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캔디
백민석 지음 / 김영사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캔디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밝고 씩씩하게 살며 테리우스나 안소니 같은 왕자님을 만나게 되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다고 외치는 어릴 적 만화주인공이다. 어떤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캔디의 주제곡을 부르며, 한 번 스윽 웃고는 말기도 할 것이다. 그런 식의 가벼움, 유년시절의 만화 같은... 캔디라는 이름 자체에 스며있는 꿈과 사랑이 숨쉬는...그러나 백민석의 소설 '내가 사랑한 캔디'는 그 '캔디'라는 이름을 통해 가벼움의 제스처를 도용할 뿐, 소설 속의 현실은 전혀 다른 것이다. 제도권 교육 속에서 희생당하고 사회의 울타리, 체제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한 남학생의 성장기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내가 사랑한 캔디'이다. 여기서 캔디는 그의 동성연애상대인 남학생이며, 따라서 소설은 밝고 씩씩하지만은 않다. 가벼움과 무거움의 공존은 어차피 모든 소설의 미덕이지만 '내가 사랑한 캔디'는 유독 그에 집착하고 있다.예를 들자면, 총잡이- 기형도 시인의 시에도 나온 비지스의 노래를 들었다던 탈주범 지강헌의 이야기를 소설 속에 삽입시킴으로 해서 그의 삶의 태도와 이 소설의 분위기는 일부 닮아있음을 상기시킨다.

투쟁 현장 속에서의 의미를 상실한 폭력과 그것을 멀리 지켜본 풍경이 '구름 기둥'같다는 낭만적 발언 사이의 간극을 '내가 사랑한 캔디'는 고집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분위기는 90년대의 것, 소비의 사회에 당연시 되어버린, 쓸쓸한 풍경이면서 바로 주위의 풍경일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한 캔디'는 그 주위를 배회할 수밖에 없는 자들의 성장기를 성적 코드와 더불어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일테지만) 그리고 있다. 우리, 불쌍한, 싸구려 다툼이 전부인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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