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재구성 - 제28회 신동엽창작상 수상작 창비시선 306
안현미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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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의미와 무의미 사이의 시소 타기이다. 의미가 무거워지면 시가 맛이 없고 의미가 말소되면 읽을 수가 없다. 시는 그래서 음악 되기 이전의 승천 과정 같기도 하다.

안현미의 시는 시소 타기를 한다. 시소 타기를 하려면 계속 시소를 타도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그녀의 시는 의미라고 하기엔 무의미하고('나는 개의 가을과 개의 여름, 여덟 개의 아침을 지나왔습니다' 해독하기 어렵다) 무의미하다기엔 감각되는 어떤 울림을 지닌다.

시는 해소나 결말이 거의 없다. 단지 계속되는 길을 보여줄 뿐이다. 안현미의 시는 움직임도 능란하다. 그래서 그녀의 시는 맛이 있다.

때로 나쁜년 쓰네 싶기도 하고(요새 나는 질투의 대마왕이다) 어느 순간 청춘의 겹과 그녀의 언어가 겹쳐져 나는 페이지에 멈춰 손가락으로 추억의 어느 시공을 더듬어보기도 한다.

그녀는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기에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21세기에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 거기에 문학적 감수성은 어떤 식으로 산화작용을 일으키게 되는가에 대해 그녀는 짚어낸다. <////>에서 보이는 인터넷 시대의 감각 양상이나 <해바라기 축제>에서 보여지는 다종의 문화적 코드가 집합돼(클림트, 고흐, 종교적 신화의 ) 현실과 문화적 코드 사이를 오가는 상상력, <post-아현동> 88만원 세대의 현실에 대한 감각을 옷핀으로 찔러놓은 듯한 독백은 따끔하고 유연하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처음만큼 맛이 신선하지는 않았으나 이는 나의 감각 탓도 있을 .

 

 

 

 

 

'환타처럼 달콤하던 여름이여'(리라들)

'탕진해도 탕진해도 바닥나지 않는 가능성을 저주하는 밤이고'(어떤 섬의 가능성)

'혁명을 말하는 자도 외롭고 혁명을 말하지 않는 자도 외롭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예감했지만'(외롭고 웃긴-*최창근, <인생이여, 고마워요>에서)

'우리는 모두 노래들인지도 몰라/ // 우리는 모두 울음들인지도 몰라/ // 사나운 허무들과 싸우는 영혼들'(중얼거리는 나무)

'부표처럼 출렁이고 등대처럼 친절한 오후'(어떤 섬의 가능성)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와유)

'고통을 선택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고통을 받는 방법은 선택할 있다, 빅토르 프랑클'( 별의 재구성 혹은 이별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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