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사랑과 사회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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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사랑과 사회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좋은 작품이다
그런데 왜 이 작품은 좋은 작품일까
나는 이 소설의 비평을 보며 드디어 이 사실을 깨달았다
비평이 새로운 인식을 주는 순간은
어느 정도 경이롭달까, 그런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 정이현의 책 뒤에 있는 비평을 읽으며 기분이 좋다

정이현 소설은 90년대 여성 소설의 한계를 넘어선 소설이라는 점이
바로 '낭만적 사랑과 사회'의 성취물이다. 즉, 90년대적 감수성, 여성의 일탈, 불륜, 감상은 신경숙, 은희경 등의 작가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면모였다. 대부분 가정 안에서의 일탈을 꿈꿨고 그녀들은 바람을 피웠고 이 사회 체제를 답답해했지만 그 체제 안에 순응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독한 반항아조차 사회 속의 반항아였고 그 모습을 제시할 뿐 그에 대해 정치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이현 소설은 정치적으로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현실을 분석한다
왜 여성은 순결을 지키는가
를 역으로 풀어내는 격이다
여러 남자를 만나도 절대 잠은 자지 않는, 처녀성을 지키기 위해 누렇게 헤진 팬티를 입는 주인공을 등장시킴으로써
이 여성이 순결을 지키려는 이유를 가르쳐줌으로써
정이현은 이 사회를 지배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일침을 가한다
그래야만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보루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
루이비똥, 뉴비틀로 대표되는 이 사회의 권리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

어느날 보니 사랑의 이데올로기는 자본의 이데올로기와 뒤섞여 이런 모양새가 되어있습니다
정이현 소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사랑이 돈과 섞여 이루는 코메디
순결을 증명할 무기는 간 데 없고, 남겨진 것은 루이비통 백이 가짜는 아닐 거라고 믿는 주인공, 그걸 사랑이라고 믿어야만 하는 주인공이다
과연 누가 우리를, 무엇이 우리를 이라는 답은 무효하다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기에
특별한 주체가 없이 이루어진 범죄이며, 이 사회의 모습이기에

정이현 소설은 대부분 여성이 아니면 인식할 수 없는 세계의 모습을 담는다
작품집의 다른 작품 '신식키친'은 뚱뚱한 여성의 욕망을 여실히 드러낸다
할리퀸을 밤낮없이 읽으며 사랑을 꿈꾸지만 그녀는 결코 남성의 욕망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식욕을 통해
욕망의 다른 출구를 찾는다
더불어 날씬해져야 한다는 사회의 요구를 보여주는
각가지 다이어트 비법(이건 나도 참 많이 듣던 것이다)
은 이 소설을 이 시대의 여성의 소설로 자리매김시킨다
끊임없이 다이어트해야만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사회, 이건 남자가 써낼 수 없는 여성의 소설인 것이다

정이현은 여성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여성 이미지에 순응하는 여성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해부함으로써
펼쳐낸다
다소 여성적인 시선이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

비평을 읽고 보니 그녀의 소설이 훨씬 뛰어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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