서는 사람들이 공평하게 골고루 미쳐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미치광이가 나오기 힘들지.”


-이런 문장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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