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섬진강에 김용택 시인을 만나러 갔었다. 온통 푸르른 물과 산속에 자리잡은 마암분교에서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시인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아 다시 한 번 여유가 된다면 찾아보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그때 시인의 이야기보다는 그 풍경에 넋을 놓았던 기억, 아~ 자연이란 이런거구나 싶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김용택 시인의 시는 이런 감상에 사로잡힌 도시민인 나에게 채찍질을 한다. 그는 쉽게 우리가 말하는 농촌, 자연이 그곳이 자신의 터전인 이들에게 얼마나 의미있는가를 밝혀내고 있다. 하루종일 밭일을 하며 지게를 지며 고단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농촌을 지켜내는 농촌민들의 삶이 김용택의 시에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것처럼 아름답다는 한 마디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농현상으로 인해 사람이 없는 곳, 일은 많고 고된 삶을 김용택 시인은 자신의 눈으로 묘사한다. 또한 그곳 사람들이 자신들의 땅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가를 눈물겹게 그려낸다. 어떤 생생한 은유보다도 김용택의 시에는 농민의 단순한 삶을 단순한 언어로 그려냄으로 해서, 그 진실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새벽을 사는 모습, 부지런하고 정직한 모습, 배운 것은 없지만 그 없음이 부끄러움이 아닌데도 고단해지는 모습, 흙에 맡긴 생의 모습을 누가 이토록 생생하게 그려낼 것인가. 그의 시 역시 그의 맑은 땅에 터전을 두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